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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달리는 노량진 新ㆍ舊시장 갈등…철거 강제집행 또 무산

6일 서울 구(舊)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법원의 강제집행이 무산됐다. 지난해 4월, 지난 7월에 이은 세 번째 명도 강제집행이었다.
 
이날 오전 9시10분쯤 법원은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예정보다 1시간가량 늦은 시각이었다. 형광노란색 조끼를 입은 노무인력 50여명이 구시장 입구에 진을 친 상인 40여명에게 다가갔다. 붉은 띠를 두르고 붉은색 조끼를 입은 상인들은 이들을 막아섰다. 노무인력을 막는 상인들 주변에는 고령의 상인들도 무리 지어 있었다. 구시장 상인 측에 따르면 시장 입구에서 노무인력과 대치한 인원만 200명에 이른다. 이날 법원에서는 노무인력 300명 정도를 집결시켰다.
 
법원 행정관과 노무인력은 오전 9시45분쯤 다시 집행을 시도했다. 상인들은 서로 팔짱을 낀 채 “으쌰, 으쌰”를 외치며 막아섰다. 양 측 간 약간의 힘겨루기는 있었지만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오전 10시 마지막 집행 시도를 할 때, 상인 무리의 맨 앞줄은 자리에 앉기도 했다. 대치하던 노무인력은 이 시도를 끝으로 철수했다. 한 시간가량 이어졌던 강제 집행 시도는 총 3차례 만에 끝났다.
6일 오전 법원 노무인력이 구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강제집행을 하려 하자 붉은 조끼를 입은 구시장 상인들이 막아서고 있다. 조한대 기자

6일 오전 법원 노무인력이 구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강제집행을 하려 하자 붉은 조끼를 입은 구시장 상인들이 막아서고 있다. 조한대 기자

구시장 상인들은 노무인력이 철수한 뒤에도 40여 분간 집회를 이어갔다. 
상인들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시장 상인인 윤헌주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 노량진수산시장총연합회 위원장은 “강제 집행은 대화와 상생을 포기하겠다는 처사고, 무리한 집행 시도에 분노한다”며 “어떤 상황이라도 상인들끼리 연대해 우리의 자리를 사수하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현재 신시장은 장사하기에 부적합한 건물이다. 상인들의 공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장사할 공간도, 이동로도 모두 비좁아 시장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년간 구시장에서 장사를 했다는 이면숙(53·여)씨는 “같은 1.5평(4.96㎡) 장사 공간이라도 신시장은 점포 간 사이와 통로가 비좁다. 그런데 월세는 30~40% 비싸다”며 “신시장 내에는 중매(도매)·소매동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도매상들이 물건을 소매로 팔아 우리가 가더라도 손님을 뺏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구시장은 외국에도 알려졌을 만큼 문화적 가치가 있는 전통시장이다. 이런 공간을 보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협은 장사를 더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제집행도 법원에 다시 요청할 예정이다. 수협 관계자는 “지난달 17일 (신협의) 대법원 최종 승소 판결이 나왔지만 구시장 상인들이 신시장에 입주하지 않았다”며 “최대한 빨리 이 문제를 해결 지으려 하지만 구시장에 대한 단수·단전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대법원은 수협이 상인 179명을 대상으로 낸 '건물 인도 및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신·구시장 상인들 간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강제집행을 막는 구시장 상인들 무리에서는 신시장 상인에 대한 비난 섞인 고성이 나왔다. 단체 행동을 하지 않고 먼저 입주했다는 점에 대한 불만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시장의 한 상인은 “수협에서 임대를 줘서 하는 장사다. 내 땅도 아닌데 옮겨야 하지 않겠냐”며 “좁으면 좁은대로 좌대를 덜 펴고 장사 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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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은 구·신시장 상인과 수협 모두에게 손해를 가져다주고 있다. 30여 년간 장사를 했다는 한 상인은 “손님이 두 시장으로 찢어지니 장사가 계속 안된다. 오기 시끄럽다며 시장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손님들도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수협 관계자도 “2016년부터 연간 100억원 가량의 손해를 보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상인들 모두에게 득이 될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시장 상인과 수협의 갈등은 2015년 말 불거졌다. 1971년 개장한 구시장이 노후해 현대화사업으로 추진한 신시장이 2015년 10월 완공됐지만 상인들이 입점을 거부했다. 좌판대의 면적이 옛시장의 6.61㎡(2평)에서 신시장은 4.96㎡(1.5평)로 좁아졌는데 임대료는 1.5~2.5배 비싸졌다는 이유였다. A급 점포 기준 임대료가 구시장은 20만원 후반이었는데 신시장 70만원대로 제시됐다. 
 
2016년 3월 신시장에서 경매가 시작되자 갈등은 더 커졌다. 당시 신시장으로 이동한 상인은 20%가량에 불과한데 경매공간을 옮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해 4월 수협 직원을 상대로 옛시장 상인이 ‘칼부림 난동’을 벌이기도 했다.
 
수협은 구시장 점포 명의자를 대상으로 2016년 8월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항소포기자를 포함 128명에 대해 승소했다. 명도소송은 임대차계약 종료 후에도 임차인이 빌린 건물의 공간을 비워주지 않을 때 내는 것이다. 수협과 노량진수산시장의 임대차계약은 2016년 3월25일 종료됐다.  
 
이후 수협·서울시가 협상에 나섰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법원의 강제집행에까지 이르렀다. 수협에 따르면 현재 신시장에는 판매상 432곳이, 구시장에는 294곳이 운영 중이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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