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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사단 만나 친서 받은 김정은 … 과감한 비핵화 결단 기대한다

어제 서해 직항로로 평양에 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왔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의견을 교환했다”며 “만찬 후 귀환해 내일(6일) 브리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특사단이 오찬·만찬을 어디서 누구와 했는지 (현재로선)알 수 없다”고 전했다. 만찬 분위기는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3월 1차 특사 방문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당시 김 위원장은 특사단 접견을 통해 노동당 청사를 외부 세계에 처음 개방하고, 환대 행사도 곧바로 공개했다. 당시 정 실장은 귀경하자마자 청와대에서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개최 소식과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등을 발표했었다.
 
이처럼 6개월 만에 달라진 분위기가 특사단의 미진한 방북 성과를 의미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하지만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만났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 내용도 북한에 전달했을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양측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특사 파견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두 달여 만에 북핵 문제가 단단히 꼬인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던진 승부수나 다름없다. 9월 내 3차 남북 정상회담과 유엔총회 등 한반도 정세를 바꿀 빅 이벤트를 앞두고 비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번 특사단의 주목적은 3차 남북정상회담 의제와 일정 협의,그리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분위기를 재조성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미국이 북한의 핵물질 신고와 폐기 로드맵을 요구한 반면 북한은 선(先) 종전선언으로 맞서면서 지난달 말에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했을 만큼 상황은 악화됐다. 이로 인해 판문점 선언에 ‘연내 종전선언’을 담은 정부로선 여간 난감한 상황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이 특사단 파견을 앞둔 4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50여 분간 전화로 한반도 정세를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미국은 폼페이오의 4차 방북을 앞두고 기존 입장보다 누그러뜨린 비핵화 초기 조치를 북한에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싱가포르 선언’의 항목 순서대로 관계 정상화, 체제 안전을 위한 ‘종전선언’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우리 대북 특사단이 가지고 갔을 중재안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낮을 수 있다. 북한이 이 중재안을 받아들였는지, 또 북한이 역제안했을지 모를 수정 중재안을 미국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제 중국은 북한 정권 70주년 기념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아닌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의 평양행 유보는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는 미국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중국까지 몸을 사리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움직일 공간은 넓지 않다. 이제 북한이 핵과 번영을 맞교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한·미 공조를 공고히 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는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간다는 원칙을 유지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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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