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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은 히틀러를 낳았고, 금융위기 10년은 ‘이단아’ 트럼프를 낳았다

애덤 투즈

애덤 투즈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9월15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이제 저널리스트나 단기 분석가가 아닌 역사가 나서 금융위기를 분석할 때가 됐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달 한 권의 책이 발표됐다. 『붕괴: 금융위기 10년 동안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Crashed: How a Decade of Financial Crises Changed the World)』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에서 영국의 가디언까지 긴 서평으로 책을 반겼다. 지금도 아마존 경제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중앙SUNDAY는 책 제목 대로 ‘위기 이후 세계의 변화’를 진단하기 위해 지은이인 애덤 투즈 미 컬럼비아대 교수(경제사)를 인터뷰했다. 그는 강연하기 위해 스위스를 방문 중이었다.
 
 
책 제목이 흥미롭다. 지난 10년을 위기라고 본 듯하다.
“위기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순간만이 아니다. 뒤이은 대침체(Great Recession)와 한해 뒤인 2009년에 시작된 유럽의 재정위기, 양적 완화(QE) 등이 위기를 구성하는 연속적인 사건이다. 이런 의미에서 위기가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글로벌 위기라고 부를 만하다.”
 
기억의 소환 차원에서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다른 전문가들처럼 금융규제 완화, 거대 금융그룹의 대출이나 투자 규모와 견줘 턱없이 적은 자본금이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생각한다. 아주 위태로운 자본구조인데 마침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가 발생했다. 베어스턴스와 메릴린치가 제3자에 인수되고, 리먼이 파산할 수밖에 없었다.”
 
주요 주제가 위기 자체는 아닌 듯하다.
“맞다. 위기의 원인과 진행 상황은 부차적인 주제다. 위기가 낳은 정치경제적인 변화를 더 주목했다.”
 
투즈 교수는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전간기)를 전문적으로 연구했다. 이 시기는 1870년부터 시작된 1차 세계화 시대가 1914년 1차대전으로 저물며 시작됐다. 1917년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 29년 대공황, 이탈리아 베니토 뭇솔리니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의 등장이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유럽·남미 등서 포퓰리스트 정치인 득세
 
정치적 변화라면 무엇을 말하는가.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이다. 그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집권했다. 트럼프 승리의 원인을 찾아 들어가면 2008년 위기가 나온다. 또 트럼프의 집권을 가능하게 한 원인은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등에서 좌우 포퓰리즘을 유행하게 했다.”
 
정치적 양극화를 의미하는가. 그렇다면 전간기와 비슷하지 않는가.
“정치적 중도파가 설 자리를 잃었다는 측면에선 닮았다. 하지만 현재의 트럼프나 이탈리아 포퓰리스트가 과거의 히틀러만큼 극단적이지는 않다. 또 대공황 얼마 뒤 세계는 2차 대전을 겪었다. 지금은 대규모 전쟁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번 대침체 직후 위기 대응 때문에 온건한 정치적 양극화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위기 대응이 대공황과 어떻게 달랐는가.
“은행 파산 도미노도 없었다. 실업이 늘기는 했지만 대공황만큼은 아니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그런 사태는 일어나 않았다. 많은 나라들이 경기침체를 겪었지만 대공황 수준은 아니었다. 나는 미 연준(Fed)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스템에 달러를 주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Fed의 QE는 미국을 위한 것 아니었나.
“Fed가 사들인 자산의 대부분은 미 국채였다. 미 국채는 전 세계 금융회사들이 현금처럼 보유한 자산이다. QE 시대 자금이 필요한 금융회사나 외국 정부는 미 국채를 시장에 내다 팔고 Fed가 새로 찍어낸 달러를 조달할 수 있었다. 29년 대공황 때는 없었던 일이다.”
 
 
불평등 심화가 이민자 혐오 불러
 
그런데 위기 8년만인 2016년 대선에서 변종 정치인 트럼프가 당선됐다. 이즈음 유럽과 남미 등에서 포퓰리즘이 강세를 띄었다. 짧지 않은 시간차를 두고 정치적 변화가 발생했다. 히틀러는 대공황 발생 4년만인 1933년에 독일 수상이 됐다.
 
트럼프 등 포퓰리스트들이 긴 시차를 두고 득세한 이유가 궁금하다.
“위기 자체보다 위기에 대한 대응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의 리더들은 금융 시스템을 구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썼다. 구제금융 측면에서 아주 유능했다. 반면, 대중의 생활 수준 등이 하락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정치 리더들은‘시장 친화적 정책’이라며 긴축을 고수했다. 대중은 자신의 삶이 나빠지는 것을 막지 못하는 정치 리더들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인가.
“미국과 유럽의 기성 정치인들은 좌우 유권자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 바람에 세계화 과정에서 쌓인 불만이 분출했다. 실질 임금 정체, 불평등 악화, 이민자에 대한 분노 등이 표면화했다. 엘리트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이 모든 현상이 민족주의, 보호주의, 포퓰리즘의 유행을 부추겼다. 이 과정에서 우파보다 좌파 몰락이 더 심하다.”
 
좌파 몰락이 심하다는 말은 무슨 뜻인까.
“그리스 재정위기 순간 집권세력은 중도 좌파였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정치 세력이다. 그런데 재정위기 이후 철저하게 몰락했다. 그들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등이 제시한 경제정책을 공유했다.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이다. 블레어와 슈뢰더는 건전 재정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였다. 대중의 눈에 중도 좌파는 삶을 망가뜨린 세력으로 비치고 있다.”
 
요즘 비즈니스 리더들의 불만도 크다.
“우파의 반발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이들은 요즘 국가가 QE 등으로 통화의 안정성을 약화시켰다고 본다. 부실 금융회사를 구제한 일도 마뜩잖아 한다. 요즘 정부는 좌우 양쪽의 불만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요즘을 투즈 교수는 책에서 ‘자유롭지 않은 민주주의’라고 묘사했다. 시장경제와 건전한 재정, 경제 활동에 대한 자유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가 위기 이후 위태로운 상황에 몰렸다. 그렇다고 자유민주주의가 완전히 작동 불능상태는 아니다. 아주 어정쩡한 상태란 얘기다.
 
 
동갑내기 트럼프·클린턴 행태는 반대
 
1870년대 시작한 1차 세계화 대공황 등으로 끝났다. 이번에도 세계화 흐름이 일단 막을 내리는 것인가.
“역사적 비교는 현재를 이해하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1980년대 시작한 2차 세계화가 한계를 맞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인들이 브렉시트(EU 탈퇴)를 선택했다. 두 나라는 세계화의 핵심 주도국이었다. 다만, 트럼프를 뺀 유럽과 중국, 일본의 리더들은 여전히 교역 확대를 지지한다.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도 트럼프 없이 추진 가능하다. 아직 2차 세계화의 종언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트럼프의 정체가 궁금하다.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줄까. 트럼프는 빌 클린턴과 같은 세대다(사실 1946년 생으로 동갑이다). 같은 세대 사람인데 정치적 색깔과 행태는 정반대다.”
 
트럼프가 무역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을 기준으로 그런 평가는 하는지 모르겠다. 보호무역주의는 시장을 제공하는 쪽이 일단 유리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양쪽 모두가 패자라는 게 드러난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세계 불확실성은 중국의 부상 때문이 아니라 변덕스러운 트럼프 탓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애덤 투즈 1967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 경제사 연구의 선두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저서로는 『붕괴』외에 『엄습: 1차대전과 세계질서의 재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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