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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변정담] 카드수수료 불만은 억지일까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물건 인도와 동시에 대금이 지급되는 현금거래와 달리, 외상거래는 대금 결제 때까지 이자비용과 회수불능 위험을 파는 사람이 부담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상인이라면 값을 더 받을 수 있거나 매출이 늘어나는 것과 같이 위험 부담을 상쇄할 만한 부수적인 효과가 기대될 때 외상거래에 응하기 마련이다.
 
우리의 일상이 된 신용카드 거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외상거래이다. 카드사는 이자비용과 회수불능 위험을 부담하고, 대신 가맹점은 카드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구조다. 그렇다면 가맹점들이 수수료 때문에 힘들다는 불평은 억지일까? 결코 아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가맹점은 거래 금액 여하를 불문하고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없고 현금거래와 차별할 수도 없다. 카드거래는 가맹점 입장에서는 수수료만큼 원가가 높은 거래임에도 이를 가격에 반영할 수 없고, 상대방이 원하는 한 거부할 수도 없도록 계약의 자유를 제한받는 것이다. 그 결과, 소액거래처럼 카드거래로 인한 매출증대 효과가 거의 없어 수수료가 고스란히 추가 비용이 되는 상황에서도 가맹점은 카드거래에 응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가는 연말정산에서 세제 혜택까지 부여하며 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당사자의 자율에 맡겨야 마땅한 결제방식에 굳이 국가가 간섭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뭘까. 가맹점의 매출액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카드거래가 세원(稅源) 파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가맹점들이 수수료를 내가면서 국세청의 징세 업무에 협력하는 셈이다. 징세 편의를 위해 추가 비용을 부담시켜놓고는, 조금은 미안한지, 일정 규모 이하의 영세 가맹점들에는 수수료율을 우대해준다.
 
카드사 입장에서 본다면 이건 황당한 얘기다. 가맹점 수수료는 외상거래와 관련하여 카드사가 제공하는 용역의 대가이다. 영세 가맹점들의 거래관리라 해서 품이 덜 드는 것이 아닌데도 무조건 공급 대가를 낮추라고 강요하는 것은 시장경제 질서에 반한다. 징세 편의로 인해 초래된 영세 가맹점들의 어려움은 최소한 이들에게라도 계약의 자유를 돌려주든지, 아니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국가의 부담으로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 사업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언제까지 정책의 부작용을 애꿎은 기업들의 희생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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