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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보다 책으로 하루를 여는 회사

책 읽는 마을 ⑩ 소망에프앤씨
소망에프앤씨 직원들. 왼쪽부터 김서진, 원민지, 방보훈 대표, 배준석 대표, 서기원씨. [변선구 기자]

소망에프앤씨 직원들. 왼쪽부터 김서진, 원민지, 방보훈 대표, 배준석 대표, 서기원씨. [변선구 기자]

외식업 유니폼을 만드는 작은 업체인 소망에프앤씨. 서울 정릉천동로에 있는 이 회사 사무실을 찾은 건 지난달 31일 오전 9시 30분쯤이었다. 허름한 상가건물 1층 문을 열고 들어서니 칸막이로 개인 공간을 구분한 사무용 책상들이 빼곡하다. 한데 직원들이 모두 책을 읽고 있다. 도서관에라도 들어간 줄 알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부터 매일 1시간씩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책을 읽는다. 남들은 급한 업무를 서둘러 처리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커피라도 마시며 어젯밤 술자리를 이야기하는 시간대가 이 회사 직원들에게는 독서 시간이다. 화요일에는 30분 동안 업무 회의를 한 다음 나머지 30분은 독서토론을 한다. 그러니까 이 회사는 하루라도 책 없이 넘어가는 날이 없다.
 
31일은 금요일이었지만 마침 독서토론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날 지정 발표자인 물류팀 추민식(27) 주임이 준비한 인쇄물을 꺼내 든다. 독후감이다.
 
“제가 좀 무식한데 그걸 감추려고 좀 과장되게 글을 썼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쓸 때는 진정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웃음이 터진다. 추민식 주임이 독후감을 발표한 책은 『대통령의 글쓰기』. 이 책을 읽는 사람도, 안 읽은 사람도 있었다. 회사 추천 도서 70~80권 중 내키는 대로 읽고, 자기 순서가 돌아오면 발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자유롭게 각자 소감을 말하고 질의응답도 이뤄졌다.
 
같은 물류팀의 배현정(56) 대리는 『대통령의 글쓰기』를 먼저 읽고 추 주임에게 추천해준 이다. “국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단어 하나를 놓고도 고심을 거듭하는 과거 대통령들과 연설문 비서관의 모습에 감동해, 요즘은 며느리 둘과 단톡방에서 대화할 때 상대 기분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문장을 쓴다”고 했다. 경영지원부 서기원(38) 팀장은 “책에 나오는, 글 잘 쓰는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만 말해달라”고 요구해 추 주임을 긴장시켰다.
 
방보훈 대표가 나서 “자칫 정치적으로 읽힐 수 있는 책이어서 추천을 망설였는데, 다른 사람과 의견을 조율해 가며 글을 쓰는 청와대의 프로세스가, 결국 회사 동료와 고객의 생각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하는 직원들의 조직생활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권하게 됐다”며 토론을 정리했다.
 
소망에프앤씨의 독서 프로그램은 방보훈 대표가 강행해 시작됐다. 서울대 법대 96학번이 그는 적성에 맞지 않는 고시를 일찌감치 접고 은행에 취업했다. 외환 딜러 등으로 잘 나가다 실물경제를 경험하고 싶어 군대 후임병이었던 배준석(39) 공동대표가 운영하는 지금 회사에 합류한 게 2016년. 지금까지 자신이 뭔가 이룬 게 있다면 순전히 대학 시절 독서의 힘 덕분이었다고 믿는 그는 책을 통한 성장, 독서에서 얻는 깨달음을 직원들과 함께하고 싶어 독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배준석 대표부터 못마땅해했다. 온라인 영업부 김정태(38) 팀장 역시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회사 독서는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출근 직후가, 전날 들어온 온라인 상담, 걸려오는 상담 전화를 상대하느라 바쁜 시간이어서다.
 
지금은 반대다. 직원들의 지식, 대화 수준이 크게 향상됐고 업무 역량 역시 높아졌다고 판단된단다(배준석 대표). 실제로 2016년 22억원이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28억, 올해는 35억이 목표다. 이연복·이원일 셰프가 이 회사의 조리복을 입고, 온더보더·강강술래 등 요식업소에도 납품한다. 직원들은 이런 성장세에 독서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올 초 입사한 웹디자이너 김서진(29)씨는 “오전에 책을 읽는다는 사원모집 공고를 보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입사했는데 유익하긴 하지만 아직 독서가 막 재미있지는 않다”고 했다. 배준석 대표는 “결과가 만족스럽다. 회사가 존속하는 한 독서프로그램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했다.
 
신준봉 기자
 
※‘책 읽는 마을’은 제보를 받습니다. 본지 지식팀(02-751-5379) 또는 2018 책의 해 e메일(bookyear2018@gmail.com)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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