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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협력 가속화하나…대북 제재의 역설

지난 7월 31일판문점 평하의 집에셔 열린 제9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소장(오른쪽)이 종결회의를 마치고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육군 중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7월 31일판문점 평하의 집에셔 열린 제9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소장(오른쪽)이 종결회의를 마치고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육군 중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남북한 군 당국간 신뢰 구축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은 남북대화에서 가장 진도가 더딘 분야였다. 그러나 촘촘한 대북 경제재재 조치 때문에 남북 경제협력이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하면서 무게추가 군사 분야로 쏠리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현재 남북 간에 진행 중인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를 계속 진전시켜 나가고, 남북정상회담 계기에 상호 신뢰 구축과 무력충돌 방지에 관한 구체적 방안에 합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5일 특사단을 만나 “조선반도(한반도)에서 무력충돌 위험과 전쟁의 공포를 완전히 들어내고 이 땅을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남북 정상은 이미 4ㆍ27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며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두 차례 장성급 회담을 열었을 뿐 당초 약속했던 남북 국방장관 회담은 아직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4ㆍ27 판문점 선언 중 실질적인 군사 협력은 비무장지대(DMZ)에서 확성기를 철거하는 데 그쳤고, 대부분의 합의 사항이 지켜지지 못한 상태라는 인식이 있다”고 귀띔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군사 분야의 협상 상대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게 원칙이었다”면서 “국방부 장관 간 핫라인 설치와 공동위원회 운영 등 소통 채널을 늘리는 일도 꺼렸다”고 말했다.
판문점 JSA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남측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판문점 JSA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남측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북한은 군사 분야에서 진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면서 “남북 경협이 대북제재의 벽에 막혔기 때문에 남북 군사협력이 활로를 뚫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당분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이 남북 관계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제재의 역설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남북이 공동으로 경의선 철도를 점검하는 사업도 북한 반출 금지품목인 경유를 실은 연료차를 동반한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는 “군사적 문제는 남북 정상의 결단으로 즉각 이행이 가능하고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선조치를 요구하는 비핵화 문제보다 합의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군사협력이 강한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군사협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군사 당국은 그간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논의된 사안을 중심으로 해서 사안 별로 이행 시기, 방법 등을 담은 포괄적인 군사분야 합의서를 구체화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은 그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DMZ 안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DMZ 지역 6ㆍ25 전사자 공동 유해발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긴장 완화 등의 의제를 놓고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상회담의 성격상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결과를 내긴 쉽지 않다”면서도 “JSA 비무장화 문제 등을 풀 남북 국방장관 회담의 일정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변수’가 있다. JSA와 DMZ의 관할권은 유엔군사령부가 갖고 있기 때문에 남북이 합의하더라도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결국 남북 군사협력도 비핵화의 진도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철재 기자ㆍ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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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