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호텔 벽 더듬어 탈출 ‘홋카이도 악몽’

7일 일본 홋카이도 아쓰마에서 자위대원들이 산사태로 매몰된 주택에서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홋카이도에서는 40여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홋카이도 로이터=연합뉴스]

7일 일본 홋카이도 아쓰마에서 자위대원들이 산사태로 매몰된 주택에서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홋카이도에서는 40여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홋카이도 로이터=연합뉴스]

#1. "빈방이 없는 것은 아닌데 만실입니다. 죄송합니다.”
 

지진 덮친 일본 르포
자가 발전 주유소엔 1㎞ 차량 행렬
산줄기 칼로 자른 듯 흙더미 사태
키 40m 나무 들풀처럼 나뒹굴어
공항 문 열고 신칸센도 운행 재개

강진이 홋카이도(北海道)를 덮친 6일 오후 홋카이도 남단 하코다테(函館)시. 기차역 부근 호텔의 직원은 빈 방을 구하려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홋카이도 전역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전화 역시 불통이 됐다. 예약 취소 전화조차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방을 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삿포로 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찾아간 렌터카 업체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하코다테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홋카이도의 관문’으로 불리는 신치토세(新千歲) 공항이 폐쇄되면서 하코다테 공항으로 가는 티켓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공항은 자체 발전기를 돌려 어렵사리 운영됐다. 전광판도 멈췄고, 탑승수속도 모두 수기로 진행됐다.
 
정전은 ‘일본 최고의 야경’으로 유명한 관광도시 하코다테의 밤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오후 7시쯤 해가 저물자 도시는 암흑처럼 변했다. 유일하게 문을 연 주유소엔 밤 늦게까지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1㎞ 넘게 줄을 섰다. 주변 편의점은 오후 4시쯤 모두 문을 닫았다. 일찌감치 건전지와 생수, 식료품은 동났다.
 
#2. "어머니~ 살아 계신거죠~.”
 
종잇장처럼 구겨진 집 앞에서 목놓아 어머니를 부르던 60대 여성 다키모토(65)는 끝내 바닥에 주저앉았다. 렌터카로 4시간30분을 달려 7일 오전 도착한 홋카이도 아쓰마초(厚眞町)의 요시다 지구. 3대가 함께 살던 집에 산사태가 덥치면서 가족 중 두 명은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어머니 요시코(95)의 시신을 찾기 위해 소방대원과 자위대원, 경찰들이 구조견까지 동원해 밤새 수색활동을 벌였지만 허사였다.
 
아쓰마초는 일본 기상청이 발표하는 진도(10단계로 표시한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 7을 기록한 곳이다. 오전 3시8분에 발생한 강진이었기에 대피할 틈도 없었다. 인명피해 ‘사망 11명, 심폐정지 7명, 실종 22명’(NHK 집계) 중 대부분이 이 일대에서 발행했다. 산사태의 원인은 대부분 화산재로 이뤄진 지반이 태풍으로 약해진 상황에서 지진이 났기 때문이다. 산줄기마다 메스로 도려낸 듯 흙더미가 흘러내렸다. 높이 30~40m의 나무들이 들풀처럼 쑥쑥 뽑혀 나뒹굴었다. 토사에 휩쓸린 집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뒤집힌 자동차들은 진흙에 파묻혔다.
 
#3. "호텔 10층에서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벽을 더듬으며 겨우 탈출했다.”
 
경북 구미에서 마을 주민 25명과 단체 여행을 왔다는 김노미(63)씨는 지난밤의 악몽을 이렇게 전했다. 전날까지 300여 명의 관광객이 머물렀던 삿포로시의 오도리 고등학교 체육관에는 7일 오후엔 100여 명만 남아 있었다. 홋카이도 체류 중이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지진으로 항공편과 기차편이 끊기자 오도리 고등학교 등 수용시설에 분산 수용됐다. 이들은 삿포로시와 영사관 측이 준비한 주먹밥과 물을 부어 먹는 건조밥 등으로 하루를 버텼다.
 
이날 오전 부분 정상화된 신치토세 공항은 ‘탈 홋카이도’ 인파로 북새통이 됐다. 신칸센 운항도 재개됐다. 홋카이도 전역을 ‘블랙아웃(대정전)’ 패닉에 몰아넣었던 295만 세대의 정전 사태도 절반인 149만 세대에 전기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총영사관 측은 "국내 항공사들이 8일부터 운항을 재개하면 발이 묶였던 관광객들이 대부분 귀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늘어나는 인명 피해와 가족들의 오열을 뒤로한 채 홋카이도는 지진의 충격에서 조금씩 헤어나오는 모습이다.
 
하코다테·아쓰마·삿포로=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