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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세 차이 정경화ㆍ조성진 듀오, 무대에서 불꽃이 튀었다

8번의 전국 투어에서 베토벤ㆍ슈만ㆍ프랑크의 작품을 고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 구리아트홀]

8번의 전국 투어에서 베토벤ㆍ슈만ㆍ프랑크의 작품을 고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 구리아트홀]

서로 양보하는 합주(合奏)도 있지만 서로 팽팽한 에너지로 맞서는 합주도 있다. 정경화(70)와 조성진(24)의 바이올린ㆍ피아노 듀오는 후자였다. 2일 오후 구리아트홀에서 열린 두 연주자의 한 무대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과격했다.  
 
무대 위에서 둘은 각자의 독특한 색을 중화하지 않고 음악을 끌고 나갔다. 베토벤 소나타 7번의 1악장은 워낙 드라마틱한 곡이지만 정경화와 조성진은 특히 소리를 마음껏 뽑아냈다. '노래하듯이 느리게’라는 지시가 돼 있는 2악장에서도 둘은 힘을 빼고 노래하는 대신 진취적으로 앞으로 나가는 것을 택했다. 느린 악장의 나긋나긋한 기분은 포기해야 했지만 무대 위의 에너지는 점차 쌓여갔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왼쪽)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사진 구리아트홀]

피아니스트 조성진(왼쪽)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사진 구리아트홀]

 
조성진의 재주는 투명한 음색을 만드는 것과 노래하는 힘에 있고, 정경화는 감정의 굴곡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 두 연주자의 개성은 마지막 곡인 프랑크 소나타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정경화는 1980년 세계적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와 이 곡을 데카 레이블로 녹음했다. 당시 중심이 단단한 소리로 얼음과 같이 날카로운 음악을 만들어냈던 정경화는 올해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 이 곡을 다시 녹음했다. 완벽했던 테크닉에 집중하는 대신 음악의 흐름을 크게 보는 쪽으로 힘을 옮긴 연주였다.
 
이번 조성진과의 프랑크에서 정경화는 굴곡이 분명한 음악을 만들었다. 드라마틱한 부분은 더 밀어붙이고, 힘을 뺄 때는 완전히 뒤로 물러났다. 건반 악기 연주자가 현악기의 음색적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조성진은 서정적 소리를 가다듬는 특유의 실력으로 피아노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이들이 지향한 것은 결점 없고 완벽한 연주라기보다 작품 자체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있는 듯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사진 구리아트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사진 구리아트홀]

 
 무대 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두 연주자의 성격은 크게 다르다. 정경화는 마지막 곡을 하기 전 청중을 향해 “무대 위가 너무 덥네요. 조명 좀 줄여도 되죠” 하며 서슴없이 말했고, 앙코르 전에는 “이 늙은 사람도 악보를 챙겼는데 젊은 사람(조성진)이 악보를 대기실에 놓고 왔네요”라며 폭소를 끌어냈다. 조성진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독주곡으로 시작해 독주 앙코르로 무대를 마무리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 구리아트홀]

독주곡으로 시작해 독주 앙코르로 무대를 마무리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 구리아트홀]

 
앙코르로 정경화가 조성진의 반주로 쇼팽의 녹턴 올림 다단조를 연주하고 바로 이어 조성진이 같은 곡을 피아노 독주로 들려줬다. 이렇게 둘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서로에게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연주에서만큼은 불꽃이 튀었다. 두 연주자는 연주에 앞선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연습 시간을 늘렸을 만큼 이번 무대를 치열하게 준비했다. 프로그램 순서도 연주 직전에 바뀌었고 조성진의 독주곡 바흐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가 맨 앞에 추가됐다.
 
조성진은 음악가로선 정경화의 까마득한 후배다. 정경화는 1970년대부터 세계 무대의 중심지에서 활동한 바이올리니스트고 조성진은 3년 전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다. 정경화는 조성진이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전부터 재능을 알아보고 음악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 무대에 한국인이 별로 없던 시절 수많은 최초의 기록을 세우며 올랐던 무대에서 조성진은 국제 경력을 쌓아나가고 있다. 조성진은 지난해 뉴욕 카네기홀에 데뷔했고 베를린필하모닉과 처음 협연했다. 지난 7월엔 스위스 베르비에 음악 축제의 25주년 갈라 콘서트에 초청받아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예브게니 키신 등 쟁쟁한 스타들과 한 무대에 섰다. 조성진은 정경화가 20번 공연한 뉴욕 카네기홀에 재초청돼 내년에도 독주회를 연다. 
 
2일 구리 공연은 정경화와 조성진의 공연 총 여덟 번 중 두 번째 순서였다. 1일 고양에서 시작한 듀오 연주는 4일 울산, 5일 진주, 6일 여수, 8일 강릉을 거쳐 11일과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마지막 무대에 오른다. 11일은 KB국민은행이 후원하고 예술의전당과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공연으로, 전석 초대로 이뤄진 무대여서 티켓은 판매하지 않는다. 12일은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음악회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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