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우체국 펀드 등장...펀드시장 메기될까, ‘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3일 주요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우체국 펀드’가 올랐다.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에서 펀드 판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하면서다. 그동안 펀드는 은행이나 증권사, 온라인 전문 펀드 판매사를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었다. 인터넷 반응은 전에 없던 새로운 펀드 판매 창구인 우체국에 대한 투자자 관심을 증명한다.  
 
우체국의 펀드 판매. ‘대어급’ 메기로 펀드 시장을 흔들까, 아니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출발만 보면 찻잔 속 태풍에 가깝다. 이번에 우체국이 처음 선보인 펀드는 13개다. 머니마켓펀드(MMF)가 5개, 채권형 펀드가 4개, 채권혼합형 펀드가 4개다. 투자 위험 6단계 가운데 5~6등급으로 원금 손실 위험이 극히 적은 펀드로 구성됐다. 첫 출발인 만큼 우체국은 안정적, 보수적 상품 위주로만 구성했다.  
 
그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KG제로인 통계를 보면 국내 채권형, 채권혼합형, MMF의 최근 1년 수익률(지난달 31일 기준)은 0.77~1.73%다. 기간을 3년으로 넓혀도 수익률은 3~4% 수준이다. 은행 예금 이상의 수익률은 기대하기 힘든 펀드만 현재 우체국에서 가입할 수 있단 의미다.
우체국에서 3일 펀드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중앙우체국. [중앙포토]

우체국에서 3일 펀드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중앙우체국. [중앙포토]

 
펀드 수수료ㆍ보수에서도 아직 강점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번에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펀드는 가입과 해지 시 한꺼번에 떼어가는 선ㆍ후취 판매 수수료가 없는 대신 해마다 일정 비율로 내야 하는 판매 보수가 높은 편인 ‘C형’으로만 구성됐다. 판매 보수는 펀드를 만든 자산운용사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판매사별로 차이가 없다. 은행이나 증권 창구에서 가입하든, 우체국에서 가입하든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는 같다.  
 
같은 ‘C형’ 펀드라고 해도 온라인에서 판매할 경우 판매 보수가 소폭 낮은 편이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한 가입이 유리하다. 우체국 펀드는 아직 온라인을 통해 신규 가입을 할 수 없다. 첫 가입은 창구에서 대면으로 직접하고 이후 추가 불입 때만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한계는 또 있다. 우체국 예금이나 보험은 기존 은행 예금, 보험사가 따라갈 수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우체국예금ㆍ보험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원금과 이자, 보험금 전액을 국가에서 보장한다. 예금자 보호 5000만원 한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체국이 민간기업도, 공공기관도 아닌 정부부처라서다.  
 
다른 우체국 금융상품의 ‘장점’이 펀드에선 통하지 않는다. 민간 자산운용사에서 만든 펀드를 우체국 창구를 통해서만 판매(수탁 판매)할 뿐이다. 우체국은 판매 채널 역할만 하기 때문에 원금 보장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 은행ㆍ증권사에서 판매하는 펀드와 똑같이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고 원금 손실이 날 수도 있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왼쪽)과 배우 황정민이 참석한 3일 오전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우체국 펀드 판매 개시 행사. [연합뉴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왼쪽)과 배우 황정민이 참석한 3일 오전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우체국 펀드 판매 개시 행사. [연합뉴스]

그러나 우체국의 펀드 등장으로 두고 은행과 증권사가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막강한 점포망이다. 우정사업본부는 현재 거점 우체국이라고 할 수 있는 총괄우체국 222곳에서만 펀드를 판매하기로 했다. 이후 우정사업본부는 지점에 해당하는 나머지 3254개 관내우체국에서도 펀드를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ㆍ검토하고 있다.  
 
총 3476개에 이르는 전국 우체국은 국내 은행 전체 점포 수(올 1분기 기준 4920개)에 버금가는 규모다. 국내 모든 증권사 지점을 합한 수(1168개)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수도권에 집중된 은행ㆍ증권사 점포와 달리 우체국은 지방 곳곳에 고루 분포한다는 점에서, 최근 펀드 판매가 허용된 지역농협과 함께 기존 금융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
 
수수료에 대해서도 박한선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과장은 “선ㆍ후취 수수료를 판매사가 책정할 수 있는 AㆍB형 펀드 판매를 시작한다면 기존 은행ㆍ증권사보다 낮은 수수료를 책정할 계획”이라며 “다만 점포가 없는 온라인 펀드 판매사보다 낮은 수수료를 책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로 무장한 우체국이 주식ㆍ부동산ㆍ원자재 등 여러 종류 펀드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면 기존 은행과 증권사의 점포 영업에는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는 구도다.
 
다만 그 전에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펀드의 특성과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가입시키는 불완전 판매 위험이다. 그동안 우체국이 펀드 판매 경험을 쌓지 못한 상태라 이런 우려는 더 크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 위험에 대한 우려 때문에 우체국에서 저위험 펀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면서 “우체국 내에서 사전 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앞으로 3년 내 판매가 가능한 펀드 유형을 국내외 주식형 펀드 등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물론 고위험 펀드를 판매하려면 금융위의 인가가 선결 과제다. 우체국 펀드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로 뻗어갈지는 우정사업본부의 불완전 판매 여부, 금융 당국의 판단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