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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워 호스' 여기서 나올까

연극 새 판 짜기 나선 국립극단 '연출의 판'
2018 '연출의 판'에 참여한 연출가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남인우 하수민 박해성 김지나

2018 '연출의 판'에 참여한 연출가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남인우 하수민 박해성 김지나

 
작가도 없다. 연출가는 ‘연출’에서 벗어났다. 만나서 연습도 안한다. 일상 탈출의 공간인 극장을 일상으로 옮기고, 심지어 극장을 ‘모이는 곳’이 아닌 ‘지나가는 곳’으로 만든다. 이것이 과연 연극이 될 수 있을까. 새파란 신진들이 객기 부리는 것도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 기성 연출가들이 매진하고 있는 가장 핫한 실험의 현장, 국립극단 ‘연출의 판’이 지난 3월부터 작업해온 결과물을 선보이는 쇼케이스(9월 8일~10월 15일 소극장 판)다.  
 
‘형식 실험’이 젊은 연출가들을 중심으로 연극계 키워드가 된 지는 꽤 됐다. 하지만 지난 정권 때 박근형 연출의 ‘개구리’ 검열 사태 이후 보수적인 공연만 올려왔던 국립극단이 실험에 나선 것이라 이목이 쏠린다. 첫 작품인 박해성 연출의 ‘프로토콜’은 티켓 오픈 27분만에 매진됐을 정도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지원금 심사에 시달려온 연출가들의 한을 풀어주려는 듯 “포장없이 솔직한 자기 목소리를 내라”며 ‘연출의 판’을 벌이고, 대표적인 블랙리스트 연출가 윤한솔을 ‘판 감독’으로 섭외했다. 그러자 윤 감독은 국립극단, 아니 기성 연극계의 ‘권위’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첫 해를 열었다. 2010년 재단법인 국립극단 출범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의 연극은 지금 여기 인간다운 삶의 진실을 담는다’로 시작되는 ‘국립극단 연극선언문’을 삐딱하게 바라본 것. 박해성·남인우·하수민·김지나 등 개성 뚜렷한 작업을 해온 기성 연출가들을 섭외해 ‘연극의 공공성과 동시대성’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통해 각자의 작업에 도약의 계기로 삼도록 했다.  
 
이 실험에는 연극의 틀에 갇힌 어떤 제약도 없다. ‘연극선언문’에서 비롯된 ‘동시대성’과 ‘공공성’이라는 테마만 있다. ‘응용연극연구소’의 박해성은 아예 ‘연출’의 프레임을 내려놓아 버렸다. 최고 책임자로서 작품의 헤게모니를 독점하는 게 아니라 공동작업자로서 참여한다. 공연의 시작은 유튜브 영상이다. 박 연출은 “지하철에서 승객들의 휴대폰에 펼쳐져 있는 유튜브 채널을 보고, 연극이 일상에 스며드는 차원에서 공연을 유튜브에 올리며 시작하게 됐다”며 “이 영상을 관객들이 어떤 맥락으로 소비하는가가 작품의 주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험을 위한 실험’이 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마지막 작품 ‘잉그리드, 범람’의 김지나 연출의 경우 “형식의 실험을 하라고 해서 고민하다가 연습실에서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을 의심해 보게 됐다”고 했다. 하여 참가자들이 공연 당일 극장에서 처음 만나는 파격을 구현할 예정이다. 한 번도 만나지 않고 내내 온라인을 통해 연습을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손 붙들고 만들어가는 아날로그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연극이 마지막 끈을 놓아버린 모양새다.  
 
네 연출가 모두 어떤 이야기를 할 지는 함구한다. 추상적인 개념만 제시할 뿐. ‘연극의 판도를 뒤집는 네 편의 혁신적인 무대’란 어쩌면 더 이상 연극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매체가 아닌 시대를 버티는 연극의 처절한 몸부림이 아닐까. 하지만 혹시 이런 공연이 창작자만을 위한 것이 되지는 않을까, 과연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남는다.
 
윤한솔 감독의 대답은 역시 도발적이다. “영국 NT씨어터의 세계적인 흥행작 ‘워 호스’ 같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출가들에게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목적도 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좋은 작품을 발굴한다는 목적도 있어요. 우리는 NT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모델로 합니다. 이 시스템으로 개발된 ‘워 호스’도 처음엔 관객친화적이지 않았지만, 나중에 자본이 붙고 3년이 넘는 개발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에요. 이번 쇼케이스가 그다지 매혹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본공연으로 개발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글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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