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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집값 담합에 손놓은 국토부

황의영 건설부동산팀 기자

황의영 건설부동산팀 기자

서울 등 수도권에서 ‘집값 담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이 인터넷 카페 등에 일정한 가격 이하로 집을 팔지 못하게 공지하는 식이다. 최근엔 가격이 낮은 매물을 허위매물로 신고하는 수법이 잇따른다.
 
지난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접수된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는 2만여 건으로, 통계가 집계된 2013년 이후 가장 많았다. KISO는 주민들이 집값을 띄우기 위해 신고한 게 대다수라고 분석했다. 신고를 당한 중개업소가 최장 2주간 포털에 매물을 올릴 수 없는 점을 악용해 허위로 신고한 것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어떤 상품이건 파는 사람은 비싸게 팔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집값 담합 흐름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조직적 담합으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집값은 주택가격 구조를 왜곡시킬 뿐 아니라 개인 사정으로 급하게 집을 팔아야 하거나, 아파트를 사려는 무주택자에게도 피해를 준다. 서울 송파구의 한 주민은 “33평 아파트를 14억원대에 내놓자 ‘그렇게 싼 값에 내놓으면 어떡하느냐’는 항의를 받았다”며 “평범한 중산층도 투기세력이 되는 느낌”이라고 씁쓸해했다. 네티즌들의 분노도 극에 달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집값 담합 의심자 색출하라’ ‘강력히 처벌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국토교통부는 부랴부랴 조사에 착수했다. 일단 KISO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허위매물 신고가 많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담합을 가려낸다는 계획이다. 주민의 담합 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공인중개사법 개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일반 주민은 사업자가 아니어서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의 처벌 대상이 안 된다. 중개업자를 압박하는 행위가 발견되면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있지만, 처벌 근거가 약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부가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검토하는 이유다.
 
정작 안타까웠던 건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이다. 연초 허위매물 신고가 급증했을 때(중앙일보 4월 9일자 B1면)도 국토부는 이번과 똑같았다. 2006년 이후 집값 급등기 때면 담합 행위가 반복됐지만, 여전히 ‘검토’만 할 뿐 진전이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손 놓은 것 아니냐” “이번에도 겁만 주다가 흐지부지될 것”이란 냉소 섞인 반응이 나온다. 국토부는 “주민 외에 공인중개사를 처벌하는 부분도 검토해야 하고, 공정거래법과의 관계도 따져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또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길 바란다.
 
황의영 건설부동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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