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할머니가 호박잎·애호박으로 끓여주셨던 그 된장찌개

기자
민국홍 사진 민국홍
[더,오래] 민국홍의 삼식이 레시피(5) 
누구나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 가운데 한둘은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 된 것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유난히 호박잎 된장국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아직도 남아있다. 무엇보다 여린 호박잎과 줄기 그리고 이것에 붙어있는 어린 호박이 된장국으로 탄생해 나오는 달달함과 구수함이 잘 어우러져 맛난 음식이었다는 추억이다.
 
대전시에 살았던 초등학생 시절의 일이다. 나는 늘 할머니를 졸졸 따라다녔는데 어느 날 시 외곽에 사는 할머니의 여동생 집으로 마실갔다가 점심으로 호박잎 된장국을 먹게 되었다. 이모할머니가 텃밭에 나가 호박잎과 애호박을 따오고 감자를 삭둑삭둑 썰어 넣어 된장국을 내놓았다. 너무나 맛있게 먹었고 그 맛은 좀처럼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아랫집이 옥상서 키우는 호박. [사진 민국홍]

아랫집이 옥상서 키우는 호박. [사진 민국홍]

 
올해 들어 집에서 주방을 세끼를 책임지다 보니 음식 실력도 부쩍 늘었고 여름이 되면서 그 옛날 호박잎 된장국이 생각나 한번 도전에 해보기로 했다. 동네 자양동 전통시장을 두 번이나 뒤졌는데도 호박잎을 파는 채소가게가 한 군데도 없었다.
 
호박잎 된장국을 만드는 일이 영원히 물 건너가나 했는데 우연히 엉뚱한 곳에서 호박잎을 발견하게 됐다. 지난달 18일 별러 오던 양평 세미원의 연꽃 축제를 폐막을 하루 앞두고 보러 갔다. 세계 각국의 연꽃을 다 모아놓은 연꽃 수목원의 싱그러움에 한껏 취해 노니다가 마침 오일장이 열리고 있는 양평 시장을 들렀다.
 
가보니 두 군데서나 할머니들이 집에서 키우던 애호박과 호박잎을 좌판에 늘어놓고 팔고 있었다. 보물을 발견한 듯 호박잎을 사고 고춧가루 등 필요한 것들을 장보고 나서 너무 기쁜 나머지 음식점에 들려 파전을 시켜놓고 아내와 함께 막걸리를 하면서 자축했다.
 
집에 와 막상 저녁을 준비하려 하니 걱정이 앞섰다. 내가 호박 된장국을 끓이면 과연 어린 시절의 맛이 재현될 수 있을까?
 
우선 사온 호박잎을 다듬고 애호박, 감자, 양파 한 개는 적당한 크기로 썰었으며 바지락조개 한 접시를 준비했다. 청양고추도 4개를 씨 빼고 잘게 썰어 준비했다. 제일 먼저 5cm의 파를 잘게 썰고 다진 마늘 한 큰술로 파 마늘 기름을 낸 다음 30g 정도의 다진 쇠고기를 넣고 약 불로 볶았다. 육수로 다시마, 황태 채 한 움큼, 살짝 볶은 멸치 6개를 넣고 끓여 별도로 육수를 준비했다.
 
큰 냄비에 파 마늘 기름 쇠고기, 육수를 넣고 쌀 뜬 물을 보충했다. 여기에 호박잎, 애호박, 감자, 양파를 넣은 뒤 된장 두 큰술 반, 고추장 반 큰술을 넣어 물에 잘 녹인 뒤 바지락을 투하한 뒤 한 30분 끓였다. 거의 다 끓였을 무렵 불을 끄기 2분 전에 액젓 반 큰 술과 청양고추를 넣었다.
 
호박잎, 감자, 바지락 등이 들어간 호박잎 된장국. [사진 민국홍]

호박잎, 감자, 바지락 등이 들어간 호박잎 된장국. [사진 민국홍]

 
먼저 아내에게 시식을 권했다. 와우! 정말 맛있다는 제스처를 보인다. 나도 맛을 보았다. 타임캡슐을 타고 대전 교외의 한옥 툇마루에 앉아 호박 된장국을 먹던 어린 시절이 되살아난 기분이다. 된장의 구수함은 기본이고 물컹 씹히는 어린 호박의 달달함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게다가 서걱거리면서도 부드러운 여린 호박잎과 줄기의 식감은 참으로 토속적이고 원초적이다. 구수함과 달달함 그리고 원초적인 식감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청양고추의 칼칼함이 감칠맛의 끝을 장식했다.
 
내 생각에는 육수라든지 파 마늘 기름에 볶은 쇠고기와 바지락이 된장국의 맛을 최상으로 업그레이드시켰을 것으로 보이지만 느낌으로는 어렸을 적 그 맛이 재현된 것 같았다.
 
별미로 먹는 애호박젓국. [사진 민국홍]

별미로 먹는 애호박젓국. [사진 민국홍]

 
호박잎 된장국만으로는 저녁 한 끼로 다소 미흡해 보여 호박 젓국과 닭 가슴살 찹 스테이크를 곁들이기로 했다. 호박 젓국은 만드는 게 너무 쉽다고 해서 맛이 처지는 것은 아니다. 애호박을 제법 큼직하게 썬 뒤 4분의 3 큰 술만큼의 새우젓으로만 볶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닭 가슴살 스테이크는 큼직하게 슬라이스 한 가슴살에 마늘 한 큰술을 넣고 버터에 노릇노릇하게 볶아내면 된다.
 
호박잎 된장국에 호박 젓국과 닭 가슴살 스테이크는 저녁상으로는 매우 훌륭했다. 와인 한병을 땄다. 절로 음식이 와인을 불렀다고 할 수 있다.
 
아래층 사는 아줌마가 자신이 기르던 호박잎과 어린 호박 등을 보내왔다. [사진 민국홍]

아래층 사는 아줌마가 자신이 기르던 호박잎과 어린 호박 등을 보내왔다. [사진 민국홍]

 
며칠 뒤 아래층에 사는 아줌마가 옥상에 정성스레 키우던 호박잎을 따서 보내왔다. 아내가 한바탕 음식 자랑을 한 모양이다. 된장 호박잎으로 하는데 양평 5일 장을 봐야 했고 호박을 키우던 이웃이 필요했다. 요리하나 하는데 이처럼 시간이 제법 필요하다. 인생 2막에서는 이런 슬로우 라이프가 적격인 것 같다.
 
[정리] 호박잎 된장국 만드는 법
[재료]
호박잎, 애호박, 감자, 양파, 바지락 조개, 청양고추, 파, 다진 마늘, 다진 쇠고기, 육수(다시마, 황태 채, 볶은 멸치) 
 
[조리순서]
※ 육수는 다시마, 황태 채 한움큼, 살짝 볶은 별치 6개를 넣고 끓여 준비해둔다.
1. 호박잎을 다듬고 애호박, 감자, 양파는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청양고추도 씨를 빼고 잘게 썰고, 파도 썰어둔다. 
2. 썰어둔 파와 마늘, 다진 쇠고기를 넣고 약불로 볶는다.
3. 큰 냄비에 2와 육수를 넣고 쌀 뜬 물을 보충한다. 여기에 호박잎, 애호박, 감자, 양파를 넣은 뒤 된장 두 큰술 반, 고추장 반 큰술을 넣어 물에 잘 녹이고, 바지락을 넣은 뒤 30분을 끓여준다. 
4. 거의 다 끓였을 무렵 불을 끄기 2분 전에 액젓 반 큰술과 청양고추를 넣는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minklpga@gmail.com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