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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부대 넘치던 강남 간장게장골목 밤 11시 되자 썰렁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먹자골목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심야상권이었던 강남구 신사동 간장게장 골목도 심야에 인적이 끊기다시피했다. 4일 새벽 3시쯤의 모습. 함종선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먹자골목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심야상권이었던 강남구 신사동 간장게장 골목도 심야에 인적이 끊기다시피했다. 4일 새벽 3시쯤의 모습. 함종선 기자

지난 4일 오후 11시쯤 직장인들이 늦은 밤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곳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간장게장 골목. 하지만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가게엔 손님이 거의 없다. 골목 입구부터 문을 닫은 채 ‘임대’ 표지를 붙여놨거나 공사 중인 점포들도 눈에 띈다. 한 상가건물의 관리인은 “주 52시간제 시행 탓인지 직장인 손님이 뚝 끊기면서 요즘은 밤 11시가 되기 전에도 썰렁해진다”고 말했다. 
 
실제 밤 11시가 되자 ‘심야 영업’이라는 안내 간판이 있는 한 횟집이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식당 사장은 ”요즘 퇴근들을 다 일찍 하니까 저녁 회식 손님도 눈에 띄게 줄었다“며 ”올 초까지만 해도 새벽 2시까지 영업했는데 지금은 밤 11시면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어가면서 퇴근 이후 여가를 즐기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면이 많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신사동의 간장게장 골목처럼 심야 상권이 움츠러든 것도 그중 하나다. 밤늦게까지 가게 불을 밝혀주던 ‘넥타이 부대’가 실종되면서 존폐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5일 새벽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먹자거리에서는 모자를 쓰거나 반바지를 입은 20대만 눈에 띌 뿐 양복을 입은 직장인은 볼 수 없었다. 영동시장은 심야 상권의 상징처럼 통했던 한신포차 본점이 있는 등 새벽까지 직장인 손님 등으로 인해 들썩이던 곳이다. 하지만 이날은 새벽 2시가 넘어서자 아예 문을 닫는 업소들이 꽤 많았다. 한 호프집은 새벽 4시까지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무색하게 불이 꺼져있었다. 11년째 영동시장에서 영업하고 있다는 고깃집 사장은 “늦은 시간에 오는 단골손님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심야 적자가 커져 고민”며 “영동시장 전체를 통틀어 직원보다 돈 잘 버는 사장이 손에 꼽을 정도란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심야상권인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먹자골목.5일 새벽 3시가 되자 인적이 뜸해졌고, 문을 닫은 업소도 늘어났다. 함종선 기자

서울의 대표적인 심야상권인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먹자골목.5일 새벽 3시가 되자 인적이 뜸해졌고, 문을 닫은 업소도 늘어났다. 함종선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주점업의 생산지수(불변지수 기준)는 99.3으로 2분기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 영향을 제외하고 평가한 유흥주점ㆍ생맥주 전문점ㆍ소주방 등의 매출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10년 전인 2008년 2분기(135.3)와 비교해선 36포인트나 하락했다. 당시는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가 엉망이었는데도 지금보단 사정이 나았던 것이다. 같은 기간 커피전문점 같은 '비알코올음료점업'이 87.8에서 149.6으로 61.8포인트 오른 점과 대비된다. 
 
매출 감소를 이겨내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상가 건물 2층에서 50평 규모의 횟집을 운영하던 이모(55)씨의 경우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이달 초 가게 문을 닫았다. 이씨는 “문을 닫으면 월세 500만원을 손해 보지만 문을 열면 비용까지 해서 월 1000만원이 적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경우 상가 임대계약 기간이 아직 남아 있어 이씨가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 가게를 넘기기 전까지는 건물주에게 월세를 계속 내야 한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권모(46)씨는 “'워라밸(일과 여가 균형) 바람까지 불면서 연휴가 낀 주는 한 주 전체 매출이 엉망”이라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외식비 등을 아껴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8월 말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은 456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105만명)에 비해 11.1% 증가했다. 이는 전년 대비 지난해의 증가율(7.5%)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식당을 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 보면 주 52시간제로 수익원(손님)은 줄어드는데 최저임금 및 식재료비 인상으로 비용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강남의 한 식당은 새벽 3시가 넘어가자 손님이 없어 직원들이 식당 문을 열고 불을 켜 놓은채 식당 한 구석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식당은 새벽 3시가 넘어가자 손님이 없어 직원들이 식당 문을 열고 불을 켜 놓은채 식당 한 구석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직장인들 입장에선 급여가 줄었으니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건설회사 현장에서 근무하는 김모(48) 씨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휴일 수당 등이 줄면서 30%가량 월급이 깎였다”며 “아직 아내에게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투잡을 위해 최근 카카오 대리기사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식당과 주점의 불이 일찍 꺼지면서 대리운전 기사와 택시기사도 수입이 크게 줄고 있다. 5일 새벽 신사역 4번 출구 인근 건물 옆에는 40~50대 남성 5명이 담배를 피우며 단말기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모두 ‘콜 대기’를 하는 대리운전기사들이다. 대리운전 경력 11년 차라는 윤진섭(49)씨는 “불광역에서 40분 대기하다 손님이 없어 광역버스 M버스를 타고 신사역으로 왔는데 여기서도 30분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대리운전기사용 휴대폰 단말기에는 신사역 주변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대리운전 기사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었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소득이 줄어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저녁에 회식하는 ‘넥타이부대’가 줄면서 대리운전기사의 수입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5일 새벽 4시쯤 대리운전 기사가 보여준 단말기의 빨간색 원들은 대리운전 맡길 손님을 기다리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위치 표시다. 함종선 기자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소득이 줄어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저녁에 회식하는 ‘넥타이부대’가 줄면서 대리운전기사의 수입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5일 새벽 4시쯤 대리운전 기사가 보여준 단말기의 빨간색 원들은 대리운전 맡길 손님을 기다리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위치 표시다. 함종선 기자

 
신사역 뒷골목에서 만난 법인택시 운전기사 김광용(60)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가 택시기사들이 장거리 손님을 골라태우는 ‘골든타임’이었는데 요즘은 밤에 손님 태우기가 별 따기”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더워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이제 날씨까지 선선해져 사납금 채우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밤을 새워 일하는 직원들이 밝힌 불이 심야에 불을 밝히고 조업하는 오징어 배와 비슷해 오징어 배라는 별명이 붙은 판교 테크노밸리 일대는 밤 10시가 넘자 불이 꺼지기 시작했고 자정 무렵이 되자 깜깜해졌다.  
 
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단축 이후 삶의 질과 관련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응답이 57.2%,'이전보다 나빠졌다'는 답변이 8.9%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회는 준비가 안 돼 있는데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제를 경직되게 시행하면서 소득 안정성이 낮은 계층을 중심으로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며 “정책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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