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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탓 저성장 시대 돌입한 한국, 산업 구조조정 진행 중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자 한국의 금리·주가·환율이 동시에 요동쳤다. 양호한 경제 지표와 기업 건전성에도 외국 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경기는 식어갔고 또 한 번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공포감이 감돌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저금리 정책, 외화보유액 관리 방안, 경기 부양책, 재정 지출 확대를 처방으로 내놓았다. 다행히 충격은 우려보다 약했다. 서브프라임 대출 부실과 연관된 한국 투자액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타격이 작았던 이유도 있다. 마침 체결된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는 급등한 환율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2008년 4분기 금융 위기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한국은 1분기 만인 2009년 1분기 플러스 성장(0.2%)으로 회복됐다. 삼성그룹 등 위기 직후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기업체는 1년이 되기 전 정상 체제로 돌아섰다. 금융위기에도 중국의 성장세가 이어져 수출 기업은 오히려 특수를 누릴 수 있었다. 신한은행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중국과 통화 스와프 체결 조치 등이 시급했던 환율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비교적 잘한 편이다. 대응 속도가 빨랐고 외환위기로 축적된 맷집도 빛을 발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인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면서 한국 경제의 활력은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2008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무려 6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5.25%에서 2%로 인하했다. 현재는 1.5%로 10년째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금리 인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정부가 재무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대기업그룹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했고 업종별 산업 구조조정이 단행돼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구조조정은 한국 주력 산업이 뒤바뀌는 결과로 이어졌다. 2008년 12월부터 기업 신용위험을 평가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 891개(대기업 144개사·중소기업 747개사)를 가려냈다. 성동조선해양, STX 조선해양 등이 대표적이다. 성동조선은 당시 파생상품거래손실과 침체에 따른 해외 선박계약 취소로 2010년 4월 채권단 자율협약을 개시했다. 채권단 자금 지원에도 장기간 순손실이 지속하고 있어 최근 법정관리 처리하기로 결정됐다.
 
조선업 구조조정은 언제 마무리될지 기약이 없다. 2008년 이후 해양물동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수주 절벽을 맞았고 중국 조선업체의 추격도 거셌다. 올 하반기에만 조선 3사에서 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조선·해운업 등 노동 집약적 제조업이 저물면서 일자리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금융위기 시대 시련을 겪은 대표적 기업이다. 2006년 인수한 대우건설의 재무구조 악화로 치명적 내상을 입었다. 결국 2009년 대우건설을 헐값에 정리하고도 인수를 주도한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잃었다. 주력사인 아시아나항공도 타격을 입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내 은행업의 판도 변화를 초래했다. 2008년 이후 은행은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을 늘려가고 있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은행 입장에선 위험 가중치가 낮은 가계 대출에 집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8년 말 384조9000억원이었던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660조원을 찍었다. 특히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233조원에서 463조원으로 두배가 됐다. 2013년 이후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이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 113조원을 넘었다. 부동산에 과도하게 편중된 대출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커버렸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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