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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궁중족발 사건' 선고..."월세 비쌌지만 망치는 심했어"

5일 오전, 서촌에 위치한 옛 '궁중족발' 가게 자리. 김정연 기자

5일 오전, 서촌에 위치한 옛 '궁중족발' 가게 자리. 김정연 기자

 
옛 궁중족발 가게에 붙은 경고문. 김정연 기자

옛 궁중족발 가게에 붙은 경고문. 김정연 기자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촌 세종문화음식거리 끝자락에 위치한 옛 ‘궁중족발’ 가게 유리 벽에는 붉은 글씨로 쓰인 ‘출입금지’ 안내문만 선명하게 붙어있었다. 가게 이름이 쓰인 스티커, 이전에 붙었던 법원 판결문 등은 다 뜯어져 흔적만 남아있었다. 가게 앞에 세워져 있던 차량도, 유리문 안쪽에 이중으로 설치돼있던 철문도 사라진 채였다.  

 
궁중족발 바로 맞은편 분식집 사장은 “앞집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며 피로감을 드러냈다. 그는 “집행 나올 때마다 청심환을 먹어야 했고, 너무 오래 피해를 많이 봤다”며 말을 아꼈다. 인근 과일가게 사장은 “사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면서 “잘 해결되면 좋은데.. 망치는 겁만 주려고 했어도 실수로 죽일 수도 있는 건데 왜 그랬을까”하며 혀를 찼다. 50m 남짓 떨어진 곱창가게도, 그 옆 주꾸미집도 “우리는 잘 모른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2년 분쟁 피로... “동네 이미지만 나빠지고, 상인들 난리다” 목소리도
서촌 궁중족발 사장 김모(54)씨가 지난 6월 7일 오전 8시 20분쯤 서울 강남구의 한 골목길에서 망치를 들고 건물주 이모(60)씨를 쫓고 있다. [사진 JTBC 뉴스룸]

서촌 궁중족발 사장 김모(54)씨가 지난 6월 7일 오전 8시 20분쯤 서울 강남구의 한 골목길에서 망치를 들고 건물주 이모(60)씨를 쫓고 있다. [사진 JTBC 뉴스룸]

세입자-임차인 간의 분쟁이 폭력 사건으로 번진 ‘궁중족발 사건’의 1심 선고가 6일 내려진다. 이번 재판은 배심원들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선고공판을 하루 앞둔 날이었지만 “내일이 선고냐”며 관련 소식을 처음 듣는 상인들도 많았다. 시장 한쪽 미용실 사장은 “동네에서는 소식 못 듣고 TV 뉴스에 나와서 알았다”며 재판 진행 과정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2년 가까이 이어진 ‘궁중족발 사태’로 상권이 죽었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50m 남짓 떨어진 쪽갈비집 사장은 “궁중족발은 운이 나빠서 건물주를 잘못 만난 거지, 대부분의 가게들은 그렇게까지 세가 오르지 않았다”며 “동네 이미지만 나빠지고, 상인들이 난리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세입자 입장에서 공감은 가지만, 둘이 해결해야 할 일이지 우리가 나설 일이 아닌데 저기서 시위하는 동안 ‘골목이 안 좋다’는 인식이 박혀서 동네가 다 죽었다”고 주장했다.  
 
“옥살이보다는 벌금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공감도 많아
지난 2월 서촌 본가궁중족발. 김정연 기자

지난 2월 서촌 본가궁중족발. 김정연 기자

 
그러나 시장 상인들은 ‘잘 모르지만, 둘 다 조금씩 잘못했고, 판결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시장 옆 미용실 사장은 “둘 다 문제다. 오래 가게를 한 사람이니 돈 조금 요구하는 것 줘서 내보냈으면 좋을 텐데 주인 입장에서는 또 그게 아니니 협상이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초입의 과일가게 사장도 “우리가 보기에도 세를 너무 많이 올렸다. 어느 정도 했어야지. 폭력을 행사한 건 잘못이지만, 버티다 버티다 화가 나서 그랬겠지”라고 안타까워했다. 9년째 운영 중인 슈퍼 사장도 “사장도, 그렇게 1년 버텼으면 비워줬어야지…. 잘 얘기해서, 옥살이보다는 벌금으로 끝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지난 2월, 서촌 본가궁중족발 내부에서 본 이중 철문. 김정연 기자

지난 2월, 서촌 본가궁중족발 내부에서 본 이중 철문. 김정연 기자

 
지난 2월, 서촌 본가궁중족발 안쪽에서 본 CCTV 화면. 사장 김씨는 가게 안에서 CCTV로 바깥 상황을 확인했다. 김정연 기자

지난 2월, 서촌 본가궁중족발 안쪽에서 본 CCTV 화면. 사장 김씨는 가게 안에서 CCTV로 바깥 상황을 확인했다. 김정연 기자

 
‘궁중족발 사태’는 2016년 건물을 사들인 이모(60)씨가 100㎡(약 30평) 남짓의 가게 월세를 297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올리면서 시작됐다. 오른 임대료를 낼 여력이 없던 궁중족발 사장 김모(54)씨는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지난 6월 구청의 강제집행으로 가게를 떴다. 현재 서촌의 66㎡(약 20평)짜리 가게의 월세는 250만원 정도, 비싼 곳은 3.3㎡당 20만원 남짓이다. 이씨가 제시한 임대료는 3.3㎡당 40만원선으로, 인근 시세의 두 배에 달한다. 서촌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새로 들어오는 건물주들에게 ‘세 너무 많이 올리면 상권이 죽으니 적당히 하는 게 장기적으로 좋다’고 조언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도 결국은 ‘권리금 문제’ 였다는 분석도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이 동네 기본 권리금이 2억~3억인데 5년 만에 회수하기에는 조금 짧다. 1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이모 사장은  “건물주는 수익률을 맞추고 싶었던 거고, 세입자는 권리금 1억원이 소중했을 것”이라며 “조금만 양보하고 권리금을 주는 쪽으로 해결했으면 극단으로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문화음식거리 상인회장 박종수씨는 “20년간 김씨를 봐왔는데, 살인미수는 말도 안 된다. 다 잃은 상태에서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지고 그랬을 것”이라며 정상 참작을 기대했다.

 
“임대차 보호 ‘5년→10년’이 답은 아냐”  
지난 8월 11일, 서울 체부동 태성빌딩 1층 궁중족발 음식점 자리를 건물주측이 철거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지난 8월 11일, 서울 체부동 태성빌딩 1층 궁중족발 음식점 자리를 건물주측이 철거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그런데도 이번 사태로 촉발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논란, 최근 나오는 권리금 양성화 논의 등이 능사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었다.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사장은 “상가 임차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바꾼다고 해도 틈은 다 있고, 10년 뒤엔 어차피 똑같은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권리금 때문에 버틴 사정은 이해하면서도 “그걸 건물주가 줘야 할 책임도 없고,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도 “수십년간 거론돼도 안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임대차보호법 기간 늘리는 문제는 재산권 논란, 중도 계약해지 희망 세입자 등 고려할 점 많다”고 우려를 표했다.

 
 검찰은 5일 열린 공판에서 궁중족발 사장 김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궁중족발 측을 지원하는 ‘마음편히 장사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맘상모) 관계자는 “폭행은 인정하지만 죽일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살인미수는 아니다. 배심원들이 예리하게 질문도 하셔서 현명하게 판단해주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6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궁중족발집 사장 김모씨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고, 특수상해와 특수재물손괴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다. 범행에 쓰인 '망치'는 몰수당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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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