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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고령사회의 그늘

김남중 논설위원

김남중 논설위원

고령사회 일본의 골칫거리 중 하나가 ‘고령 운전자’다. 이들이 내는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아 사회문제가 될 정도다. 지난해 일본 전체 교통사고의 21.3%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과실로 인한 것이다. 10년 전보다 7.2%포인트 늘었다. 그래서 일본 정부가 내놓은 고육지책이 고령 운전자에 대한 인지기능 검사 의무화다. 얼마 전 나온 1년치 결과는 충격적이다. 5만7099명이 ‘치매 우려’ 판정을 받았고, 그중 1892명은 실제로 치매라는 진단을 받아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시한폭탄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게 바다 건너 불이 아니란 거다.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하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2006년 7000건에서 지난해 2만9000건으로 네 배로 늘었다. 황당한 돌진·역주행 사고 운전자는 노인이기 십상이다. 노인 보행 교통사고도 급증 추세다. 그제 교통안전공단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길을 건너거나 보행 중 교통사고로 죽거나 다치는 노인이 연간 4%씩 증가했다. 지난해 노인 사망자만 906명이다. ‘노인 사고’ 증가는 고령사회의 그늘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미흡하나마 노인 안전 대책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부산시가 7월부터 도입한 노인 운전면허 자진 반납 인센티브제(교통카드 지급 등)가 한 예다. 정부도 내년부터 고령 운전자의 적성검사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한다. 노인 보행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인보호구역(실버존)’ ‘마을주민 보호구간(빌리지존)’ 등도 확대된다.
 
그런데 정작 노인 문제의 적신호는 ‘신체 안전’보다는 ‘정신 안전’ 쪽에서 더 색깔이 짙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그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한국 노인 인권 현황’만 봐도 그렇다. 노인 10명 중 5명은 세대 간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노인과 갈등이 심하다고 여기는 청장년이 약 80%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니지 싶다.
 
지난해 한국 65세 이상 노인은 711만 명이다. 전체 인구 대비 14%를 처음 넘으면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런 ‘노인의 나라’에선 노인이 행복해야 사회가 건강하다. 그러려면 노인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노인 혐오나 에이지즘에서 탈피해야 한다. 젊음이 보상이 아니듯 늙음이 과오는 아니잖은가. 누구나 노인이 된다.
 
김남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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