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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 모르고… '액괴' 만지며 노는 아이들

기자
임종한 사진 임종한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6)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8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8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1년 산모와 어린이들이 원인 모를 폐 손상으로 연이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와 동물실험을 통해 폐 손상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것을 밝혀냈다. 오랫동안 물이 고여 있는 가습기에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살균제가 오히려 산모를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그 후 7년이 지난 올해 8월 31일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본 사람은 6072명, 이중 사망자는 1341명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6000여명
기업은 필요한 독성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안전하다는 광고를 했고, 정부는 이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허술한 관리는 살균제 오남용을 불러일으켰다. 위험물질이 16년간 판매되고, 수많은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누구 하나 살균제 남용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는 오남용의 위험이 커 엄격히 관리되어야 한다. 살균제가 인체 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우리 주변에는 살균제와 같은 위험한 화학물질이 넘쳐난다. [중앙포토]

가습기 살균제는 오남용의 위험이 커 엄격히 관리되어야 한다. 살균제가 인체 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우리 주변에는 살균제와 같은 위험한 화학물질이 넘쳐난다. [중앙포토]

 
전 세계적으로 400개의 살균제 활성 물질이 존재하고, 40만t의 살균제가 들어있는 수천 개의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살균제는 오남용의 위험이 커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 많은 과학적 증거는 살균제가 인체 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나노 크기로 노출될 경우 더욱 위험할 수 있다. 현재 허가된 살균제는 발암 물질, 내분비계 장애 물질, 알레르겐, 신경 독소 및 생식 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우리 일상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외에 어떠한 화학물질이 우리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수만 종의 화학물질이 넘쳐나지만, 이 중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물질은 극소수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사이에 슬라임(액체 괴물), 클레이(점토)의 열풍이 대단한데, 정작 이들 제품에는 CMIT/MIT·트리크로잔(Triclosan)·메틸파라벤 등 살균제와 독성이 강한 유해 중금속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CMIT/MIT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때 치명적 폐 손상을 일으킨 그 물질이다. 화장품에 들어있는 파라벤과 트리크로잔은 발암성과 환경호르몬 작용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물질이다.
 
법적으로 이들 유해물질이 함유된 제품은 위해성 평가를 받고. 안전성이 입증된 후 판매가 가능하도록 최근 입법화한 살생물법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법 발효 시기가 내년 1월이라 지금은 어린이들이 무방비상태에서 살생물질에 그냥 노출되어있다. 어떻게든 이들 제품의 유해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초등생들 살생물질에 노출
초등학생은 물론 성인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슬라임(액체 괴물). 이들 제품에는 살균제와 독성이 강한 유해 중금속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Slime 123 Globox Barbara Rayman)

초등학생은 물론 성인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슬라임(액체 괴물). 이들 제품에는 살균제와 독성이 강한 유해 중금속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Slime 123 Globox Barbara Rayman)

 
살생물제의 독성 영향으로부터 대중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 특히 살생물제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발달 신경독성, 또는 면역 독성. 내분비 교란 독성을 가진 물질은 결코 승인되어서는 안 된다. 차단 기준은 대체 물질의 존재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보다 독성이 적은 물질을 선택하도록 모든 살생 제제를 비교 평가해야 하고, 비화학적 옵션 대체물을 개발해야 한다. 살균제 사용은 심각한 공중 보건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안전한 대안이 없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살균제가 가진 관련 위험성을 탐지하려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한데, 국내에선 이러한 목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살생물제를 사용하면 미생물에서 내성이 발생해 살균제 효용은 갈수록 떨어질 수 있다.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살균제 사용 대신 예방 및 비화학적 조치가 필요하다. 취약 집단이나 군중들이 자주 방문하는 공공장소에서 살균제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유럽, 미국도 우리나라와 같이 산업화과정에서 탈리도마이드·디에틸스틸베롤(DES) 등의 살균제 사건을 겪으면서 오늘날과 같은 화학물질·의약품의 안전관리제도를 정착시켰다. 어느 나라나 산업화 과정에서 한번은 이러한 사건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건이 또 반복된다면, 이는 심각한 살인 방조와 다름없다. 가습기 살균제의 교훈을 잊어서는 결코 안 된다.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ekeepe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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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