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안전하다" "일 못하면 손해"···결국 무너진 상도유치원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데…"
"어젯밤 11시에 쿵쾅거리는 굉음 때문에 잠에서 깬 뒤로는 한숨도 못 잤습니다. 언제 건물이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들 이렇게 등교시켜도 되는 건지…”
 

붕괴 위험 지적했지만 '안일한 대응'…유치원과 함께 무너진 '주민 안심'

 지반침하로 약 20도 가량 기울어진 서울 상도유치원 건물의 사고 직후 모습. 조한대 기자

지반침하로 약 20도 가량 기울어진 서울 상도유치원 건물의 사고 직후 모습. 조한대 기자

혼란은 아침까지 이어졌다. 6일 오후 11시 20분쯤 굉음과 함께 시작된 ‘상도유치원 지반 붕괴 사고’의 여파였다. 7일 아침 상도유치원과 인접한 상도초등학교에 등교하는 학생·학부모들의 얼굴엔 불안감이 가득했다. 이미 20도 가량 기울어진 유치원 건물(지하 1층, 지상 3층)이 ‘완전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했다.
 
상도유치원과 인접해 있는 상도초등학교 정문. 학생들은 '유치원 지반붕괴 사고'로 불안감을 안은 채 등교했다. 정진우 기자

상도유치원과 인접해 있는 상도초등학교 정문. 학생들은 '유치원 지반붕괴 사고'로 불안감을 안은 채 등교했다. 정진우 기자

상도초등학교 4학년생인 딸과 함께 등교한 정휘진(37)씨는 학교 정문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딸을 혼자 사고 현장과 붙어 있는 초등학교 교실에 들여보낼 수 없어서다. 이씨는 “초등학교 1학년 막내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일단 집에 놔뒀고 첫째만 등교를 시키려는데 아무래도 불안하다”며 “학교 측에선 붕괴 위험이 없다고 무작정 등교를 하라고 하는데 부모 마음은 또 그게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학부모는 "학교 근처에 대형 재건축 빌라 공사를 한다는 것부터 불안했다"며 "거물 바닥에 균열이 생긴 뒤에는 유치원 측에서도 계속 건설업체 사람들에게 항의했다고 하는데 그 때마다 '하루 공사 중단되면 얼마가 날아가는 줄 아느냐', '안전하게 공사하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불안해서 여기 계속 살 수 있겠나"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에 마련된 '사고 상황판'. 정진우 기자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에 마련된 '사고 상황판'. 정진우 기자

상도4동 주민들 역시 사고현장 근처에 몰려들어 "큰일이다""진짜 무너지는 거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 박모(38·남)씨는 “소방서랑 구청에서 사람들이 나와 일단 대피하래서 모텔에 갇혀있다가 너무 걱정돼서 다시 나와 봤다”며 “건물이 지금 저렇게 기울었는데 수습이 되더라도 앞으로 불안해서 어디 여기에 살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박성동(56)씨는 “빌라 공사 현장은 계속 지켜봤는데 몇 달 전부터 경사가 심하고 굴착 속도가 너무 빨라 위험해 보였다. 특히 얼마 전 폭우가 쏟아졌을 때 주민들끼리 모여 저러다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까지 걱정을 했다”고 전했다.
 
원인은 '빌라 재건축 공사'?…관리소홀로 인한 '인재' 
전날 밤보다 한층 더 기울어진 상도유치원의 모습. 정진우 기자

전날 밤보다 한층 더 기울어진 상도유치원의 모습. 정진우 기자

소방당국과 동작구청 등에 따르면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진 것은 ‘지반 침하’ 때문이다. 근처 공사장과 맞닿은 유치원 지반을 받치고 있던 흙이 침하하면서 건물 왼편이 붕괴되기 직전까지 기울었다. 유치원 건물은 기둥이 모두 파괴될 정도의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유치원 근처의 신축빌라 공사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연면적 936.8㎡(약 283평) 규모로 노후 연립주택을 철거하고 6개 동 49가구 다세대주택을 재건축하는 공사가 진행 중인데, 주변 지질이 취약한 구조임에도 사고 위험을 간과한 채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다는 게 지금까지 소방당국과 구청·시청의 조사 결과다.  
 
"지난 3월 이미 붕괴 위험성 지적" 
주변 지반침하로 인해 상도유치원은 한 눈에 봐도 위태로울 정도로 기울었다. 사고 직후 현장의 모습. 조한대 기자

주변 지반침하로 인해 상도유치원은 한 눈에 봐도 위태로울 정도로 기울었다. 사고 직후 현장의 모습. 조한대 기자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언론에 “지난 3월 이미 상도유치원의 의뢰를 받아 현장 조사를 벌인 바 있는데 당시 주변 지질이 취약하다는 사실이 파악됐다”며 “붕괴 위험성을 지적하는 내용의 보고서까지 전달했고 구청에 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이런 사고가 나면 비가 와서 무너졌다고들 하는데 공사를 맑은 날만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비 오는 것을 감안해서 설계해 공사하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동작구청 측에서는 상도유치원 측으로부터 붕괴 위험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받은 적이 없다고 반응했다. 이 때문에 상도유치원이 전문가인 이 교수의 조언과 경고를 무시한 채 사고 위험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유치원 측에서는 바닥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생겨 시공사 측에 지속적으로 항의해 왔다고 밝혔다. 
 
상도유치원 사고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상도유치원 사고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이날 오전 9시 7분쯤 사고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속한 점검과 유치원 건물 철거를 주문했다. 박 시장은 “이런 사고가 여러 차례 이어지고 있는데 민간 공사현장이나 구청이 관리하는 공사현장에 매뉴얼이 적용되는 건지, 충분히 시행되고 있는 건지 좀 더 면밀히 전면적으로 심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만일의 상황을 고려해 사고현장 인근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50여명 가량의 주민들은 근처 호텔과 모텔 등에 머물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고현장을 방문한 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안전 진단 결과가 나올때까지 조치를 취했다"며 "구청 직원들과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조사하고 있고 결과가 나오는대로 유치원 건물 자체를 철거하는 등의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조한대 기자 dino87@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