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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엘리엇 사태 예방...ISDS 소송남발 막는다

미국계 헤지펀드 등이 투자자ㆍ국가 분쟁 해결(ISDS) 소송을 남발하는 것을 예방하는 규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담기게 됐다. “한국 정부가 기업 합병에 부당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ISDS를 추진한 이른바 ‘엘리엇 사태’와 유사한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내용의 한미 FTA 개정 협상 결과 문서를 산업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한국 측에서 가장 중점을 둔 항목이 바로 ISDS다. ISDS는 해외 투자자가 정부로 인해 피해를 보았을 때 국제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게 한 제도로, 일각에선 한미 FTA의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거론돼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번 개정 협상을 통해 우리 정부는 ISDS 소송 남발(남소) 제한 규정과 함께 ‘정부의 정당한 정책 권한 보호 요소’를 반영했다. 동일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 다른 투자 협정을 통해 ISDS 절차가 시작됐다면 한미 FTA를 통한 ISDS 절차는 이중으로 밟을 수 없게 됐다. 중복 배상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간 모호했던 ‘설립 전 투자’ 기준도 엄격해진다. 기존 규정은 투자계획이 있다고 밝히기만 해도 ‘설립 전 투자’로 간주돼 ISDS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정부의 정당한 정책 권한 보호 조항’도 반영된다. 특히 당사국의 행위가 투자자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는 투자 손실이 났어도 ‘최소기준 대우(외국인 투자에 대한 공정ㆍ공평한 대우를 보장하는 것)’에 위반되지 않음을 명확히 했다.  
 
일례로 지난 5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8000억 원대 ISDS 소송을 추진했으나, 앞으로는 이런 이유로 소송을 걸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엘리엇이 이미 제기한 ISDS 소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산업부 한미FTA 대책과 관계자는 “엘리엇이 지난 7월에 이미 중재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한미 FTA 개정 사항이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한 건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무산과 관련한 소송 등 총 4건이다.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과정이 불공정하다며 이란의 다야니 가문이 제기한 건에서는 한국 정부가 73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판정이 올해 나왔다.  
 
한국이 ISDS와 관련해 성과를 거뒀다면 미국은 이번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에 ‘올인’했다.  
 
일단 자동차 안전기준 인정 범위가 연간 제작사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었다. 한국은 현재 연간 제작사별로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지킨 미국산 자동차 2만5000대에 한해 한국 안전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하고 한국으로의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이 물량이 적다며 이를 늘려달라고 요구했고 이번에 요구안이 수용됐다. 또 미국산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한 자동차 교체 부품에 대해 미국 차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한국 안전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왼쪽)과 마이클 비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3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 2018.1.31/뉴스1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왼쪽)과 마이클 비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3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 2018.1.31/뉴스1

 
이에 산업부 관계자는 “범위를 늘려도 우리에게 큰 피해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 빅3 자동차 회사인 포드ㆍGMㆍ크라이슬러의 한국 수출 물량을 합쳐도 1만9712대여서 제작사별로 1만대도 안 된다는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아쉬운 점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의 영향을 계속 우려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개정안에 따로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실컷 개정 협상을 하고 나서도 한국 자동차 산업이 미국 232조로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만일 232조에 따라 우리 자동차부품에 25% 관세를 부과되면, 현대차의 미국 공장 생산비용이 연간 10% 증가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이 요구했던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값 우대제도 개정안은 담기지 않았다. 이 제도는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하거나 연구개발 투자 등 국내 보건의료 향상에 기여한 신약 약값을 우대해주는 제도다. 미국계 제약사들은 한국이 ‘혁신적 신약’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비판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국내에서 신약 가격이 오를 여지가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남은 절차는 한미 FTA 개정협정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다. 산업부는 국내절차 완료 시점 목표를 내년 1월 1일로 보고 있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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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