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라이프 스타일] 1초에 1만장 촬영 … 0.001초까지 잡아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16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환호와 눈물로 쓴 선수들의 드라마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기의 장면을 판독하고 기록한 조력자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타임키퍼’다. 운동 경기에서 시간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역할의 이들은 관련 기술을 보유한 유명 시계 브랜드가 맡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이 기록을 세우고 경기 결과가 전광판에 뜰 때마다 눈에 띄는 시계 브랜드가 바로 그 경기의 공식 타임키퍼다.
이번 아시안게임 공식 타임키퍼인 티쏘는 특수 장비를 사용해 간발의 차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육상 선수들의 모습을 1초에 1만장씩 촬영하고, 1000분의 1초 단위로 기록을 측정했다. [사진 티쏘]

이번 아시안게임 공식 타임키퍼인 티쏘는 특수 장비를 사용해 간발의 차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육상 선수들의 모습을 1초에 1만장씩 촬영하고, 1000분의 1초 단위로 기록을 측정했다. [사진 티쏘]

사이클 경기 판독 장면. [사진 티쏘]

사이클 경기 판독 장면. [사진 티쏘]

 
지난 2일 막을 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공식 타임키퍼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티쏘’(TISSOT)였다. 아시안게임 경기장 어디에서나 티쏘의 이름을 쉽게 볼 수 있었던 이유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떠올려보면 스포츠 경기에서 타임키퍼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당시 여자 펜싱의 신아람 선수가 흐르지 않은 1초 때문에 결승 진출이 좌절되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만약 타임키핑이 제대로 됐더라면 어떤 결과가 벌어졌을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타임키퍼가 하는 일을 직접 확인했다.
 
지난 8월 29일 오전(현지시간) 사이클 트랙 남자 개인추발 경기에 참가한 한국 대표 박상훈 선수가 출발선에 서 있다. 자전거를 잡고 있는 장치가 스타팅 게이트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9일 오전(현지시간) 사이클 트랙 남자 개인추발 경기에 참가한 한국 대표 박상훈 선수가 출발선에 서 있다. 자전거를 잡고 있는 장치가 스타팅 게이트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방문한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벨로드롬’ 경기장에선 한창 사이클 트랙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4000m 남자 개인 추발 예선전. 250m 길이의 원형 경기장을 16바퀴나 돌아야 하는 경기로, 두 명의 선수 중 더 빠른 기록을 내는 선수가 이기게 된다. 예선전에선 두 선수의 승패보다 기록 순으로 결승전 진출 자격을 준다. 한국 대표 박상훈 선수의 차례가 되자 한국 응원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순식간에 박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4:19.672’란 숫자가 전광판에 떴다. 4분19.672초. 예선 1위, 아시안게임 신기록이었다. 같은 날 오후에 열린 결승전에서 박 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선 1위이자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세운 박상훈 선수가 트랙 경기장을 돌며 관객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윤경희 기자

예선 1위이자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세운 박상훈 선수가 트랙 경기장을 돌며 관객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윤경희 기자

 
이 경기의 타임키퍼는 시속 55㎞로 달리는 박 선수의 기록을 1000분의 1초 단위로 잡아냈다. 이를 위해 사이클(트랙) 경기엔 4종류의 특수 장치가 사용됐다. 출발할 때 자전거를 잡아주는 장치인 ‘스타팅 게이트’부터가 시작이다. 스타팅 게이트가 자전거가 장치를 떠나는 순간을 기록한 후, 경기장 바로 옆에 설치된 ‘포토피니시 카메라’와 ‘카운트다운 클락’이 작동하며 선수의 랩 타임을 잰다. 포토피니시 카메라는 1초에 1만 장씩의 사진을 촬영한다. 함께 있는 카운트다운 클락은 촬영 순간의 시간을 동시에 기록한다. 결승선엔 또 다른 포토피니시 카메라와 세 방향으로 기록 측정기가 달려있는 ‘3-사이드 랩 카운터’가 설치돼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을 더 정밀하게 측정한다.
아시안게임 사이클 트랙 경기장 안에 설치된 타임키핑 장치들. [일러스트 티쏘]

아시안게임 사이클 트랙 경기장 안에 설치된 타임키핑 장치들. [일러스트 티쏘]

육상 경기장에는 더 많고 복잡한 타임키핑 장치와 시스템이 적용된다. [일러스트 티쏘]

육상 경기장에는 더 많고 복잡한 타임키핑 장치와 시스템이 적용된다. [일러스트 티쏘]

 
이렇게 계측한 시간 정보는 경기장이 내려다보이는 ‘컨트롤 룸’의 컴퓨터로 모이고 이를 판독 전문가가 분석한다. 최종 결과는 경기의 판정을 담당하는 심판에게 보내진다. 속도를 경쟁하는 경기일수록, 여러 선수가 결승선을 동시에 통과할수록 시간 단위를 더 작게 쪼개고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 정보를 모아 판독에 사용한다.
 
트랙이 내려다보이는 컨트롤 룸에서 타임키핑 전문가들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티쏘]

트랙이 내려다보이는 컨트롤 룸에서 타임키핑 전문가들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티쏘]

육상 경기엔 더 많은 타임키핑 장치가 동원된다. 포토피니시 카메라 외에도 4개의 카메라가 수직으로 이어 달린 ‘포토센서’가 결승선을 들어오는 순간을 더 정밀하게 찍고, 경기장 상부에 위치한 컨트롤 룸에 ‘하이스피드 비디오’를 달아 경기장을 내려다보는 각도로 경기 장면과 시간을 기록한다.
 
타임키퍼는 단순히 시간 계측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이를 한데 모아 판독·분석해 점수화하는 것 역시 이들의 역할이다. 또 따로 발표되지 않더라도 선수·팀별로 1000분의 1초까지 경기 결과를 기록하는 일도 담당한다. 이번 아시안게임 타임키핑을 위해 자카르타에 상주한 티쏘의 직원 수만 380명이다. 이들은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몇 달 전 자카르타에 도착해 장비 설치와 기술 점검에 들어갔다. 타임키핑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 준비는 1년 전부터 시작했다.
 
“타임키퍼는 경기의 일부다.”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만난 티쏘의 파스칼 로시어 스포츠 오퍼레이션&서비스 책임자의 말이다. 그는 “모든 경기 결과와 선수의 생명을 좌우하는 기록을 다루니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돈을 내고 브랜드 이름을 알리는 광고·마케팅의 일환이 아니란 의미다.
육상 경기장에서 기자들에게 타임키핑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티쏘의 파스칼 로시어 스포츠 오퍼레이션&서비스 책임자. 그의 옆에 보이는 검은색 막대 형태의 장치가 4개의 촬영 카메라가 부착된 '포토센서'다.

육상 경기장에서 기자들에게 타임키핑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티쏘의 파스칼 로시어 스포츠 오퍼레이션&서비스 책임자. 그의 옆에 보이는 검은색 막대 형태의 장치가 4개의 촬영 카메라가 부착된 '포토센서'다.

 
이런 노력을 통해 티쏘가 얻는 것은 뭘까. 티쏘의 프랑수아 티에보 CEO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많은 스포츠 시계를 만들 만큼 스포츠 자체에 관심이 많다. 아시안게임에 타임키퍼로 참여함으로써 스포츠에 더 깊게 관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시계 회사로서 스포츠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타임키퍼로서 시간 측정에 관련된 기술과 인력을 제공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티쏘가 아시안게임 공식 타임키퍼를 맡은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1998 방콕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2·2006·2014년 아시안게임 공식 타임키퍼로 활약해 왔다. 1938년부터 스포츠 경기의 타임키핑을 시작했고, 아시안게임 이외에도 NBA(전미농구협회), 국제농구연맹(FIBA) 등 세계 농구 협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식 타임키퍼로 활동하고 있다.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 ‘UCI 월드 사이클링 챔피언십’, 펜싱 세계 선수권대회 등 세계적으로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에서도 시간 계측과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자카르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