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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위해 일만했는데…” 우즈벡 가장들의 산산조각난 삶

음주운전 일러스트. [중앙포토]

음주운전 일러스트. [중앙포토]

지난 2일 '음주운전' 차량의 오토바이 추돌 이후 숨진 우즈베키스탄 청년들은 고국의 가족을 위해 일만 해온 가장들이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서로에게 힘이 됐던 이들은 한날한시에 세상을 떠나야 했다.
 
3일 전남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사망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3명은 순천 지역 소규모 회사에서 근무해왔다. 2명은 폐기물 업체, 나머지 1명은 전기 장치 제작 업체에서 일했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이들에게 주어진 업무는 한국인들의 꺼리는, 힘든 것들이었다. A씨(36)와 B씨(33)는 비슷한 일을 했다. 산업ㆍ건설 폐기물을 수집ㆍ처리하는 일이었다.
음주운전 단속 현장.[중앙포토]

음주운전 단속 현장.[중앙포토]

 
A씨는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폐기물을 분리했다. 폐기물이 밀려드는 라인에 서서 하루 10~12시간씩 정신없이 손을 움직였다. 또 다른 사망자인 C씨(32)는 페인트칠을 했다.
 
길게는 하루 12시간씩, 일주일에 엿새까지 일을 하고 이들이 손에 쥐는 돈은 200만원 안팎이었다. 업무 종류나 강도를 고려할 때 결코 많은 금액은 아니었다.
 
이들은 이렇게 번 돈을 대부분 고국의 가족들에게 부쳤다. A씨가 다니던 회사 관계자는 “고국에 부인과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에서 필요한 최소 생활비만 빼고 모든 돈을 고국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음주운전 단속 현장.[일러스트 김회룡]

음주운전 단속 현장.[일러스트 김회룡]

 
150만원 남짓을 버는 C씨도 비슷했다. C씨 역시 고국에 부인과 자녀를 두고 온 것으로 회사 관계자들은 파악하고 있었다. B씨도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두 사람과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얘기다.
 
2017년 4월부터 12월 사이 차례로 3년짜리 취업비자로 입국한 이들은 늘 외로워 보였다고 한다. 영어권 국가 출신이 아니어서 회사 관계자들과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 관계자들이 이들의 정확한 가정 상황을 모르는 이유다.
 
이들에게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는 서로였다. 각자 다른 회사 기숙사 등지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주말이면 오토바이를 타고 만나 모임을 갖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고국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일 사고도 세 사람이 만남을 갖고 귀가하던 중 일어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경위 조사에 나서는 한편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 사고 사실을 통보했다. 현재 세 사람의 시신은 순천 지역 병원 3곳에 안치돼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일 오전 5시쯤 순천시 대룡동 도로에서 제네시스 승용차가 앞서 달리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으면서 일어났다. 조사 결과 승용차 운전자는 술을 마신 뒤 운전했다. 특히 제한속도가 시속 70㎞인 도로에서 100㎞ 이상으로 과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5% 미만이어서 법적으로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되지 않는다. 경찰은 운전자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치사)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운전자는 "술은 전날 마신 것이다. 추돌 이후 뒤따르던 다른 차량의 2차 사고가 있었다. 오토바이 탑승자 중 2명은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꺼번에 숨진 우즈베키스탄 청년들은 한국에서 누구보다도 가까웠던 사이로 보인다”며 “부검 등을 통해 2차 사고 여부 및 사망 원인을 정확하게 가려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순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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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