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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맛있는 가을 전어가 왔어요!

이지민의 “오늘 한 잔 어때요?” <58> 신사동 ‘해남집’
‘처서’가 지나고 나니 시원한 가을 바람에 귀뚜라미 울음이 실려온다. ‘지금쯤이면 시작했을 텐데?’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이모님 전어 시작했어요?” 들려오는 웃음소리. “당근 시작했재. 빨랑 먹으러 오랑께.”  
 
한걸음에 달려간 곳은 신사동 ‘해남집’. 남도 음식 전문집이다. 손수 정성껏 만든 푸짐한 밑반찬에 따뜻한 밥, 싱싱한 해산물 요리가 생각날 때면 찾는 곳이다. 봄에는 산 주꾸미와 갑오징어, 여름엔 민어가 나온다. 가을 전어와 세발낙지 그리고 겨울의 참꼬막과 매생이를 철 따라 챙겨 먹다 보면 사계절이 간다.  
 
계절별 생선 조림도 별미. 황석어와 병어 조림에 이어 찬바람 불 때쯤에는 갈치 조림이 나온다. 양념이 잘 밴 생선과 무 조림, 칼칼한 양념에 밥을 비벼 먹기 그만이다. 사계절 메뉴도 많다. 입맛이 없을 땐 보리 굴비, 막걸리가 생각나는 날에는 홍어삼합, 회사 동료들과 소주 한잔 할 때는 떡갈비나 육전이 딱이다.  
 
이 집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항상 시원시원한 입담으로 손님을 맞는 허금란(58) 사장님이다. 사장님의 추천대로 주문하고 사장님이 알려주는 대로 먹는 게 가장 맛있다. “내가 해남군 해남읍 송용리 출신인데, 해남 출신이라 해남집이라 붙였재. 뭐시기 식당이라고 이름 짓기도 귀찮기도 했고.”  
 
음식 비법을 물었더니 재미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집 음식은 촌시러운 맛인디? 구수한 맛, 할매들 맛이여. 인공 조미료 그런 것도 안 쓰고 진짜 건강식이재. 해남집 아니면 이런 맛 못 봐. 내가 자랑이 너무 심한가?(너털웃음) 내가 식당만 20년 정도 했는데, 참 우여곡절이 많았어. 광주로 시집가서 살다 애들 데리고 서울로 와서 생고기 전문점을 차렸는데, 광우병 파동 때 홀라당 말아먹었어. 당시엔 고기를 팔기 위해 소 한채(반 마리)를 사야 했는데, 이게 부담이 너무 크더라고. 그래서 해산물로 바꿨지. 해산물은 그날 그날 필요한 만큼 사오면 되니까 세상 편해.”  
 
해산물은 매일 아침 사장님이 하남수산물센터에서 직접 공수해온다. 매일 시세가 달라 가격을 잘 보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고르는데도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 “요즘은 새우랑 전어가 수족관에서 춤추고 돌아다녀. 팔닥팔닥 돌아다니는 놈들만 골라서 사는 게 노하우여. 낼 모레 갈 놈은 입을 하늘로 쳐들고 있거나 안 움직이는데, 그건 싱싱하지 않은 거야. 전어는 딱 지금 지 시점인디. 구이는 크기가 적은 게 맛있고, 회는 너무 큰 것 보다는 중땡이(중간 사이즈) 맛있어.”  
 
막 사온 전어는 손질이 필요하다. “전어는 구입하자마자 목을 따고 피를 빼야 살로 피가 안 들어가. 살에 피가 들어가면 맛이 없고, 육질이 쫀득쫀득하질 않아. 피를 쪽 빼고 가지고 오자마자 우리 조리 실장님이 얼른 급랭 시켰다가 손님들한테 내지. 그래서 우리 전어는 맛있당께.”  
 
자리에 앉자마자 전어 3종 세트를 시켰다. 기본 안주인 풀치(갈치의 새끼) 무침과 3년 묵은 김치가 먼저 나온다. 풀치는 물엿과 고추장·깨로 양념한다. 짜지 않고 고소하다. 꾸덕한 식감이 그냥 씹어도 좋지만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전통 전라도식으로 매년 이천 포기 넘게 직접 담그는 묵은 김치는 “해남집의 보물”. 해풍을 맞고 자라 잎이 얇고 단맛이 있는 해남 배추에 직접 담근 멸치 젓갈과 새우 젓갈을 쓴다.  
 
드디어 나온 전어 트리오, 전어회·전어초무침·전어구이! 마침 해남에서 해창막걸리 6도와 12도가 막 도착했다. 점심 피크 타임이 막 지난 때라 애주가인 사장님과 해남집 오픈 때부터 사장님 옆을 지켰다는 차양순 조리실장님도 합석했다.  
 
시작은 전어회. “전어는 기름기가 많은 편이라 많이 먹으면 설사하거나 탈이 날 수도 있는데, 된장을 같이 먹으면 좋아. 깻잎을 싸먹으면 궁합이 아주 딱이재. 상추는 수분이 많아 전어회랑 먹으면 싱거운 맛이 도드라져. 상추는 외려 전어무침이랑 잘 어울려.” 사장님 말씀 따라 깻잎에 전어회와 고추·마늘·된장을 올린 뒤 싸서 먹으니 즐거운 마리아주가 입안에서 펼쳐진다. “그래 바로 이 맛이지.” 해창막걸리를 잔에 따르고 즐겁게 쭉 들이킨다. 아! 이 막걸리에 대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땅끝마을 해남에는 해창(海倉)이라는 이름의 마을이 있다. 바다의 창고라는 뜻이다. 이 마을에 1920년대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일본식 가옥과 정원을 그대로 보존한 채 양조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 해창주조장이다. 정원이 워낙 아름답고 술 맛이 좋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양조장 체험 및 시음이 가능하다.  
 
대표 막걸리인 해창막걸리는 멥쌀과 찹쌀, 누룩만으로 빚어내며 15일간 자연 발효시킨다. 6도가 대중을 아우르는 맛이라면, 원주의 맛을 그대로 간직한 12도는 걸쭉하면서 깊이가 있다. 맛은 깔끔하고 담백하다. 해산물과 아주 잘 어울리며, 적당한 탄산이 있어 전어의 기름기를 잘 잡아준다. 소주파였던 사장님은 해창막걸리를 맛본 뒤로 주종을 바꿨다고.  
 
다음은 전어구이. 오븐에 막 구워내 윤기가 좌르르 도는 전어를 집어들자 다시 사장님이 나선다. “전어구이는 그냥 먹으면 안 돼. 부추 김치를 머리에 돌돌 감아 머리부터 뼈째 잡숴봐. 그렇게 먹어야 진짜 참 맛을 알 수 있어.”  
 
같이 씹다 보니 부추의 맛과 향이 전어에 부드럽게 녹아 들어간다. “지금은 전어가 기름기가 감돌고 부드러워서 이렇게 구이로 먹기 좋은데, 10월 즈음이 되면 뼈가 뻐써져(뼈가 단단해지고 억세진다는 말). 그때는 포를 떠서 먹어야 하지.”  
 
마지막은 양념장에 맛있게 무쳐낸 전어초무침. 상추에 싸먹어도 좋지만 밥을 시켜서 회덮밥처럼 팍팍 비벼서 먹어도 좋다. 막걸리를 신나게 마시다 보니 갑자기 걱정이 앞섰다. “사장님 저녁 장사 하셔야 하는데 낮술 괜찮으세요?”  
 
“인생 뭐 있다고? 인생은 알코올이라고. 술은 먹어야 제맛이재.” 이날 전어 3종세트에 막걸리 3병을 순식간에 비웠다. 모쪼록 전어 뼈가 뻐써지기 전에 다들 전어를 맛보러 가시길! 바야흐로 맛있는 가을이다.   
 
‘대동여주도(酒)’와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 콘텐트 제작자이자 F&B 전문 홍보회사인 PR5번가를 운영하며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있다. 술과 음식, 사람을 좋아하는 음주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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