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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대학 개발 안면인식장비, 군 납품시도한 사업가 기소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개발한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국내에 납품하고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대북사업가가 재판에 넘겨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양중진)는 안면인식 기술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와 이 회사 부회장 이모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5일 구속기소 했다. 김씨는 1990년대 후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산하 기구인 서울지역대학총학생회연합(서총련)에서 투쟁국장을 지냈다.
 
검찰에 따르면 경기도와 중국 베이징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한 김씨는 2007년쯤 북한 정보기술(IT) 조직을 접촉하고 이들로부터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넘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에는 국내 전산망을 마비시킬 수 있는 악성코드도 담겼다. 특히 김씨는 2013년 방위사업청의 해안·휴전선 북한 감시 장비 관련 입찰 공고를 보고 응찰해 이 프로그램을 군에 납품하려 했다.  
 
대북사업가 사건 문자메세지

대북사업가 사건 문자메세지

검찰은 김씨가 이 과정에서 대북 감시 장비에 관한 군사기밀을 북한에 누설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한 것처럼 속여 국내에 판매하고 북한에 9억원 상당 개발비를 건네거나 군사기밀을 유출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씨와 접촉한 북한 인사는 박두호 김일성종합대 정보기술연구소장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구속 뒤 외부로 보낸 편지에서 “박두호와 나는 기술 교류 협력 및 경제 사업의 관계”라며 “김일성종합대에 우리 얼굴 인식 기술 개발을 확장해 코리아인공지능센터를 설립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의심스러운 행각은 2013년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에 의해 포착됐다. 이후 내사를 진행해 온 경찰은 지난달 11일 김씨를 국보법상 회합·통신과 자진 지원 혐의로 구속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경찰이 김씨를 구속하는 과정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등 시민·종교 단체가 증거가 조작됐다며 석방을 요구했다. 김씨 측에 따르면 구속 전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 경찰 조사관 휴대전화를 빌렸다. 이 휴대전화에는 ‘Sorry, room 205. To repair the air conditioner 3pm on July 22. I am going to visit your house around 4’(죄송합니다. 205호님. 7월 22일 오후 3시에 에어컨을 고치기 위해 4시쯤 댁에 방문하겠습니다)라는 영문 메시지가 기록됐다. 경찰은 이 메시지가 김씨 자신의 체포를 알리고 증거를 인멸하라는 내용으로 파악해 영장 신청 근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김씨 변호인단은 이 문자를 김씨가 보낸 게 아니라 조사 전 휴대전화 소유주인 경찰관에게 온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또 경찰이 영장 청구를 위해 문자 수신일을 조작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김씨를 수사한 보안수사대 경찰관을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별개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부당함이 없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로 배당했다. 다만 공안1부는 문자메시지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혐의가 엄중한 만큼 구속 필요성이 컸다는 입장이다.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한 대학교수도 “방위사업청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분석하면 그 기술이 왜 필요하고, 어디에 사용하는지 알 수 있어 북한에 넘어가면 위험한 정보”라고 말했다.
 
방위사업청 측은 2013년 입찰 당시 낙찰된 업체가 아니라서 군사비밀이 새어 나가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낙찰된 업체 1곳에 한해 신원조회를 거친 뒤 서약서를 쓰고 사업 설명을 했다”며 “낙찰 전 공개된 사업서는 간단한 개요만 들어가 있어 군사 비밀을 알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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