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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엔 여행 가라" 시아버지 한마디에…

기자
한익종 사진 한익종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5) 
매년 명절 때 주부들의 스트레스가 심각해지면서 사회에 '명절증후군'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명절이 끝나고 이혼소송이 많이 들어왔으면 한다는 농담도 오간다고 한다. [중앙포토]

매년 명절 때 주부들의 스트레스가 심각해지면서 사회에 '명절증후군'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명절이 끝나고 이혼소송이 많이 들어왔으면 한다는 농담도 오간다고 한다. [중앙포토]

 
인간사회에는 약 1500가지 이상의 ‘증후군’이 있단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삶은 온통 증후군이고 증후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루느냐가 행, 불행을 가르는 일일 듯하다. 그 수많은 증후군 중 한국에만 있는 증후군이 있는데 ‘명절증후군’이란다. 나는 ‘명절 후 이혼 증후군’으로 부르고 싶다.
 
우스갯소리로 변호사들 사이에선 ‘이번 명절 끝나면 이혼소송이나 많이 들어와라’라는 얘기가 오간다고 한다. 실제로 명절 후엔 이혼 소송률이 올라간다는 통계도 있다. 명절증후군이 얼마나 심각한지 명절 때 받는 주부들의 스트레스가 1만 달러 정도의 돈을 잃었을 때 받는 스트레스와도 같다고 한다.
 
얼마 있으면 최대 명절인 추석이다. 이맘때쯤 되면 기혼 여성은, 요즘은 미혼 남녀에게도 나타난다지만, 슬슬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할 거다. 어느 집이나 명절과 관련해서 나오는 대화가 ‘언제 갈 거야?’와 ‘친정엔 안 가?’ ‘이번에도 잔뜩 일만 하고 오겠지?’일 게다.
 
전쟁의 전초일 정도로 짜증을 잔뜩 얹은 대화일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게 어디 주부만, 여성만 갖는 증후군인가? 아니다 말을 못해서 그렇지 이젠 남성도 피해갈 수 없는 증후군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엄연히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 증후군을 없애거나 줄일 수는 없을까?
 
방법은 있다. 바로 배려이다. 배려는 상대방과의 오해를,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유일무이한 비법인데 봉사는 바로 배려에 기초하기에 평소 봉사를 통해서 얼마든지 명절증후군을 줄이거나 해소할 수 있다. 평소에 습관화만 되어 있다면.
 
‘모처럼 얻은 휴가인데 여행 다녀오라’던 선친의 말씀 
아버지의 '여행 다녀오라'는 한 마디는 그동안 쌓인 아내의 명절증후군을 한 방에 날릴 수 있었다. 명절을 보내지 않고 여행을 떠나는 것은 가족 서로에게 하는 배려가 아닐까. 한국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아버지의 '여행 다녀오라'는 한 마디는 그동안 쌓인 아내의 명절증후군을 한 방에 날릴 수 있었다. 명절을 보내지 않고 여행을 떠나는 것은 가족 서로에게 하는 배려가 아닐까. 한국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오래전, 그때만 하더라도 명절에 며느리가 시댁 찾지 않고 여행을 간다는 건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그때, “얘야, 너희 이번에 회사 휴가 어렵게 얻어 뉴질랜드 여행 생각하고 있다며?” 하는 선친의 이 한 마디는 그동안 쌓였던 아내의 명절증후군을 한 방에 날린 효과를 봤다.
 
아버지의 그 말씀은 단순히 ‘추석을 안 쇠도 되니 너희들 즐겨라’라는 선언적 의미 외에 상대편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이 절절히 배어있는 말씀으로 인식되었다. 유교 문화에 익숙하셨던 선친이 며느리를 위해 추석에 안 와도 된다는 그 말씀은 파격적 배려였다.
 
명절증후군은 이제 주부만이 아니라 가족구성원 모두가 갖는 증후군이 됐고 이 증후군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명절증후군은 섭섭함과 배려부족이 낳은 결과보다는 현실과 결과를 방치(?)한 상대에 대한 원망이 더 크다. 어떤 면에선 다른 구성원에 의한 요인보다는 배우자에 대한 아쉬움과 원망이 명절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나이와 직위에 어울리지 않게 40대서부터 서너 번 결혼 주례를 본 적이 있다. 그때 신혼의 부부에게 건넨 말은 부부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 아니라 배려라고 한 얘기다. 내 며느리는 이번 명절에 시댁에 와서 얼마나 고생할꼬, 친정에도 가야 하니 일찍 보내야지, 아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진급 못 한 남편도 이번엔 시댁에 가서 곤혹해 하겠지? 이런 생각 하나만으로도 결과를 달리 가져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상대에 대한 배려의 태도다.
 
배려는 봉사의 기본…부부가 함께하는 봉사 통해 배려심 늘려 
기회가 되면 부부가 함께 봉사활동에 나섰는데, 이 봉사활동을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하고 배려하며, 서로에 대한 감사를 나누는 기회가 되었다. 봉사는 우리 부부관계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이해와 사랑의 도구였다.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장진영 기자

기회가 되면 부부가 함께 봉사활동에 나섰는데, 이 봉사활동을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하고 배려하며, 서로에 대한 감사를 나누는 기회가 되었다. 봉사는 우리 부부관계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이해와 사랑의 도구였다.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장진영 기자

 
내가 쓰지 말아야 할 말 중 으뜸으로 치는 말이 ‘난 원래 그래’이지만 그래도 한번은 써야겠다. 나 또한 원래 배려심이 깊었던 건 아니다. 지난날을 생각하면 아내에게 모질게 굴었던 일도 많다. 나의 단점을 극복한 계기가 아내와 함께한 숱한 봉사였음을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지난 세월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가족과 함께 한 봉사활동이었다. 흔히들 여가선용이라는 말을 하는데, 우리에게 봉사는 훌륭한 여가선용이었다. 기회만 되면 부부가 함께 봉사활동에 나섰는데 그 봉사활동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서로에 대한 감사를 나눌 수 있었으니 봉사는 우리 부부관계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이해와 사랑의 도구였다.
 
봉사는 배려이고, 배려는 곧 봉사이니 봉사와 배려를 통해 상대편이 아쉬워할 부분이 무엇이고, 진정으로 바라는 점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게 된다. 말 한마디라도 신경을 쓰게 되니 현실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상당히 줄일 수 있게 됨은 당연하다.
 
“여보 이번 추석에도 고생하겠네? 가능한 내가 많이 도와줄게. 그리고 빨리 처가로 가자고. 파이팅!” 이 말이 어디서 나올까? 봉사를 통한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정신에서 나옴을 부인할 수 없다. 그동안 봉사를 못 했다면 거꾸로 이번에는 상대편에 대한 배려의 말과 행동을 먼저 하고 이후에 봉사의 기회를 갖는 건 어떨까?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immagic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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