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론] 자살률을 37%나 끌어내린 일본 사회의 노하우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 가천대 겸임교수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 가천대 겸임교수

충북 옥천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던 가장이 빚 문제로 부인과 어린 세 딸을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 한 안타까운 사건이 지난달에 있었다. 본인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지만, 남을 숨지게 하는 이런 사건은 큰 사회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살예방·교통안전·산업안전을 ‘국민생명 3대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임기 동안 사망자를 30~50% 줄이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다행히 지난 6월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년 대비 7.2% 감소했다. 하지만 자살의 경우 청소년들이 작년말  유명 연예인의 자살을 계기로 추종·모방 자살 우려가 커지고, 인스타그램·유튜브 등을 통한 자해 동영상에 쉽게 노출돼 있다. 대중가요에도 자살이나 자해란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30명이었던 청소년 자살자 수가 2017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45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7월 유명 정치인의 자살 당시 장소·방법·동기 등이  여과없이 보도되면서 추종 및 모방자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경제난으로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살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는 자살을 줄이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자살예방정책과를 지난 2월 신설하고 국무조정실장 주관으로 관계 부처 차관회의와 실무회의를 격월마다 열고 있다. 5월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자살예방을 위해 재계·노동계·의료계·종교계·언론계와 시민단체 등 40개 단체로 구성된 ‘생명존중 민관협의회’를 구성했다. 민과 관이 힘을 합쳐 자살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지난 8월 일본의 자살예방 대책을 살펴보기 위해 현지에 다녀왔다. 일본은 2003년 연간 자살자 수 3만4000명을 2017년에 2만1302명으로 37.3%나 줄였다. 일본의 경우 한국의 대통령실에 해당하는 내각부가 자살 대책을 총괄 지휘해 자살률을 대폭 낮췄다고 한다. 실제로 자살예방을 집행하는 47개 광역 자치단체와 1700개 기초 자치단체에 자살예방을 담당하는 전담 공무원 조직이 있다.
 
시론 9/11

시론 9/11

특히 지역마다 의사·변호사·교사와 전직 공무원, 대기업 간부 출신의 취업 지원 전문가 등 민과 관이 촘촘히 연계된 민관협의회가 자살 고위험군 발견, 상담, 구호 조치를 한다. 자살 시도자의 병원 이송 시 자살예방 전담 공무원이 병원에 파견되고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해준다. 자살자의 유가족에 대한 지원 행정서비스도 이뤄진다. 이런 노력이 모여 자살률을 낮춰가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사정은 어떤가. 서울시와 일부 지자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광역 시·도와 227개 기초 지자체(시·군·구)에 자살예방을 전담하는 공무원 조직이 없다. 단체장들의 자살예방 의지가 매우 약하다. 지자체로부터 위탁 경영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정신보건과 함께 자살 관련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정신보건 업무가 위주다. 자살예방 담당 직원 수도 적을 뿐 아니라 예산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질적인 자살예방 대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살 예방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은 후지TV에서 PD로 일한 경험이 있는 시미즈 야스유키가 대표로 있는 자살예방 운동 시민단체인 ‘라이프 링크’가 큰 역할을 했다. 이 단체는 전국 지자체별로 자살예방 대책과 실적을 2008년과 2009년에 조사해 언론에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각 지자체장들이 자살예방 교육에 직접 참여했고 강한 의지를 갖고 자살예방 대책을 실천해 자살률을 크게 줄였다.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전 세계에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자살에 의한 사망률(2016년 기준, 10만명당 25.6명)이 가장 높다. 이제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자살로 내몰리는 사회구조와 환경적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가 앞장서서 대책을 마련하고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지역 주민의 자살률을 줄이는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특성에 맞게 민과 관이 함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실천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이 정부 임기 동안 자살로 인한 사망자수를 30% 줄이겠다는 약속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가천대 겸임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