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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민간외교관’ 박항서, “축구란 작은걸로 내가 큰 역할하겠는가”

 
“축구라는 작은걸로 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베트남 축구를 이끌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신화를 쓴 ‘쌀딩크’ 박항서(59) 감독이 6일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온 박 감독이 입국장에 들어서자 한국 국민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베트남 축구 박항서 감독이 6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연합뉴스]

베트남 축구 박항서 감독이 6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연합뉴스]

 
경남 산청 출신 박 감독은 경상도 사투리로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많은 시민들이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하다. 히딩크 감독님과 비교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 감독은 “난 항상 대한민국 사람이란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축구 외에는 잘 모르지만 베트남 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뉴스1]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뉴스1]

 
박 감독은 동남아 축구약체 베트남을 이끌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시리아 등을 꺾고 사상 첫 4강에 올랐다.  
 
베트남과 한국은 1960년대 베트남전쟁 때 총칼을 겨눈 사이였지만 요즘 9000만 베트남인들은 한국 사람들을 친근하게 여긴다. ‘민간 외교관’ 박 감독 덕분에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올라갔다. 베트남을 찾은 한 한국 관광객은 “식당에서 박항서의 나라에서 왔다며 음료수를 공짜로 줬다”고 전할 정도다.
2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를 환영하는 행사가 열린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 앞에서 축구팬들이 박 감독의 실물 크기 사진으로 만든 광고판을 배경을 기념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2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를 환영하는 행사가 열린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 앞에서 축구팬들이 박 감독의 실물 크기 사진으로 만든 광고판을 배경을 기념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비록 4강에서 조국 대한민국에 1-3으로 패했지만, 박 감독이 선수들을 아들처럼 챙기는 ‘파파리더십’이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됐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대표음식 쌀국수에 거스 히딩크 감독을 합해 ‘쌀딩크’라 불린다.  
베트남 축구 박항서 감독이 6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 축구 박항서 감독이 6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국 소감은.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일찍부터 많은 시민들과 언론이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대한민국에 잠시 오게 된 것도 감사히 생각한다. 아시안게임 때 국민들께서 많은 베트남 축구에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
2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를 환영하는 행사가 열린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이 팬들로 가득 찼다. [연합뉴스]

2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를 환영하는 행사가 열린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이 팬들로 가득 찼다. [연합뉴스]

 
-베트남에서 엄청난 열기가 있었다. 지난 1월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때와 달랐을 것 같다.
“중국에서 열린 23세 이하 대회와 달리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못땄기 때문에 정부에서 자제하는 것 같더라. 베트남 국민들은 많이 반겨주더라.”
지난달 19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베트남과 일본의 경기에서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경기 시작과 함께 터진 선제골에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베트남과 일본의 경기에서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경기 시작과 함께 터진 선제골에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베트남의 히딩크’란 별명이 있는데.
“내가 베트남에서 작은 성적을 거뒀기에 히딩크 감독님과 비교하는데, 내가 비교되는게 부담스럽다.”
 
-베트남에서 아시안게임 4강 신화를 이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코치 때와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했는데 다행히다. 메달은 못 땄지만 첫 4강에 올랐다. 선수들이 베트남 축구에 발자취를 남긴 것 같다.”
 
-베트남 응원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언어소통이 안되고 신문을 못 읽는다. 방송과 TV, 사진이 나오는 건 알고 있다. 길에 나가면 국민들이 감사의 표시를 한다. 느낌으로 알고 있다.”
 
-11개월간 단기간에 성적을 낼 수 있던 원동력은.
“10월 25일이면 감독 부임 1년째다. 중국 대회부터 나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없다. 한국인 이영진, 배명호 코치, 베트남 코치, 스태프가 최선을 다해줬다. 선수들도 훈련할 때 적극적으로 잘 따라줬다. 이런 것이 합심했기에 잘 나왔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스1]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스1]

 
-재계약을 추진하고 월급 박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감사하다는 의미로 생각한다. 지금 현재 만족하고 일하고 있다.”
 
-베트남 축구와 한국축구를 비교했을 때 장점은.
“한국과 비교하긴 그렇다. 베트남 사람들은 프라이드도 있고, 선수들의 단결심 강하다. 베트남에서 ‘박항서’하면 정말로 함께할려는 의지가 강하다. 좋은점을 많이 갖고 있다.”
 
-국내 훈련 한다고 말들었는데.
“베트남축구협회에서 선수들 소집해 10월17일부터 12일 정도 훈련할 예정이다. 지금 K리그 경기가 있기 때문에 1.5군과 경기도 가질 예정이다.”
 
박항서 감독이 아시안게임 기간 중 선수 발마사지를 직접 해준게 SNS를 통해 공개돼 화제가 됐다.

박항서 감독이 아시안게임 기간 중 선수 발마사지를 직접 해준게 SNS를 통해 공개돼 화제가 됐다.

-대회기간 선수 발마사지를 직접해준게 화제됐는데.
“전 유투브 그런거 잘못본다. 기사거리가 될지 몰랐는데. 의무실에 자주 간다. 부상자도 확인하기 위해. 사실 의무진이 한명밖에 없어서 손이 모자란다. 혼자하고 있어서 ‘가지고 와’라고 했다. 이친구가 아마 찍어서 동영상 올린거 같다.”
 
-어퍼컷 세리머니는 2002년 기억인가.
“제가 기분 좋은 상황이었다. 제가 성격 자체가 연출하거나 그러지 못한다. 어느순간 느낌오는대로 한거다.”
 
-연이은 성적으로 11월 동남아시아 축구대회 스즈키컵 기대감이 높아졌는데, 아직 배고픈가.
“10월1일 35명을 제출해야한다. 계속 지켜봐서 준비된 상태다. 가면 갈수록 부담이다. 아시안게임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얼떨결에 (성적이 났다). 이렇게 기대하고 계시니 부담되 되지만, 걱정한다고 될것도 아니다. 즐기면서 열심히해야될거 같다. 부담되는건 사실이다.”
 
-대회 전 4강 정도를 기대했나. 그 이상인가.  
“시합 나가기 전에 문체부 장관님이 아시안게임은 예선만 통과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대부분이 예선 통과 정도로 생각했다. 베트남 언론도 아시안게임에 기대를 많이 하지 않는다는 느낌은 받았다.”
 
-민간 외교관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축구라는 작은 걸로 내가 큰 역할을 할 순 있겠는가. 내가 항상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축구 외에는 잘 모르지만 베트남 축구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베트남의 준결승전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베트남 국가가 연주될 때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다. 보고르=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베트남의 준결승전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베트남 국가가 연주될 때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다. 보고르=김성룡 기자

 
-지도자 동남아 진출 조짐이 있는데 조언을 한다면.  

“나보다 훨씬 유능한 지도자들도 한국에 많다. 한국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좋은 도전의 기회가 온다면… 어차피 도전에는 성공과 실패 밖에 없다. 던져봐야 성공인지 실패인지 알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의미있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로서 새로운 느낌도 난 받았다.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만나는 느낌.  
“베트남 언론에서도 애국가가 나올 때 예를 표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조국의 애국가가 나오는데 예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대한민국 사람이지만 여행간 사람도 아니고,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이기에 베트남 국가가 나오면 예를 표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 사람이지만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기에 누구를 만나도 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인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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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