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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바꾼다고 업적이 될까

매년 전세계 음악 산업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가 있다. 세계 3대 음악마켓으로 꼽히는 미국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프랑스 미뎀(MIDEM), 싱가포르 뮤직매터스(Music Matters)가 그 주인공이다. 수천 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전 세계 음악 시장의 트렌드를 살피고, 각국에서 마련한 뮤지션들의 쇼케이스를 감상하며 새 얼굴을 찾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K팝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며 2012년부터 K팝 무대를 열고 있다. 일명 ‘케이팝 나잇 아웃(K-Pop Night Out)’ 이다. 아이돌 그룹을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이 무대에 올랐다. 2014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SXSW의 ‘케이팝 나잇 아웃’에는 가수 레이디 가가가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케이팝 나잇 아웃’은 ‘코리아 스포트라이트(KOREA SPOTLIGHT)’로 이름이 바뀌었다. 6년 만이다. “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소개하기 위함”이라는데, 수년 전 싱가포르 뮤직 매터스 현장에서 만난 한 국내 음악 관계자의 말이 떠올랐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케이팝 나잇 아웃’의 이름부터 바꾸려고 해서 골치에요. 같은 행사인데 이름이 자꾸 바뀌면 외국 손님들이 헷갈리지 않겠어요? 인지도를 쌓아놓으면 바꾸려 하니 자리 잡기가 참 어렵습니다.”  
 
수장 교체와 동시에 바뀌는 이름들의 역사는 오래됐다. 지금까지도 아까운 이름이 몇 있는데, ‘하이서울페스티벌’도 그 중 하나다. 2003년 출발해 서울 거리에서 열리는 축제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2016년 ‘서울거리예술축제’로 명칭이 바뀌었다. 행사를 주최하는 서울문화재단의 설명에 따르면, 거리예술로 특화된 행사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그런데 마침 2015년 서울시의 홍보 슬로건이 ‘하이 서울’에서 ‘아이 서울 유’로 바뀌었다. 하이 서울이 사라지니, 하이서울페스티벌이라는 이름도 없어져야 했던 걸까. 당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66.5%가 “새 브랜드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13년간 구축해온 브랜드를 굳이 왜 바꿔야 하며, 바뀌는 명칭이 더 좋은지 모르겠다는 이유에서다. 지금도 한국관광공사의 앱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검색하면, 서울거리예술축제 옆에는 ‘(前하이서울페스티벌)’이라고 적혀 있다. 바뀐 지 3년째인데도 옛 이름의 힘이 더 강해 보인다.  
 
국가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는 어떤가. 지난해 6월 말, 바뀐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표절 논란 등으로 폐기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만든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를 바꾸자는 시도였으나, 앞의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바꾸는 이유와 결과물에 대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3일, 서울디자인재단도 서울디자인위크ㆍ서울패션위크ㆍ서울새활용위크를 아우른 디자인 소통 한마당 ‘서울디자인클라우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이 만든 브랜드 중 수십년간 유지되는 이름이 과연 몇 있을까. 내용은 바뀌는 것 없이 이름만 자꾸 바꾸는 행태들에 피로할 따름이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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