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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암소 등 1만 마리에 송신기, 지진 탐지 ‘이카루스’ 떴다

조현욱의 빅 히스토리
지난달 15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이카루스 안테나를 설치 중인 러시아 우주인들. [사진 러시아연방우주국]

지난달 15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이카루스 안테나를 설치 중인 러시아 우주인들. [사진 러시아연방우주국]

1975년 2월 초 중국 정부는 지진 경보를 발령해 랴오닝성 하이청(海城)현의 주민들에게 대피를 명령했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몇 개월에 걸쳐 지표면이 상승하고 지하수 수위가 변동했다.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이 이상한 행태를 보이고 뱀들이 동면에서 깨어났다. 결정적으로, 작은 지진이 계속 일어났다. 100만 명의 주민 중 상당수가 대피한 이틀 후인 2월 4일 규모 7.3의 지진이 덮쳤다. 사상자는 2만9000명에 이르렀지만 사전 경보가 없었다면 이 수치는 15만 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에서 규모 7 이상의 지진은 연평균 18차례 일어나고 있지만 예측에 성공한 것은 이 경우가 유일하다.

동물 데이터 우주정거장서 취합
정말 지진 느끼는지 체계적 관찰
송신기 부착 10만 마리로 늘려
조기경보 시스템 가능한지 판단

 
여기서 관심을 끄는 것은 동물들의 이상한 행태다. 정말로 지진을 미리 느낄 수 있었던 것일까? 지난 4월 17일 독일 지구과학연구센터의 연구팀이 미국 지진학회회보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160건의 지진에 앞서 누에에서 코끼리에 이르는 130종의 동물이 이상한 행태를 보였다는 729건의 보고를 분석했다. 그 결과 거의 전부가 지진 발생 몇 초에서 몇 개월 전의 이상 행동에 대한 단 한 번의 목격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관찰한 경우는 14건에 불과했다. 진앙으로부터의 거리도 몇 m에서 몇백㎞에 이른다. 동물들의 이상한 행태는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거나 큰 지진에 앞서 일어나는 지진활동에 대한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전진에서 일어나는 지진파를 느낀 것이거나 전진에 의한 지하수의 변화나 지하 가스의 방출을 감지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은 체계적인 장기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말로 지진을 예측한 것인지, 환경 변화나 동물 개체수의 장기적인 변화에 따른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같은 관찰이 곧 시작된다고 지난달 24일 미국 NBC 방송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 각 지역에 있는 150곳 대학의 연구자들로 이뤄진 팀이 정교한 지구적 기획을 마무리 짓는 중이다. 야생동물의 행태가 효과적인 지진 조기경보시템의 기반이 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지진에 대한 기존 자료를 보면 일부 동물은 몇 시간이나 열 몇 시간 전에 이런 사건을 미리 감지할 수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의 마르틴 비켈스키 소장의 말이다. 그는 ‘이카루스(Icarus)’ 즉 ‘우주를 이용한 동물연구 국제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 for Animal Research Using Space)’ 구상의 리더다. “만일 우리가 이것을 의심의 여지 없이 보일 수 있다면 앞으로 수십만 명의 생명을 구할 잠재력이 있다. 현재의 지진 감지 시스템은 경보시간이 몇 초에 불과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새의 날개에 부착한 무선 송신기. [사진 막스플랑크 조류학 연구소]

새의 날개에 부착한 무선 송신기. [사진 막스플랑크 조류학 연구소]

지난 4년간 이카루스 팀의 과학자들은 세계 각국의 지진 취약 지역에서 새·박쥐·암소·큰박쥐 등 1만여 마리의 동물에 센서를 갖춘 전파송신기를 부착해 왔다. 이 숫자는 점차 10만 마리로 늘릴 예정이다. 송신기는 동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송신하고 정거장은 지상으로 정보를 중계해 분석할 수 있도록 한다. 첨단 동물추적 시스템과 전용 대형 안테나는 지난달 중순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됐다.
 
다음달부터 과학자들은 이들 동물이 지진에 앞서 정말로 이상하게 행동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데이터를 연구할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런 행태가 실용적인 조기경보 시스템을 만들기에 충분히 신뢰할 만한지도 판단하게 된다.
 
만일 그렇다면 이카루스의 데이터는 여러 시간 전에 사람들에게 경보를 울려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네팔 전역이나 파키스탄의 시골처럼 경보 시스템이 아예 없으면서 지진에 취약한 지역의 사람들에게 특히 귀중한 것이 될 것이다. 매년 지구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1만2000~1만4000회에 이른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다음 세기에 지진으로 최대 31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카루스 구상의 핵심에는 무선 송신기가 있다. GPS 수신기와 동물의 위치, 이동속도, 심장 박동 속도, 기온, 기압, 지자기에 대한 각도 등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센서를 갖추고 있다. 낮에는 태양전지로 작동하고 밤에는 건전지로 작동한다. 송신기는 다리나 귀에 장착하는 것이 보통이며 무게는 5g 안팎이다. 앞으로 귀뚜라미나 벌에 부착할 수 있는 1g 이하의 송신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 동물 데이터가 최소한 특정한 종류의 지진을 예측하는 데는 유용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다고 말한다. 2016년 이탈리아에서 일련의 지진이 일어나던 시기 어느 농장에서 시행된 소규모 연구를 제시한다. 몇십 마리의 토끼·양·암소·닭에게 전자 꼬리표를 부착한 결과 동물들에게서 분명한 경고 신호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각판이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에 따라 지진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우리는 동물들이 이 모든 지진을 감지할 수 있는지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높게 평가할 것이다. 왜냐하면 뭔가 실제로 일어났을 때 안전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카루스
2002년 설립된 국제 컨소시엄이다. 1차 목표는 동물의 이주 행태에 관해 유용한 자료의 폭을 크게 확대해 생물 보존에 기여하는 것이다. 또 다른 목표는 임박한 지진이나 화산분출과 동물들의 이상한 행동 사이에 연관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여기서 수집된 자료는 내년 초부터 ‘무브뱅크(movebank)’ 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코뿔소 등 일부 멸종위기 동물의 위치는 예외다.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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