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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미국 발칵 뒤집어 놓은 익명의 기고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나는 트럼프 저항군의 일원이다(I am part of the Trump resistance)”는 제목으로 뉴욕타임스에 익명 기고한 고위 공직자의 글이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역자 색출에 혈안이 됐다. 20여 명에 달하는 백악관 고위 참모진과 행정부의 장관들이 공개적으로 “나는 아니다”고 충성서약하기에 바쁘다.
 

‘트럼프 저항군’은 민주주의 지킴이
우리 청와대는 누가 장악하고 있나

기고문엔 수정헌법 25조를 거론하며 “내각에서 대통령을 제거하는 복잡한 절차에 착수하자는 속삭임이 있었다”는 사실도 소개됐다. 우리로 치면 내란·쿠데타로 극형을 면키 어려운 스토리다. 그러나 미국 헌법 25조 4항은 “부통령과 내각의 과반수가 현직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관련 내용을 상원과 하원에 통보함으로써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도저히 안 되겠다고 내각이 판단할 경우 그를 쫓아낼 수 있는 권한을 헌법이 허락한 것이다. 역시 미국은 저항권의 나라, 민주주의의 방파제가 곳곳에 설치된 나라다.
 
외신들은 익명의 기고자가 펜스 부통령이나 매티스 국방장관,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일 가능성을 거론한다. 대중과 정치권의 신뢰가 두터운 사람들이다. 만일 그들이 기고자로 밝혀진다 해도 여론의 비난은커녕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과 싸운 영웅으로 존경받을 것이다. 트럼프의 수치(羞恥)와 권력 누수는 더 심해진다.
 
뉴욕타임스 기고문은 헌법과 국가가 대통령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안에 퍼져 있는 저항군이 비록 대통령의 은혜를 입었으나 충성은 미국과 미국인에 바친다는 얘기다.
 
“우리의 의무는 나라에 대한 것이다. 대통령은 공화국의 건강(health of our republic)을 해치고 있다” “대통령직의 훼손보다 무서운 건 트럼프가 국민의 일원인 우리(공직자)를 유린하도록 허용했다는 것” “트럼프와 함께 질이 낮아졌고 우리의 대화에서 시민성이라는 개념은 사라졌다” “모든 미국인은 트럼프의 당파주의(tribalism)라는 덫을 부수고 해방되어야 한다”.
 
이쯤 되면 기고문은 미국 독립이나 여성인권·민권자유 선언에 못지않은 ‘공직자의 반헌법 통치 거부 선언’으로 손색이 없다. 기고문이 보도된 지난 목요일(6일) 공화당 선거 운동을 하러 떠나는 트럼프 대통령한테 어떤 기자가 “지금 백악관은 누가 장악하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트럼프 정부의 겉은 대통령이 지휘하고 있지만 속은 저항군이 이끄는 것 아니냐는 조롱조의 질문이었다. 트럼프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워싱턴포스트).
 
이 장면을 떠올리면서 문득 “한국의 청와대는 누가 장악하고 있지?” 하는 의문이 생겼다. 북한의 비핵화 보장 없이 혼자서만 무장해제한 채 남북관계 과속 페달을 밟는 청와대, 빈약한 이론에다 현실 파탄이 통계로 증명된 소득주도 성장과 탈원전 미신을 무슨 신앙처럼 믿는 청와대, 그곳이 과연 한국의 헌법 수호를 서약하고 모든 한국인의 포용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통치 공간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결과적으로 그의 대통령직 성공에 방해가 되는 저항군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꼬리를 문다. 물론 미국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트럼프의 저항군은 변덕스럽고 충동적인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로빈후드 같은 세력이다. 청와대에 문재인의 저항군이 있다면 그들은 도덕적이고 개혁적인 대통령을 이용해 국가 체제를 바꿔 보겠다는 야심가일 것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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