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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은 안온다는 한국, 지방색 살린 체험 상품이 답"

1999년 상하이 시내 한 건물에 씨트립이라는 회사가 등장했다.

 
젊은이 4명이 모여 만든 벤처 여행사였다. 이 회사가 훗날 세계 제2위의 온라인 여행사로 성장할 줄은 몰랐다. 지금 세계 여행업계를 흔들고 있는 씨트립은 그렇게 탄생했다.

장원 씨트립코리아 대표, 한국 여행업계에 조언
"20대 겨냥해 '온라인' 체질 개선도 필요"

 
씨트립의 등장은 우리 관광업계에도 적지 않은 자극이 됐다. 지금 전 세계 해외 여행사 중 KTX 승차권을 예매할 수 있는 곳은 씨트립 딱 한 곳이다. 이 회사는 자사가 유치한 여행객을 묵게 할 수 있도록 국내 호텔을 매입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회원 3억 명, 하루 50TB(테라바이트)의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 이 회사는 그렇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 여행업계도 빨리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전화로, 대리점으로 영업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20대를 겨냥해 얼른 온라인 중심으로 체질을 바꿔야 합니다"

 
장원(蒋雯) 씨트립코리아 대표가 국내 여행업계에 던진 쓴 소리다. "아직 한국 여행사는 오프라인 위주이기에 한계가 있다"라는 지적이다. 그는 "여행객의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는데 한국의 주요 여행사들은 아직도 40~50대 관광객을 겨냥하고 있다"며 "20대 청년층의 눈높이로 빠르게 전환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유학생 출신의 장 대표는 2007년 롯데호텔 근무 시절부터 지금까지 10여 년간 중국 관광객 유치와 온라인 여행 상품 개발에 관여해왔다. 광화문 씨트립코리아 사무실에서 장 대표를 만났다.
 
서울 광화문 씨트립코리아 사무실에서 장원 대표를 만났다 [출처: 차이나랩]

서울 광화문 씨트립코리아 사무실에서 장원 대표를 만났다 [출처: 차이나랩]

주로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하나
아직은 중국인 이용자가 많다. 하지만 씨트립이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트립닷컴'을 통해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 여행을 준비한다. 숙박, 항공권, 기차표 등 전 세계의 여행 관련 상품을 이 곳에서 예약할 수 있다.
 
사드 이후로 중국 관광객이 줄었다고 하는데
사드 사태 이후로 관광객이 급감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100% 이상 늘었다. 단체 관광객도 많지만 자유여행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많아졌다. 특히 한국 아이돌의 콘서트 기간에는 강남 일대 호텔이 유커들로 꽉 찬다. 여성이 60% 이상인데 대부분 20~30대다.
 
유커들의 주요 관광코스 중 하나가 명동 쇼핑이라던데
그게 문제다. 쇼핑은 한국 말고 다른 나라를 가도 어디든 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들이 "한국에 두 번까지는 오겠는데 세 번은 안 올 것 같다"고 한다. 할 게 없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인들의 워크샵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면 각종 활동을 많이 집어넣는데 그 중 문화 관련 체험 상품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김치 만들기, 한복 입고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이런 체험 상품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  
 
경복궁, 덕수궁 같은 고궁도 인기 코스라고 들었다
그러다보니 관광이 서울 중심으로 이뤄진다. 제주도 많이들 가는데 부산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방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여수나 강릉, 통영처럼 지방에도 특색 있는 관광지가 많다. 트립닷컴을 통해 항공권이든 기차표든 다 예매할 수 있기 때문에 유커들도 원한다면 한국의 어느 지역이든 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보니 한국 관광이 다채롭지 못하고 일회성으로 그친다.
 
일본과 비교해보자. 일본은 블로그 등 인터넷을 통해 중국인에게 각지의 다양한 여행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도 정부든, 관광업계든 여행객을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각 지자체와 한국관광공사가 함께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좋은 TV프로그램을 만들거나 특색 있는 민박을 소개하는 사이트를 만드는 등 홍보에 주력해야 한다. 씨트립은 음식점 안내 서비스 '미식림(美食林)'을 통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왼쪽은 2013년 2월 방한한 영화배우 청룽(成龙·성룡)과 함께. 오른쪽은 류옌둥 중국 부총리가 국무위원 시절. 장문 대표가 롯데호텔에서 일하는 동안 유치한 VIP들이다 [출처 장원]

왼쪽은 2013년 2월 방한한 영화배우 청룽(成龙·성룡)과 함께. 오른쪽은 류옌둥 중국 부총리가 국무위원 시절. 장문 대표가 롯데호텔에서 일하는 동안 유치한 VIP들이다 [출처 장원]

 
'미식림'에 대해 좀더 설명해달라
씨트립이 만드는 '중국판 미슐랭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여행객이 그 지역에서 맛있는 음식을 맛 볼 수 있도록, 또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어느 지역으로 가야할지 알려줄 수 있도록 음식점 정보를 제공한다. 요리사, 음식평론가 등을 초청해 식당의 음식을 맛보고 평가하도록 했다. 씨트립코리아 직원도 한국 식당에서 일본의 유명 프로그램 '고독한 미식가' 컨셉으로 영상을 촬영했다. 맛집에 대한 정보를 잘 축적하면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중요한 정보가 된다.
 
그런 서비스는 누가 개발하나
연차, 직급에 관계 없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힐 수 있다는게 우리 회사의 장점이다. 씨트립코리아 직원 대부분은 20대 후반~30대고 40대는 한 명 밖에 없다. 본인들이 트립닷컴 사이트를 자주 쓰면서 고쳐야 할 점, 추가해야 할 기능을 제안한다. 상품을 개발할 때도 제약 없이 자유롭게 진행하고 빠르게 진척시킨다. 씨트립에는 6개월에 한 번씩 승진 기회가 있는데 빠르면 매년 승진을 할 수 있다. 젊은 친구들이 고속 승진을 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경우도 있는데 빨리 성장하면 그만큼 남들보다 책임감도 강해지고 능력도 더 향상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됐나
2001년 상하이에서 한국 음악,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만 해도 중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나 역시 MTV를 통해 가수 이수영의 'I believe' 뮤직 비디오를 접하고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년'을 즐겨 들으며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전문대 회계학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친척이 많이 살고 있는 호주로 유학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신문에서 '한국과 중국의 교류가 점차 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한국에 대한 호감이 있었기 때문에 더 유심히 봤던 것 같다. '한국을 잘 아는 중국인에게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내용을 읽고 나니 한국에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준비 끝에 2003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 당시 유학생 12명과 함께 한국으로 건너왔는데 나는 상하이에서 자비로 한국에 유학 온 첫 번째 학생이었다.
 
[출처 차이나랩]

[출처 차이나랩]

씨트립이 두번째 직장이다
졸업 후 중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여러 사람들의 권유로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게 됐다. 2007년 롯데호텔이 첫 직장이다. 중국인 손님을 유치하고 응대하는 일을 했다. 당시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중국 대사관과 중국 정부, 중국 기업체를 대상으로 판촉을 했다. 업무차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VIP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대사관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관건이었다. 탁구, 등산 등 함께 할 수 있는 각종 행사를 통해 대사관 사람들과 돈독한 인연을 다졌다.  
 
그 덕분에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의 국가 VIP, 각 지방 성장·시장 방한단을 우리 호텔로 유치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오는 분들은 한국말을 할 줄 모르다보니 문의 사항이 있으면 밤이든 새벽이든 나에게 전화가 왔다. 나중에 중국에서 단체 손님을 받았을 때는 아예 내 전화번호를 미리 고지했다. 하도 많은 전화를 받다보니 나중에는 목소리가 안나올 정도였다.  
 
1년 정도 일하고 나니 무엇을 해야 할지 보이기 시작했다. VIP를 응대할 때는 나혼자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기에 각 부서가 할 일을 매뉴얼로 만드는 등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체계를 만들어 갔다.
 
씨트립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씨트립이 한국 지사 설립을 앞두고 한국 기업인들에게 한국에 있는 중국인 중 호텔 경험이 있는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3명이나 나를 추천했다고 한다. 나는 롯데호텔에서 6년간 일하며 남들도 부러워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이직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재차 제안이 와서 가족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다들 '30대 초반이면 아직 젊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 밖에 없다'고 응원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다.  
 
2013년 4월, 상하이에 있는 씨트립 본사에서 교육을 받고 돌아와 한국 지사를 혼자 차렸다. 한 달에 100만원을 주고 광화문 오피스텔 건물에 있는 조그마한 사무실을 빌렸다. 집기를 사고 전화와 인터넷도 연결하고 간판도 내걸었다. 사무실에 혼자 앉아 일을 하기 시작했다. 씨트립코리아의 시작이다. 지금은 직원이 50명으로 늘었다. 지금 공사중인 콜센터에는 200명의 전화상담요원이 근무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20대에 돈을 벌 생각을 하기 보다는 친구를 만들고 여행도 하고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경험이 쌓이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뭘지 알게 되고 그 분야의 전문성도 갖게 된다. 직원들 가운데 중국 유학을 다녀온 학생들이 많은데 현지에서도 한국 사람들끼리 모여 다녔다고 한다. 중국인 유학생들도 마찬가지일거다. 만약 해외에 나가게 되면 그 나라에서 만난 이들과 어울리며 현지화하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훗날 자산이 된다.
 
씨트립
1999년 문을 연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숙박, 항공권, 열차, 여행 상품 등의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3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2015년 중국 2위 온라인 여행사 취날(Qunar)과 합병하고 2016년 영국의 항공권·호텔·렌터카 가격 비교 서비스인 스카이스캐너(Skyscanner)를 인수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온라인 여행사가 됐다. 중국에는 상하이 본사와 18개 지점이 있으며 한국, 싱가포르, 일본, 홍콩, 타이완 등에서 해외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차이나랩 김경미, 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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