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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기록 갈아치운 역대급 폭염···후폭풍 다가온다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 놓여진 온도계 바늘이 40도를 넘어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 놓여진 온도계 바늘이 40도를 넘어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94년 기록 깬 '역대급 폭염'이 남긴 후폭풍 
올해 폭염은 이전까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던 1994년 여름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지난달 31일까지 올 한 해 발생한 전국 평균 폭염일수가 31.5일로 1994년 31.1일을 뛰어넘었다. 폭염일수 통계를 내기 시작한 73년 이래 최고 기록이다. 
 
낮 최고기온도 종전 최고기록이었던 42년 8월 1일 대구의 기온(40도)을 넘어섰다. 8월 1일 강원도 홍천의 수은주가 41도까지 치솟으면서다. '역대급 폭염'은 올해 4300여 명의 온열 질환자를 낳았다. 7월 이후 45명이 숨졌다.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통과한 후 폭염의 기세는 누그러졌다. 하지만 그 후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폭염 탓에 사람들이 바깥출입을 자제하면서 헌혈자가 감소해 혈액 보유량이 덩달아 줄어들었고, 농산물 유통이 원활하지 못해 추석 차례상 물가도 요동치고 있다. 교통사고 발생 건수도 급증해 보험사의 손해율을 높였다. 여름철마다 제기되는 전기요금 제도 개편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지난 5월 17일 대전 대덕구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충남혈액원에서 열린 재난대응 안전한국 혈액수급 위기대응훈련에서 적십자사 관계자 등이 혈액과 시약을 긴급 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17일 대전 대덕구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충남혈액원에서 열린 재난대응 안전한국 혈액수급 위기대응훈련에서 적십자사 관계자 등이 혈액과 시약을 긴급 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철마다 혈액 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다. 하지만 올해 기록적 폭염은 혈액 부족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대한적십자가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매년 여름은 방학과 휴가가 있고 폭염·태풍 등 기상 악화로 헌혈 참여 인구가 줄어든다. 특히 올해는 장기간 지속한 폭염으로 외출이 대폭 줄어 혈액 공급이 급감했다.
 
가뜩이나 혈액 부족한 여름철…폭염까지 가세 
대구경북혈액원의 경우 4일 기준 혈액 보유량이 3.1일분까지 떨어져 적정 보유량인 5일분을 밑돌았다. 혈액 보유량이 3일분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주의' 단계에 들어간다. 혈액 보유량이 떨어지면 다른 지역에 요청해 혈액을 보충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혈액 부족 현상은 전국이 비슷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7월 24일 정부세종청사 복지부 대회의실에서 단체 헌혈을 하고 있다. [뉴스1]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7월 24일 정부세종청사 복지부 대회의실에서 단체 헌혈을 하고 있다. [뉴스1]

 
대구경북혈액원 김혜지 간사는 "매년 여름철이면 혈액 보유량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폭염이 지속하며 혈액 부족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A형과 O형의 비율이 높아 이 두 혈액형의 수요가 높다. 많은 이들의 헌혈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례상 물가 비상…시금치값 7월보다 3배 올라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도 올해 폭염 영향이 크다. 4일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3일 기준 시금치 1㎏ 소매가격은 평균 3만6019원으로 파악됐다. 7월 평균 소매가격 1만261원의 3배가 넘는 가격이다. 시금치 1단(250g) 가격으로 따지면 약 9000원이다. 
 
배추 역시 3일 기준 1포기 평균 소매가격이 8079원으로 7월 평균 소매가 5302원보다 52.3%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무 1개 소매가격은 3880원으로 7월 2643원보다 46.8% 올랐다. 농산물뿐 아니라 계란, 우유, 수박 등 품목들의 가격도 폭염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올 여름 폭염과 가뭄, 태풍의 영향으로 무, 배추, 시금치 등 채솟값이 치솟고 있는 2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를 찾은 고객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올 여름 폭염과 가뭄, 태풍의 영향으로 무, 배추, 시금치 등 채솟값이 치솟고 있는 2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를 찾은 고객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추석 성수품 수급안정대책'을 추진 중이다. 올여름 폭염·집중호우 등으로 농산물 수급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특별대책 추진 기간을 추석 전 2주일에서 3주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1도 오를 때마다 교통사고 1.2% 늘어…보험사 울상  
보험사들도 폭염 탓에 울상이다. 자동차 사고가 예년 여름보다 많이 늘어나면서 각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5%포인트 정도씩 증가하면서다. 손해율은 보험금을 보험료로 나눈 값이다. 손해율이 높을수록 보험사의 영업 실적은 악화한다.
 
삼성·DB·현대·KB·한화·메리츠 등 상위 6개 손해보험사에 따르면 지난 7월 이들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잠정)은 평균 87.4%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평균 손해율 78.9%보다 8.5%포인트 높다. 2016년 7월 손해율도 80.5% 수준이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업계에선 무더위 행진이 손해율 상승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더위가 이어지면 사람들이 출퇴근 시 대중교통보다 자동차를 타게 되고 사고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폭염은 운전자의 집중력 저하, 불쾌지수 상승, 열대야로 인한 수면 부족을 유발해 사고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최고기온과 사고 발생 건수를 분석한 결과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교통사고 접수가 평균 1.2%(80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94년 7월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사망자 수도 전년 대비 각각 4.1%, 7% 증가했다.
지난달 7일 서울시내 한 다세대주택에서 주민이 전기요금 고지서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7일 서울시내 한 다세대주택에서 주민이 전기요금 고지서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10명 중 9명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해야" 
매년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목소리도 올해는 유난히 높다. 역대급 폭염 상황에서도 전기요금 폭탄이 무서워 에어컨을 제대로 틀지 못한 경험이 전기요금 개편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땜질식 처방'은 그만두자는 주장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발간한 월간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답했다.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54%에 달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누진제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6%로 매우 낮았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17~20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에게 여론조사를 한 결과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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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