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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와 ‘유니크’, 최후의 승자는

오페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극장지배인, 음악이 먼저 말은 그 다음’
살리에리 김재섭

살리에리 김재섭

범접할 수 없는 천재와 그를 시기한 준재의 비극. ‘세기의 라이벌’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는 정말 그랬을까. 1984년 영화 ‘아마데우스’ 개봉 이후 누구나 사실로 믿고 있지만, 이게 팩트가 아닐 수도 있다. 서울시오페라단의 신작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극장지배인, 음악이 먼저 말은 그 다음’(9월 12~16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오페라 70년 역사상 최초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오페라를 한날 한시에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작발표회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공연 일부를 시연하는 독특한 컨셉트로 진행됐다. 실제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각각 작곡한 단막 오페라 2편을 2막짜리 하나로 엮어 둘의 관계는 물론 오페라 자체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흥미진진한 ‘메타 오페라’다.  
 
살리에리 오승용

살리에리 오승용

역사적 배경은 300년 전인 18세기 후반 비엔나. 오스트리아 황제 요제프 2세가 작곡가들에게 졸속 제작이 만연한 오페라계를 풍자하는 작품을 만들라는 명을 내리며 경연을 개최한다. 이에 당대 ‘라이징스타’ 모차르트와 궁정음악가 살리에리가 1786년 2월7일 쇤브룬 궁전 오랑제리에서 실제로 대결을 벌였다. 모차르트의 작품이 징슈필(독일어 희극 오페라) ‘극장 지배인’, 살리에리의 작품이 오페라 부파(이탈리아어 희극 오페라) ‘음악이 먼저 말은 그 다음’이다.  
 
모차르트가 실제로 나흘만에 작곡한 ‘극장 지배인’은 가수 캐스팅을 좌우하는 후원자 갑질 풍토를 재치있게 풍자한다. 두 여가수가 서로 프리마돈나가 되겠다며 아옹다옹하는 장면이 희극적으로 펼쳐진다. 이런 소재를 모차르트에게 조언했던 살리에르가 만든 ‘음악이 먼저’는 나흘만에 오페라를 완성해야 하는 작곡가와 작가의 옥신각신을 역시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각각 독일어와 이탈리아어로 공연되지만 대사와 레치타티보 부분은 한국어로 옮겨 관객과의 거리도 좁히고, 연극적 특징이 강한 징슈필에는 실제 연극배우가 출연해 극적인 재미도 살렸다.  
 
모차르트 송철호

모차르트 송철호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직접 등장한다는 것은 흥미롭다. 이지혜 작가와 장영아 연출은 두 사람이 실제 자신의 오페라 안에 들어가 해프닝을 만들도록 각색했다. 극중 동시에 작곡을 시작한 두 사람은 각자 갈등을 겪다가 2막 후반부에서 만나게 된다. 완전한 창작인 만남 장면이 어떻게 처리될 지가 관전 포인트다. “우리가 알던 둘의 관계가 사실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는 게 장 연출의 귀띔. “살리에리는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존경받는 스승이었다. 모차르트가 천재였다면 살리에리는 다른 사람 장점을 이끌어내는 좋은 선생님이었다. 질투나 경쟁 관계가 아니었던 둘의 진짜 관계를 공연장에서 다각도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구모영 지휘자는 “공연의 포커스는 경연이 아니라 작곡가의 고뇌”라고 했다. 귀족의 후원도 받아야 하고 좋은 작품도 만들어야 하는 현실적 에피소드를 통해 살리에리와 모차르트가 결국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얘기한다. 모차르트에 비해 가볍다고 평가받는 살리에리의 음악은 오페라 부파가 성행하던 당시 귀족용 유흥거리로 작곡됐다. 이태리말과 드라마에 음악을 맞추다보니 즐겁지만 가벼운 음악이 됐고, 그런 고민이 ‘음악이 먼저 말은 그 다음’에 반영된 셈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누구도 예술을 비하할 수 없다는 점이다. 2막에서 즐겁게 가다 갑자기 예술이 무엇인지 진지한 토론이 펼쳐지는데, 예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재밌는 대본이 음악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즐거운 작품이 될 것”이라고 지휘자는 자신했다.  
모차르트 김두봉

모차르트 김두봉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각자 작곡한 오페라에 직접 등장한다니, 관객은 헷갈리지 않을까. 이경재 예술감독은 “연극적으로 각색된 드라마와 대사를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1막과 2막 중 맘에 드는 쪽에 스티커를 붙여 이야기를 나누는 등 당대 관객의 입장을 우리 극장으로 옮겨 오는 현장 이벤트도 준비중”이라니, 관객은 300년전 쇤부른 궁전으로 타임슬립해 두 작품을 평가하게 됐다.  
 
경연에선 살리에리가 이겼지만, 현대에 와선 모차르트가 이긴 셈인데, 300년만에 부활된 이 경연은 둘 중 누가 나은지 새삼 재평가하려는 것일까. 장 연출은 “오히려 경쟁에 관한 질문을 던지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고는 오직 한 사람이죠. 하지만 경쟁을 통해 각자의 개성을 발견해 누구나 유니크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경쟁의 의미인 것 같아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만 봐도 최고란 허상에 불과하잖아요. ‘베스트’는 ‘온리원’이지만, 개성이 존중받는 ‘유니크’는 ‘에브리바디’가 될 수 있죠. 역사적 사실이 그랬더군요.”  
 
글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서울시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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