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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타트업, 세계적 기술에도 저평가된 ‘미운오리새끼’...기술사업화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국민내비게이션 김기사’와 이스라엘이 개발한 차량 내비게이션 ‘웨이즈’는 놀랄 정도로 기능이 비슷하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김기사의 가치는 30배나 떨어진다. 같은 기술을 갖고도 웨이즈는 구글에 1조2000억원에, 김 기사는 카카오에 650억원에 매각됐다. 한국의 글로벌 기술사업화가 절실한 이유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지사 대표(사진)는 지난 달 30일, 본지 '중앙경제포럼'의 연사로 참석해 한국의 스타트업은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기술 사업화' 역량이 부족해 글로벌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률ㆍ회계ㆍ마케팅 자문 등을 통해 대학ㆍ출연연의 우수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기술 인큐베이팅'을 강조했다. [중앙포토]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지사 대표(사진)는 지난 달 30일, 본지 '중앙경제포럼'의 연사로 참석해 한국의 스타트업은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기술 사업화' 역량이 부족해 글로벌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률ㆍ회계ㆍ마케팅 자문 등을 통해 대학ㆍ출연연의 우수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기술 인큐베이팅'을 강조했다. [중앙포토]

 
지난달 30일, 본지 ‘중앙경제포럼’의 연사로 참여한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법인장은 이같이 분석했다. 한국의 대학ㆍ정부 출연연구소(출연연)ㆍ스타트업이 개발하는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이를 글로벌 사업화하는 '기술 인큐베이터'가 부진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즈마그룹은 1993년 이스라엘 최초로 '요즈마펀드'를 출범, 전 세계 정보기술(IT)ㆍ바이오 등 초기기술 기반의 벤처기업에 투자해 23개 스타트업을 나스닥에 상장시킨 세계적인 벤처캐피털이다. 단순히 자본을 투자하는 것을 넘어, 이스라엘의 평범한 대학생ㆍ교수ㆍ의사 등이 가진 아이디어를 '보육'하는 '기술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이 요즈마의 최대 강점이다.
 
이갈 에를리히 이스라엘 요즈마펀드 회장은 "한국이 아니라 해외 시장을 겨냥한 벤처기업을 키우면 해외 벤처자본은 저절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총리실 산하 수석과학관으로 1억달러 규모의 모태펀드를 유치해 이스라엘 기술사업화에 앞장선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포토]

이갈 에를리히 이스라엘 요즈마펀드 회장은 "한국이 아니라 해외 시장을 겨냥한 벤처기업을 키우면 해외 벤처자본은 저절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총리실 산하 수석과학관으로 1억달러 규모의 모태펀드를 유치해 이스라엘 기술사업화에 앞장선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포토]

 
이스라엘 테크니온 의과대학의 한 교수가 창업한 의료영상기기업체 바이오센스는 기업가치 500만 달러(한화 55억 7500만원)의 작은 스타트업이었지만, 법률ㆍ회계ㆍ마케팅 등 지원을 의미하는 요즈마의 '창업 엑셀러레이팅(Accelerating)'을 통해 창업 3년 반 만에 글로벌 제약회사인 '존슨앤존슨'에 4억3000만 달러(한화 4794억 5000만원)에 인수·합병(M&A)됐다. 기업가치가 약 88배 뛰었다.
 
이 법인장은 요즈마그룹 회장이자,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 수석과학관을 지낸 '이갈 에를리히' 회장의 말을 빌려 “한국의 기술력 있는 회사들은 '미운 오리 새끼' 와 같다. 글로벌 시장에서 백조가 될 수 있지만, 한국 내 시장에서 제대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법인장과 일문일답.
 
인구 약 850만 명의 이스라엘에서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쏟아져나오는 이유가 뭔가.
첫 번째 요인은 역시 기술 사업화다. 이스라엘 역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는 한국과 함께 세계 1ㆍ2위를 다툴 정도로 많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한국보다 투자 대비 성과가 크다. 대학에서 나오는 우수한 기술을 발굴해 사업화하는 역량의 차이가 주요한 요인이다. 창업을 통해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는 실패를 두려워 않는 '기업가 정신'이 필수적이다. 실패를 경험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투자를 받아 자립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 교육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투자제안서를 쓰는 방법부터 시작해, 구체적인 창업 역량도 포함된다. 기술 인큐베이터는 이런 역량을 가르친다. 한국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창업하기보다는 대학과 출연연이 모두 연구개발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교수와 학생들이 창업해서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창업한 기업을 성공적으로 키워주는 '창업 인큐베이터'에 대해 처음부터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이스라엘도 1990년대에는 아무도 창업을 하려 하지 않았다. 대학도 출연연도 연구에만 몰두했다. 자연히 일자리가 없어졌고 실업률이 높았다. 당시 총리실 산하 수석과학관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 일자리 창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개발 성과와 죽어가는 지적재산권을 사업화하는 '기술사업화'라고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1990년에 수석과학관실이 정부 예산을 받아 이스라엘 전국 24개 지역에 기술 인큐베이터를 만들었다. 오늘날의 '요즈마 캠퍼스' 다. 한국으로 치면 KAISTㆍ포항공대와 같은 주요 대학 앞에다가 창업 지원 센터를 만든 셈이다. 이곳에 변호사ㆍ회계사ㆍ엑셀러레이터와 같은 창업 전문가를 주둔시키면서 창업을 적극 지원했다. 성공 가능성이 있는 특허를 모아 선별했고 그것으로 사업화를 시작했다. 기술을 개발한 교수ㆍ연구진에게 기업가 정신을 교육했다. 이렇게 성장한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기업에 인수합병 돼, R&D센터로 변모했다. 오늘날 3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 R&D센터가 이스라엘에 주둔해있다.
 
한국도 이스라엘처럼 벤처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민간이 돈을 벌면 자연히 돈이 벤처투자로 이어진다. 한국은 정부의 역할이 너무 강하다. 정부 지원금으로 연구를 하다 보니 규제가 많고,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다. 도전적인 연구와 시도를 하지 않게 된다. 이스라엘 역시 처음에는 창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정부가 1억 달러를 지원해 모태펀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기술 인큐베이팅을 통해 사업화를 지원해줄 뿐, 규제를 만들거나 간섭하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이스라엘 기업들이 대거 나스닥에 상장됐고 해외 투자 붐이 일어나게 됐다.91년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이스라엘로 유입한 러시아 인력도 창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한국에는 기술사업화하기 좋은 과기특성화 대학들이 있다. 이곳에서 엑셀러레이터들이 창업을 도와주고 정부와 민간이 돈을 출연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138개 벤처캐피털이 있는 반면, 엑셀러레이터는 부족해 이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기술사업화를 통한 글로벌 기업과의 M&A를 강조했는데. 
국내 시장에서만 잘해보겠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우선 한국은 M&A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M&A를 기술유출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퀄컴ㆍ구글ㆍ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에 인수되면, 국내 기업을 해외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R&D 센터로 전환하게 된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은 기업가치 상승으로 투자회수를 더욱 빨리 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성공 가능성이 큰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런 구조로 이스라엘은 평균 벤처캐피털의 투자회수가 4년 안에 이뤄진다. 한국 역시 기술사업화가 활발히 이뤄지면, 글로벌 기업과의 M&A를 통해 창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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