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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사생활 궁금해” 은행원이 몰래 계좌 들여다본다

경기도의 한 은행에서 일하는 30대 은행원 A씨는 지난해 여자친구의 전 남자친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무단으로 전 남자친구의 계좌기록을 조회했다. A씨는 친구의 전 남자친구 금융자산 규모는 물론 카드 사용 내용을 추적해 위치와 행적까지 알아보는 등 무려 150여 차례에 걸쳐 고객의 동의도 없이 금융정보를 조회했다. 그는 이 사실을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알려준 혐의로 송치돼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도 함부로 못 보는데 무단조회
이혼소송에 쓰려고 계좌 보기도
형사처벌 규정 없어 내부 징계뿐

은행원 등 금융회사 종사자가 사적인 이유로 계좌 잔액이나 거래 내역을 조회하는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 하지만 처벌을 받는 경우는 외부에 누설하는 경우로 제한된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 종사자가 무단 조회한 금융거래 내용을 제3자에게 건넸을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그러나 조회하는 것 자체로는 처벌을 할 수 없다. 누설 의심이 있어도 증거가 있어야 한다.
 
실제 대법원은 이혼을 준비 중인 누나를 위해 매형의 재산규모와 거래내역 등을 조회한 은행원에 대해 “누나에게 해당 정보를 건넸다는 증거가 없다”며 2011년 무죄를 확정했다.
 
더욱이 고객이 금융회사에 자신의 계좌조회기록 내역을 요구해도 금융회사가 이를 거부하면 당사자는 누가 언제 자신의 금융거래를 조회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기자가 국내 4대 은행에 계좌조회기록을 요청한 결과, 하나은행은 내규를 이유로 “당사자라 할지라도 계좌조회 기록을 제공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개인정보이기도 하지만 은행의 업무정보이기도 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에는 개인정보조회 열람신청서를 받은 뒤 곧바로 조회 기록을 제공했다. 신한은행도 조회기록을 제공했지만 약 한 달이 걸렸다.
 
물론 금융회사에서도 내규를 만들어 직원들의 무분별한 금융거래 조회를 금지하고, 금융감독원에서 이를 감독하고 있다.
 
그러나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경고 및 주의 등 징계에 그치고 있다. 앞서 2010년 신한은행이 당시 야당 인사들의 계좌내역 등을 무단으로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금감원으로부터 경징계만 받았을 뿐 형사 책임은 면했다.
 
금융분쟁 전문가인 정민규 변호사(법무법인 광화)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처음 계좌개설 등 거래를 시작할 때 계약서에 조회에 동의를 받았다는 명분으로 권한을 남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거래를 시작하며 받는 개인정보이용 동의는 포괄적 의미의 동의가 아닌 만큼, 업무 목적이 아닌 사적인 목적으로 개인의 금융정보를 들여다보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도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도 개인의 계좌을 마음대로 볼 수 없는데, 금융기관 종사자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거래 내역을 무단으로 조회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며 “개인정보보호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현행법에 대한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금융거래정보가 누설됐을 때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종사자가 고객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금융거래 내역을 조회했을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실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 의원은 “고객의 민감한 금융거래 정보를 금융사 직원이 사적인 목적으로 조회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무분별한 조회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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