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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국의 KADIZ ‘도발’ … 한반도 영향력 강화 의도

강구영 영남대 석좌교수 전 공군참모차장

강구영 영남대 석좌교수 전 공군참모차장

중국 군용기 한 대가 8월 29일 강릉 앞바다까지 진입했다가 되돌아갔다. 당시 한국 공군의 F-15K 등 전투기 10여대가 출격해 중국 군용기를 밀착 방어했다. 최근 중국 군용기의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이 잦아질 뿐만 아니라 범위 또한 깊어지고 있다.
 
중국 군용기의 KADIZ 무단 진입 사례는 2016년 50여건에 이어 작년에는 70여건으로 늘어났다. 동해까지 진입한 장거리 무단 진입은 작년의 2차례에 이어 올해는 벌써 5차례나 반복되고 있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항공기의 무단 진입은 주로 이어도 인근 지역과 서해에서 있었다. 그러나 작년부터는 대한해협을 거쳐 강릉 앞바다까지 접근해 한국을 직접 압박하는 장거리 무단 진입 비행이 잦아지고 있다. 필자가 전투기를 조종하던 1980년대에는 옛 소련의 폭격기 및 정보수집기가 KADIZ 안으로 많이 들어왔는데 소련기가 이제 중국기로 바뀐 셈이다.
 
중국의 KADIZ 무단 진입은 중국이 자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한 2013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CADIZ 선포는 중국군이 동중국해, 더 나아가 태평양으로 진출을 모색하기 위한 안보 패권전략의 일부다. 초기에는 중국 항공기의 무단 진입이 한·일·중 3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JADIZ·CADIZ)이 중복되는 이어도 남서쪽 구역에 집중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대한해협과 동해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면 중국의 저의를 알 수 있다.
 
공군 제30방공관제단장을 지낸 필자가 보기에 중국의 잦은 KADIZ 무단 진입 배경에는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올해 중국 군용기는 한반도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정상회담,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일, 미국 국방부 장관의 한·미 군사 훈련 재개 시사 발언 등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어김없이 KADIZ에 진입했다. 이는 “한국은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지속해서 발신하기 위해서다.
 
시론 9/5

시론 9/5

KADIZ는 일본 JADIZ와 함께 중국 해·공군의 태평양 진출에 걸림돌이다. KADIZ와 JADIZ가 존재하는 한 중국 해·공군의 태평양 진출은 제한될 것이다. 따라서 KADIZ와 JADIZ 무력화를 통한 중국 해·공군의 태평양 자유 기동로 확보에 중국은 사활을 걸고 있다.
 
답보상태에 있는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결렬될 때를 대비한 예방적 조치로도 볼 수 있다. 중국 군용기의 KADIZ 진입이 대북 군사행동을 위한 미국 전략자산 움직임과 깊이 연계돼 있다는 분석이 그 단면을 보여준다. 한·미 관계 밀착, 북·미 관계 악화는 중국의 KADIZ 무단 진입을 더 촉진할 것이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외국 항공기가 무단 진입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 임의로 설정한 구역이다. 따라서 무단 진입 시에도 국제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한국군은 중국군과 핫라인을 개설해 KADIZ 진입 시에는 사전에 통보하도록 협정을 맺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통상적인 훈련’이라는 이유로 이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진입하고 있다.
 
잦아지고 깊어지는 중국 항공기의 KADIZ 무단 진입을 억제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 공군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이어도 인근 구역에 중·저 고도로 진입하는 중국 항공기의 탐지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이 구역은 제주도 지상 레이더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탐지 가능 고도가 높기 때문이다. 서해나 고고도로 진입하는 중국 항공기는 탐지가 되기 때문에 전술조치라도 할 수 있지만, 이어도 근방으로 진입하는 중·저 고도 진입 항공기는 탐지마저도 안 되기 때문에 전술조치가 불가능하다.
 
KADIZ에 진입하는 모든 항공기를 탐지할 수 있는 감시능력과 장거리 전술조치 능력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의 제주도 지상 레이더와 공군 공중조기경보레이더(AWACS) 능력으로는 역부족이다. 이어도 지역의 해상 레이더 설치와 AWACS를 추가 도입해 KADIZ 모든 지역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한 공중급유체계와 같은 장시간·장거리 작전능력을 구축해 KADIZ 모든 지역에서 전술조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이 자국 항공기의 KADIZ 비행계획을 사전에 통보하도록 대중 군사외교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ADIZ 무단 진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한국군의 확고한 의지다. KADIZ 확장지역에서 정례 훈련을 강화하고 무단 진입 항공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한반도 주변의 바다와 하늘이 중국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상기시켜 줘야 한다.
 
강구영 영남대 석좌교수·전 공군참모차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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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