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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의 레저터치] 후쿠시마 원전 북쪽 143㎞에 열리는 올레길

10월 8일 개장 예정인 미야기올레 오쿠마스시마 코스. 우마노세(馬の背)라는 이름의 곶이다. 우마노세는 말등이란 뜻이다. [사진 미야기현]

10월 8일 개장 예정인 미야기올레 오쿠마스시마 코스. 우마노세(馬の背)라는 이름의 곶이다. 우마노세는 말등이란 뜻이다. [사진 미야기현]

 ‘미야기올레’가 개장한다. 10월 7, 8일 미야기올레 게센누마·가라쿠와(気仙沼·唐桑) 코스와 오쿠마쓰시마(奥松島) 코스가 잇달아 열리니까 딱 한 달 뒤 일이다. 미야기올레도 제주올레의 ‘자매길’이다. 제주올레가 개별 코스를 직접 선정하며 간세·리본 같은 상징을 공유한다. ㈔제주올레에 연 100만 엔(약 1000만원)의 업무 제휴비도 준다.
 
올레길이 열리는 미야기(宮城)현은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 6개 현(縣·우리나라의 도)의 중심 고장이다. 일본 역사에서 도호쿠가 차지하는 자리를 알아야 미야기올레도 이해할 수 있다. 일본 열도의 중심 혼슈(本州) 꼭대기에 위치한 도호쿠는, 말하자면 변방 중의 변방이다. 먼 옛날에는 열도 북쪽 원주민 아이누족의 영토였고, 메이지유신 때는 신정부군에 대항한 최후의 격전지였다.  
10월 7일 미야기올레 첫 코스로 열리는 게센누마·가라쿠와 코스. 해안으로 나가는 숲길이다. [사진 미야기현]

10월 7일 미야기올레 첫 코스로 열리는 게센누마·가라쿠와 코스. 해안으로 나가는 숲길이다. [사진 미야기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 또한 도호쿠다. 원전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福島)도 도호쿠 6개 현의 하나로, 후쿠시마현의 북쪽 경계가 미야기현이다. 쓰나미로 인한 미야기현 희생자는 1만777명으로, 오쿠마쓰시마 코스가 지나는 히가시마쓰시마(東松島)시에서만 1152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바로 이 비극의 땅에 올레길이 들어서는 것이다. ㈔제주올레 안은주 이사는 “미야기올레는 치유와 상생의 올레 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코스”라고 설명했다. 
 
의미는 공감한다. 그러나 기분은 찜찜하다. 방사능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미야기현 중심도시 센다이(仙台)는 110㎞, 히가시마쓰시마는 143㎞ 북쪽에 있다. 다행히도 미야기현의 방사선량은 인체에 영향이 없는 수준으로 측정된다. 미야기현에 따르면 올 1월 센다이의 방사선량은 0.039μSv/h였으며 히가시마쓰시마는 0.028μSv/h였다. 참고로 9월 2일 도쿄(東京)는 0.038μSv/h였고 서울은 0.1036μSv/h이었다. 서울이 도쿄는 물론이고 센다이보다도 2배 이상 높다.
일본 미야기현의 2010~2017년 외국인 방문자 수. 한국인은 2010년 1만6530명이 미야기현을 방문했다가 이듬해 동일본 대지진이 터지자 5580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도 1만1150명으로 원전 사고 이전의 3분의 2수준에 그쳤다. 반면에 대만은 지난해 8만3940명이 미야기현을 방문해 원전 사고가 일어난 2011년(8050명)보다 10배 넘게 늘었으며 원전 사고 이전인 2010년(3만8050명)보다도 2배 이상 늘었다. [자료 미야기현]

일본 미야기현의 2010~2017년 외국인 방문자 수. 한국인은 2010년 1만6530명이 미야기현을 방문했다가 이듬해 동일본 대지진이 터지자 5580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도 1만1150명으로 원전 사고 이전의 3분의 2수준에 그쳤다. 반면에 대만은 지난해 8만3940명이 미야기현을 방문해 원전 사고가 일어난 2011년(8050명)보다 10배 넘게 늘었으며 원전 사고 이전인 2010년(3만8050명)보다도 2배 이상 늘었다. [자료 미야기현]

원전 인근 지역만 제외하면 일본 열도의 방사선량은 정상이다. 그러나 한국이 느끼는 공포는 여전하다. 다음 통계를 보자. 2010년 미야기현의 한국인 숙박자 수는 1만6530명이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발한 2011년엔 5580명으로 격감했다. 지난해 1만1150명까지 회복됐다지만, 여전히 3분의 2수준이다. 반면에 대만과 중국의 방문자 수는 2011년 반 토막이 났다가 꾸준히 늘어 지난해 원전 사고 직전인 2010년의 2배를 넘어섰다. 일본 입장에선 한국이 서운할 수밖에 없는 통계다. 
 
미야기올레는 한국인의 발길을 돌리려는 일본의 마케팅 수단일 수 있다. 선례가 있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자 규슈(九州) 지역의 한국인 방문자 수도 뚝 떨어졌다. 이듬해 규슈관광추진기구가 서둘러 마련했던 대책이 규슈올레다. 제주올레 첫 자매길이 탄생한 배경이다. 
규슈올레 전 코스 완주자에게만 주어지는 간세 인형. 제주올레를 그대로 본 딴 기념품이다. 손민호 기자

규슈올레 전 코스 완주자에게만 주어지는 간세 인형. 제주올레를 그대로 본 딴 기념품이다. 손민호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의 관광 당국이 미야기올레 개장식에 참석하기를 바란다. 교류는 먼저 손을 내미는 행동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231만 명)은,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714만 명)의 3분의 1도 안 됐다. 많이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적게 오는 것이 문제다. 일본 사회의 혐한 기류만 가라앉혀도 격차는 확 줄 터이다. 관광은 관광만의 일이 아니다.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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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