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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을 때 헬렐레~ 말자’ 전화기 옆에 붙여놓고 리스크 관리

[홍병기의 CEO 탐구]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미래에셋도 창업 당시에는 벤처기업이었다“며 ’매사에 상황을 두려워하지 말고 벤처 정신을 살려서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김경빈 기자]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미래에셋도 창업 당시에는 벤처기업이었다“며 ’매사에 상황을 두려워하지 말고 벤처 정신을 살려서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김경빈 기자]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수석부회장(57)은 대표이사만 21년째 맡고 있는 증권업계 최장수 CEO다. 작은 체구지만 단단하고 다부진 인상을 주는 최 수석부회장은 국내 첫 자기자본 8조원대의 증권사를 도약시킨 ‘작은 거인’으로 한국 증시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그가 전하는 경영철학과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도전
추운 겨울철에도 동백꽃은 핀다
시련과 고통 이겨내야 좋은 결과

소통
조직 운용 위해선 내부 소통 중요
말로 해서 안 되면 솔선수범 해야

인내
알아봐주는 사람들과 인연 소중
스카우트 제의 등 모든 유혹 견뎌

집중
고객에 잘 하면 다른 사람 소개해줘
점에서 선과 면으로 이어나가야

 
미래에셋대우를 맡은 지 2년이 다 돼간다. 올해 경영 전망부터 들어보자.
“대우증권과 통합한 뒤 국내 제1의 투자은행(IB)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산업구조의 발전과정에 비춰볼 때 이제 자본시장이 다른 부분에 도움을 줘야 할 시기가 됐다. 커진 책임감과 함께 자신감이 있다. 글로벌 경제환경이 어렵지만, 올해 실적이 긍정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아시아 최고의 투자금융사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가능한 일인가.
“종합자산관리와 자기자본·고객 자산 규모 등을 종합해볼 때 현재 아시아 내에서 2~3위권에 다가선 분야도 있다. ‘한국의 골드만 삭스’와 같은 아시아 1등 투자금융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선 2020년까지 자기 자본을 10조 원대까지 불려 나가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1년째 맡고 있는 증권사 최장수 CEO
 
증권업계 최장수 CEO의 비결은 뭔가.
“CEO는 방향과 전략 수립에 집중해야한다.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문제없이 운용해나가기 위해선 조직을 잘 짜서 내부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말로 해서 안 되면 몸으로 직접 보여줘야 한다. 그게 바로 솔선수범이다.”
 
최 수석부회장은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증권업계 영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증권인이다. 2012년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지만, 보험도 투자 운용의 하나여서 본업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비명문대 출신이지만 증권업계에서 우뚝 서게 됐다.
"태권도 2단이던 중학생 때 대련하다가 크게 다쳤던 게 늑막염으로 도지는 바람에 고교 시절 1년 반 정도 휴학했었다. 때마침 5·18 광주민주화운동까지 겹치면서 대학 진학 시기를 놓쳐서 방황했었다. 암담한 현실 때문에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들어가려고 결심했었다. 하지만 ‘몸이 약한데 수도자가 되려는 것은 현실도피일 뿐’이라는 가족들의 만류로 그 길을 접고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81학번으로 입학하게 됐다.”
 
많은 직장 중에 증권사를 택한 이유는.
"고시 공부를 한답시고 3번이나 휴학해 절에까지 들어가 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가 치대생이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됐다. 명색이 의사 남편이 되려면 번듯한 직장이 필요했다. 당시 한국 증시가 지수 1000을 돌파하던 시절이라 많은 인재가 증권사로 몰렸다. 하지만 지방대 출신에겐 응시원서도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다. 사정사정해가며 원서를 겨우 얻어서 접수시켰는데 운 좋게 합격했다. 그 회사에서 운명처럼 입사 선배인 박현주 회장을 만나게 됐다.”
 
당시 한신증권(동원증권의 전신) 중앙지점장이던 박 회장은 지점 대리였던 최 수석부회장과 함께 전국 1위의 약정 실적을 올리면서 명성을 얻게 됐고, 이것이 몇년 뒤 미래에셋 창업의 원동력이 됐다.
 
"주식·채권 업무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시절이었다. 증권의 문외한이던 내가 살아남으려면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하면서 하나씩 배운 것이다. 그러면서 증권분석사 자격증에다 국제 금융의 중심인 뉴욕 월가 연수까지 가게 됐다. 꽃은 따뜻한 봄이나 여름에만 피는 게 아니다. 추운 겨울에도 동백꽃은 핀다. 모진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면 꽃과 같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실감했던 시절이었다.” 
 
경영에서 염두에 두는 좌우명이 있다면.
"몇 년 전까지 전화기 옆에다 붙여놓고 항상 들여다봤던 문구가 있다. ‘좋을 때 헬렐레하지말자’다. 이것이야말로 리스크 관리의 요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원가─가격─가치의 3중 구조 속에서 가격은 수급에 의해 결정되고, 원가는 효율에 의해 잡을 수 있고, 가치는 신뢰를 쌓아서 올릴 수 있는 것일 뿐이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더라도 냉정하게 참는 역발상이 바로 헬렐레하지 않는 길이다." 

그는 2000년 증권사 대표를 막 맡았을 때 단골 고객이 보내 준 족자도 그 뜻이 너무 좋아 사무실 벽에다 걸어놓고 매일 보고 있다. ‘부적소류 무이성강해(不積小流 無以成江海)’라는 순자의 말로 ‘작은 물줄기가 쌓이지 않으면 큰 강과 바다를 이룰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란 말처럼 놓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철학을 담아 겸손함을 강조한 이 문구를 항상 잊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기·가격·지역·자산 분산투자하는 게 답
 
조직을 강조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미래에셋 창업 제의를 받았을 때 박 회장에게 ’나는 돈이 없다‘며 사양했었다. 박 회장은 “내가 돈을 모을 테니 너는 조직을 잘 짜라’는 말에 결심을 굳히게 됐다. 그때부터 영업 조직을 원활하게 운용하고 소통하는 게 나의 일이라 생각했다.”
 
강한 조직의 비결은 무엇인가.
“영화 ‘주유소습격사건’에 나오는 "한 놈만 팬다”는 대사를 좋아한다. 그 말을 우리 업종에 적용해보면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한다’, ‘한 사람의 고객에 집중한다’는 말로 풀이된다. 가난한 농부의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성공하기 위해선 부지런히 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름 터득한 게 바로 그 말이다. 어떤 유력한 고객을 만난다는 것은 ‘점을 찍는다’고 표현할 수 있다. 그 사람에게 일관되게 집중하면 그가 다른 사람들을 소개해준다. 점에서 선을 그어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면(面)이 만들어진다. 점에서 선과 면으로 이어나가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나의 자원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바로 성공의 지름길이다.”
 
CEO로서 가져야 할 바람직한 경영철학이란.
“최고경영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리더십을 잘 새겨야 한다. 예수의 말씀을 보면 ‘~하면 천당 간다’식으로 조건을 제시한다. 마찬가지로 ‘일 잘하면 인센티브 준다. 승진된다’ 식의 간단한 명제를 제시하고 그대로 실행하면 된다. 경영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인내’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모든 유혹을 참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부로부터 다양한 제의나 유혹을 받을 때마다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는 원칙을 지켰기에 거절할 수 있었다.”
 
증권사 CEO를 만났으니 주식 투자 이야기를 안 물어볼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주식투자를 잘할 수 있나.
“헤지펀드의 개념으로 투자하라. 국내 주식을 넘어서 세계 1등 주식도 주목해야한다. 여기에 시기·가격·지역·자산을 나눠서 투자하는 분산투자만이 답이다. 백화점의 어떤 매장에 손님이 몰리는지, 어떤 스마트폰 앱이 인기를 끄는지 등과 같은 나름의 체감지표도 활용해라.”
 
 
강남·북 헬스 4군데서 오가는 길에 운동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2005년 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로 20여 일간 입원한 적이 있다. 아직도 후유증이 남아있지만, 그 이후 건강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됐다. 바쁜 일정 때문에 강남·북 네 군데의 헬스클럽에 등록해놓고 오가는 길에 시간날 때마다 가까운 곳을 찾아가 운동한다. 오로지 나 자신에만 집중하는 시간이다.”
 
주말엔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중학교 때부터 가톨릭 신자여서 성당에 나간다. (그는 세례명 ‘율리아노’의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프란체스코 교황으로부터 직접 받은 묵주가 제1의 애장품일 정도다.) 때때로 집 근처 산을 찾아 나 홀로 등산도 즐긴다. 자연이 주는 회복력을 받아들이는 기회이자 마음이 정화되고, 생각이 정리되는 시간이다.”
 
나름의 생활신조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성실한 실천’이란 말을 강조한다. 방향과 전략도 중요하지만, 누군가 움직여야 그것이 실천된다. 고객과 함께 성실하게 움직여야 신뢰가 쌓이고,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사회 진출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공자가 조카 공멸과 제자 복자천에게 ‘벼슬을 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단다. 공멸은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세 가지가 있다’며 ‘일이 많아 공부를 하지 못했고, 녹봉이 적어 친척을 돌볼 수 없었고, 공무가 다급해 친구들과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대답했다. 반면 복자천은 ‘잃은 것은 없고 얻은 것만 세 가지나 된다’며 ‘예전에 배운 것을 날마다 실천해 학문이 늘었고, 녹봉은 적지만 이를 아껴 친척을 도왔기에 더욱 친근해졌고, 공무가 다급하지만 틈을 내서 친구들과 만나니 더욱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마음 자세가달라진다. 자신의 처지를 원망만 하지 말고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글씨로 본 이 사람] 부드러움과 깔끔함 속에 용기·욕망 담겨
최현만 대표의 글씨

최현만 대표의 글씨

최현만 대표의 글씨(사진)는 필획이 부드럽고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필적 분석 전문가인 구본진 변호사는 “이런 글씨를 쓰는 사람은 감성적이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품성의 소유자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ㄴ’, ‘ㄹ’ 자의 마지막 부분이 위로 올라가는 것은 진취성과 기획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성공한 기업가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특징이다.
 
붓글씨처럼 한 획으로 한 글자를 다 이루는 형태의 필체는 사물의 연결관계를 이해할 수 있고 복잡한 현상을 종합적, 분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 글자를 크게 쓰는 것은 용기가 있고 과시욕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ㅊ’, ‘ㅎ’자의 윗 꼭지의 위치가 높거나 긴 것도 최고가 되려고 하는 욕망이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는 게 구 변호사의 설명이다.
최현만 수석부회장
1989년 한신증권 입사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1999년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사장
2012년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2017년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홍병기 선임기자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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