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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시진핑의 ‘적폐 청산’이 부메랑을 맞고 있나

시진핑의 적폐 청산과 부작용
물극필반(物極必反). 어떤 일이든 그 전개가 꼭짓점에 이르면 필히 반전이 있기 마련이다. 달도 차면 기운다 하지 않았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적폐 청산’이 이를 닮은 모양새다. ‘물을 거슬러 오르는 배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뒤로 밀릴 뿐(逆水行舟 不進則退)’이라며 독한 마음 먹고 개혁을 위한 묵은 때 벗기기에 나섰다. 한데 뜻밖의 부작용이 생기며 자칫 잘못했다간 그 스스로 청산돼야 할 적폐가 될지도 모를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이 집권 이래 추진 중인 적폐 청산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구룡치수(九龍治水)’ 부수기. 아홉 마리 용이 물을 다스린다는 구룡치수는 후진타오 집권 2기 때 나왔다.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이 각기 분야를 맡아 중국을 통치하는 걸 말한다. 이른바 집단지도체제다.
 
재미있는 건 이 또한 이전 시대의 적폐 청산을 위해 고안된 작품이란 점이다. 덩샤오핑에 의해서다. 덩은 문화대혁명과 같은 인륜 파괴의 비극이 ‘괴물 황제’ 마오쩌둥의 1인 권력을 제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여겼다. 그래서 독재자 출현을 막기 위한 장치로 정치국 상무위원회 기능을 강화해 집단지도체제를 꾸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minn@joongang.co.kr]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기까지는 잘 굴러갔다. 서방은 중국의 분권화(分權化)를 갈수록 열린 사회로 나아가는 것으로 여겨 반겼다. 시류를 쫓는 후안강 같은 학자는 이를 집단대통령제라 부르며 미국의 1인 대통령제보다 우월한 시스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시진핑의 생각은 달랐다. 그 자신이 후진타오 시기의 아홉 마리 용 중 하나였지만 말이다. 경제에 올인해야 할 총리 원자바오는 뜻 모를 ‘민주’를 외치느라 바빴고, 저우융캉 중앙정법위 서기는 사법 영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정치국 상무위원 저마다 독립 왕국을 구축하고 그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다 보니 정작 ‘중요한 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고 시진핑은 봤다.
 
시진핑은 이제까지 중국의 발전은 개혁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지금 중국이 맞닥뜨린 문제 또한 개혁으로 인해 생겼다고 본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40년. 그 세월 동안 개혁의 기득권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당과 정부의 높은 자리에 앉아 개혁의 칼을 휘두르던 이들이 어느 날 칼자루를 쥔 권한을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부패 세력이 됐다는 이야기다. 고위 관리의 자제를 뜻하는 ‘관이대(官二代)’가 그런 부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건가. 개혁을 중단해야 하나.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혁을 보다 심화해야 한다고 시진핑은 말한다. 그래서 그가 권좌에 오른 이후 가장 우선해 강조한 게 바로 ‘개혁의 심화’다.
 
여기서 청산해야 할 두 번째 적폐의 문제가 등장한다. ‘영(令)이 중난하이를 벗어나지 못한다(政令不出中南海)’는 병폐다.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다. 좁혀 말하면 당의 핵심 간부 모임인 당 중앙이 통치하는 국가다.
 
그들이 숙소이자 근무지인 중난하이에서 머리를 맞대고 중요 방침을 결정하면 이게 국무원 등 행정 부처를 통해 구체적 정책으로 구현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개혁을 위한 당 중앙의 결정이 중난하이 바깥으로, 즉, 각 기관이나 지방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영이 서질 않는다는 이야기다.
 
시진핑은 이 두 가지 적폐 청산을 위해 맞춤형 전략을 택했다. 우선 구룡치수를 멸하기 위해 권력을 자신에게로 집중시켰다. 당내 소조(小組)를 활용하는 ‘소조정치(小組政治)’를 통해서였다. 각종 소조를 만들고 자신이 수장이 돼 개혁을 진두지휘했다. 총리가 전담하던 경제 권력도 빼앗는 등 ‘시진핑 1인 체제’를 열었다. 칭호는 ‘핵심(核心)’을 넘어 ‘영수(領袖)’로 격상됐고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도 없애 장기집권의 막을 올렸다.
 
영을 세우기 위한 책략으론 ‘당의 영도 강화’를 내놓았다. 지난봄 헌법 개정을 통해 ‘중국 공산당 영도가 중국특색사회주의의 최고 본질적 특징’이라고 선언했다. 헌법에 공산당 영도를 못 박은 것으로, 헌법에 특정 정당의 이름이 명기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리고 당의 명령이 전국 곳곳에 침투할 수 있도록 집권 2기 들어선 임시 기구인 소조를 보다 제도화된 기구인 위원회로 바꾸고, 각 위원회 판공실을 국무원 아래에 배치하는 조처를 했다. 예를 들어 중앙전면의법치국위원회 판공실은 사법부 밑에 두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당의 명령이 집행 기관에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진핑의 적폐 청산이 낳고 있는 부작용이다. 집단지도체제에서 1인 체제로의 전환이 시진핑 우상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과 부인 펑리위안을 칭송하는 노래가 등장했는가 하면 ‘시진핑 어록’으로 도배된 ‘시진핑 사상 열차’가 나오기도 했다. 권력이 한곳으로 쏠리다 보니 과잉 충성의 폐해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대륙은 현재 시진핑을 덩샤오핑을 넘어 마오쩌둥의 반열에 올리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마오쩌둥 사상’에 견줄 ‘시진핑 사상’을 만들기 위해 현재로썬 빈약하기 짝이 없는 시진핑 사상의 속을 채우는데 온 중국의 정신이 팔려 있다. ‘시진핑 외교사상’ ‘시진핑 경제사상’ 등의 용어 출현이 그런 예다. 또 당의 영도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모든 걸 당의 요구에 맞추게 하려는 통제 사회의 전형적 폐단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인민의 생각을 통제하기 위한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 대한 단속이 문제다. 지난해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중국은 180개 국가 중 176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역대로 ‘약한 사회, 강한 국가’라고 하지만 인민의 마음을 당의 결심과 일치시키기 위해 취해지는 각종 통제 조치는 중국 사회를 숨 막히게만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급기야 시진핑 사진에 먹물을 투척하고 “시진핑 독재 반대”를 외치는 소리가 중국에서 터지기에 이르렀다.
 
시진핑은 집권 1기 동안 1인 체제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권력은 필연적으로 추종자들을 낳으며 교만해지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 특사를 하대하는 시진핑의 태도가 많은 걸 시사한다.
 
과거 공자의 후손이 문을 드나들 때면 하인이 “어르신 너무 탐욕스럽습니다”라고 외치곤 했다. 교만해지지 말고 소박한 가풍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장치였다. 집단지도체제가 낳은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1인 체제 다지기가 또 다른 병폐를 쌓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돌고 돈다. 적폐 청산을 위한 작업 또한 까딱 잘못했다간 훗날 청산해야 할 적폐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집권 이래 적폐 청산에 몰두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도 곰곰이 반추했으면 하는 시진핑의 중국 상황이다.
  
유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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