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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남의 영화몽상] 진실은 작은 모니터 화면 저 너머에

이후남 대중문화팀장

이후남 대중문화팀장

봉준호 감독은 2004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인플루엔자’라는 색다른 영화를 선보였다. 이 영화제의 ‘디지털 삼인삼색’, 즉 감독 세 사람이 각자 디지털로 30분 안팎의 중편영화를 찍는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는데 CCTV를 활용한 형식이 단연 독특했다. 평범한 시민이 점점 폭력적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현금출금기, 지하철 승강장, 주차장 등 곳곳에 설치된 CCTV 화면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물론 연출된 극영화였지만, 그만큼 우리 일상에 숨은 카메라가 많다는 현실이, 이를 발 빠르게 포착한 감독의 시선이 퍽 흥미로웠다.
 
10년도 한참 지난 요즘이라면 ‘숨은 카메라’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일상을 공개하는 카메라를 도처에서 볼 수 있다. 누구나 수시로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다. 이를 실시간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도, 자기 방에서 인터넷 개인 방송을 운영하는 것도 아주 손쉽다.
 
이런 특징은 지난주 개봉한 미국 영화 ‘서치’에도 단박에 드러난다. 10대 청소년인 딸이 연락이 끊긴 채 사라지자, 아버지(존 조 분)는 딸이 놓고 간 노트북 컴퓨터를 열어 소셜미디어·이메일·개인방송 동영상 등을 뒤적이며 단서를 찾으려 한다.  
 
영화몽상 9/4

영화몽상 9/4

평소 딸과 수시로 문자를 주고받는 아버지였지만, 미처 몰랐던 게 한둘이 아니라는 게 점차 드러난다. 꼬박꼬박 피아노 레슨비를 받아간 딸이 이미 레슨을 그만둔 지 오래라는 것도, 소셜미디어에 연결된 ‘친구’는 여럿이어도 실제 친구라 할 만한 관계는 없다는 것도, 딸이 학교에서 거의 혼자 점심을 먹곤 했다는 것도 그렇다.
 
이 영화는 100분 좀 넘는 상영시간 내내 노트북, 영상 통화, 문자 메시지, 인터넷 검색창 등 작은 모니터 화면이나 그 안의 동영상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도 좀체 지루할 틈이 없다. 시나리오와 연출이 뛰어난 동시에 우리 일상의 작은 화면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새로운 미디어를 다룬 영화라면 미래에 대한 비관이나 새로운 현실에 대한 비판이 곁들여지게 마련. 한데 이 영화는 딱히 그런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작은 화면들은 좋든 싫든 이미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수많은 작은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전부 진실은 아니라는 것쯤은 굳이 이 영화의 스포일러라고 할 수도 없다. 
 
이후남 대중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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