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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의 시선]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비밀

강민석 논설위원

강민석 논설위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시절 ‘보수 진보 감별법’을 내놓은 적이 있다. 만원버스 안에서의 상황으로 보수와 진보를 분류한 매우 독특한 설명이었다.
 

중도지지율 73%일 때 종합지지율 73%, 중도 47% 지지하자 49%
중도 빠진 만큼 하락 … 자영업자층에선 부정적 여론이 긍정 앞질러

만원버스가 한 대가 정류장에 섰다. 이미 사람이 미어터지는 버스에 승객이 오르려 하면 “운전사 양반 고만 태우소, 마 비좁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노 전 대통령에 따르면 이때 그냥 출발하자고 말하는 사람은 보수다. 반면 “자, 좁지만 좀 안으로 드갑시다”라며 버스 뒤쪽으로 좁히고 들어가는 사람은 진보란다.
 
노 전 대통령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이 자주 사용했던 ‘야박’이란 단어를 빌자면 왜 보수라고 그렇게 ‘야박’하기만 하겠나. 노 전 대통령 또한 보수를 비난하려기보다는 진보가 지향해야 할 가치에 무게를 두고 말을 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만원버스론’엔 빠진 존재가 하나 있다. 바로 ‘중도’라는 존재다. 세상에는 어떤 문제에 대해선 진보적, 어떤 문제에 대해선 보수적인 사람들이 있다. 단순한 중간층이 아니며, 어떤 현안에 대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기계적 중립주의자나 결정장애자는 더더욱 아니다. 4·27 판문점 선언과 최저임금 인상문제를 놓고 봤을 때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는 강한 지지를 보내되 최저임금을 2년간 26%나 한꺼번에 올리는 문제에 대해선 경제의 체질을 생각해 비판적인 사람을 뭐라고 봐야 할까. 이들을 보수나 진보라 하긴 어렵지 않을까.
 
중도를 획일적으로 정의하긴 어렵겠지만 스스로를 중도라 여기는 사람들은 지금 현재 한국사회의 다수다. 한국갤럽의 9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00명의 이념성향을 조사했더니 자신이 보수라고 답한 사람이 229명, 진보는 288명, 중도가 329명이었다. 그런데도 중도는 한국 정치에서 늘 찬밥이었다. 양대 진영의 논리와 목소리가 더 컸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사진) 대통령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수도권 A의원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A의원이 “대선을 어떻게 치를 거냐”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이번 대선이야말로 중도니 뭐니 하지 않고 가치의 선거로 치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A의원은 이 말에 감동받아 문 대통령을 지지하기로 했다.
 
2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의 업무보고를 받고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의 업무보고를 받고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중도를 말하는 정치인이라면 먼저 선명하지 않은 회색인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스스로를 중도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그런 회색인들과는 다르다. 급격하지 않고 점진적이며, 시선이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으로 균형을 잡으려는 것일 뿐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싫어도 중도에 대해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급락하고 있는 지지율을 복원하고 싶다면 말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한때 80%까지 고공행진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0% 미만(49%)까지 떨어졌다. 누가 어디로 달아난 것일까. 한마디로 ‘중도+자영업자’의 이탈이 초래한 결과다. 최근 석달간 문 대통령의 지지율 변동 추이를 살펴봤다.
 
문 대통령 지지율 변동 추이

문 대통령 지지율 변동 추이

신기할 정도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중도층이 지지하는 비율과 추세가 같았다. 6월 넷째 주 문 대통령이 73%의 지지율을 기록했을 때 중도층 지지율은 73%. 한 자릿수까지 일치했다. 7월 중도층 지지율이 60%대를 가리킬 때 문 대통령 지지율도 60% 선을 유지했다. 9월 첫째 주. 중도층에서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7%로 떨어졌고, 문 대통령의 전체 지지율도 49%였다. 그간 누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견인해왔는지 보여주는 대목일 뿐 아니라 앞으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들이 중도임을 말해주고 있다.
 
자영업자(여론조사상 167명)들의 이탈속도는 중도층보다 더 가파르다. 한때 70% 이상 지지를 보내던 이들이지만 이젠 부정적 여론(59%)이 긍정적 여론보다 더 높은 상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마음이 왜 떠났는지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중도가 왜 돌아서고 있는지도 별로 답을 구하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일련의 일들을 보면 도대체 민심이반을 자초하려 마음먹은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니 말이다. 최악의 일자리 통계가 나온 시점에 통계청장을 교체해버리는 무신경,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두고 경제 컨트롤타워에서 “나도 깜짝 놀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무전략, 서민들은 부동산값 폭등에 억장이 무너지는데 “모든 국민들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야 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나는 거기 산다”고 말하는 무개념…. 이런 상황에서 장관을 다섯명이나 바꾼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은 어땠나. 중도가 보기에 국정운영의 동반자층을 넓히려는 의식이 드러났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깨끗하면서도 유능한 정부’를 기대했다가 ‘깨끗은 한 것 같아도 점점 무능해 보이는’ 정부에 계속 마음을 줄까 말까 방황하는 중도의 공허한 마음을 보았으면 한다. 만원버스에 한명이라도 더 싣고 고통 없이 가려면 뜨거운 마음뿐만이 아니라, 노련한 운전기술도 필요하다. 
 
강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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