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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직원이 해녀로 둔갑···경찰 닥친 울산의 작은 어촌

나잠업을 하는 해녀. [중앙포토]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나잠업을 하는 해녀. [중앙포토]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마을 분위기가 뭐 어수선해 가지고, 뭐라 말 못함미더. 서로 말 꺼내기도 조심스럽고 조사받으러 오라카믄 가야지예.”
 

해경, 울산 어촌 ‘해녀 허위 신고’ 수사
90대 고령에 폐가 주소지 둔 등록자도
원전 등 개발에 따른 피해 보상금 때문
실제 나잠업 했는지 여부 밝히기 어려워
불법으로 밝혀지면 보상금 회수 계획도

10일 오후 울산 울주군 서생면의 한 바닷가 마을 주민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100여 가구가 사는 이 작은 어촌이 최근 경찰 수사로 술렁이고 있다. 울산해양경찰서는 이 마을 어촌계장과 마을 관계자 2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나잠업(해녀업)을 하지 않으면서 나잠업 피해 보상금을 허위 수령한 혐의다. 한 달 전부터 이와 관련해 서생면·온산읍 일대를 대상으로 내사를 벌이던 해경은 2주 전쯤 해당 어촌에서 혐의를 포착하고 공식 수사로 전환했다. 
 
이 마을의 해녀 신고자 수는 136명이다. 연령대는 3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하다. 해경은 이 가운데 많은 이가 실제 나잠업을 하지 않는 허위 신고자일 것으로 보고 어촌계 사무실과 어촌계장 집에서 회계장부, 작업일지 등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이 마을과 다른 울주군 어촌 해녀 명단에는 대기업 직원, 택시기사 등이 올라 있다. 폐가를 주소지로 등록한 해녀도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다른 직업이 있거나 고령이라 해도 본인이 나잠업을 했다고 주장하면 허위임을 밝히기 어렵다”며 “원활한 수사를 위해 상세한 조사 내용이나 수사 기법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해경은 울주군 서생면의 다른 어촌들 역시 수사할 계획이다. 또 어촌계장 등이 해녀 작업일지를 확인해주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는지 함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울산 울주군 새울원전본부에 위치한 신고리 3ㆍ4호기의 모습.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울산 울주군 새울원전본부에 위치한 신고리 3ㆍ4호기의 모습.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울주군 어촌이 ‘가짜 해녀’ 의혹으로 시끄러운 것은 원전 온배수(원자력발전소에서 수증기를 냉각하는 데 사용한 뒤 바다에 방출하는 따뜻한 물) 배출에 따른 어업 피해 보상금 등 각종 개발에 따른 보상금 때문이다. 지난 8월 6일 기준 울주군 9개 어촌계에 등록된 해녀 수는 1011명이다. 한국수력원자력 2014~2017년 울주군에 343억 규모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 가운데 해녀에게 돌아간 보상금은 38억원이다. 해양수산부가 신항만 공사에 따라 해녀에게 지급한 피해 보상금은 40억원이다. 해수부는 가짜 해녀 의혹이 불거지자 불법 신고자인 것이 밝혀지면 보상금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울산도시공사 매립공사, 한국석유공사 원유 부이(해상 원유 하역시설) 이설 등 울주군에 나온 개발 보상금은 수백억원에 이른다. 
 
신고리 원전 1·2호기 보상 문제가 불거진 2006~2007년 역시 비슷한 의혹이 일었다. 관할 지자체가 해녀 신고를 받긴 하지만 사후 관리는 어촌계에 맡기는 실정이라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울주군청은 연도별 해녀 신고자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건 없이 신고만 하면 해녀로 등록할 수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산업법 47조에 따르면 어업 신고자는 관할 수역에서 연간 60일 이상 조업을 해야 하며 어업 행위를 금지한 곳에서 조업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연간 60일 이상 조업을 누가, 어떻게 확인하는지에 관한 세부내용은 없다. 
 
울주군청 축수산과 직원은 “일반적으로 어촌계장이 작업일지에 도장을 찍거나 수협 위판장 판매 영수증으로 이를 확인하는데 어촌계장이 모든 해녀의 조업을 확인하기 어렵고 위판장 영수증 역시 가짜로 떼기 쉬워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전남·경북·강원 등 보상 문제가 엮인 어촌 지역 대부분 상황이 비슷하다”며 “가짜 해녀를 없애려면 60일 이상 조업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거나 신고 요건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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