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이미지. [사진 UC버클리]](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9/03/ec71df5b-f2b9-4f98-9e23-404b2cab9b3b.jpg)
뇌 이미지. [사진 UC버클리]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신경분과의 황희, 김헌민, 최선아 교수 연구팀은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뇌전증센터의 데니스 들루고스 박사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134명의 소아 뇌전증(양성 롤랜딕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뇌전증 발병부터 완화까지의 과정을 최장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양성 롤랜딕 뇌전증 환자의 비정상적인 뇌파가 사라지는 연령은 평균 11.9세로 나타났다. 또 분석 대상자 전원이 만 17세 이전에는 뇌파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발병 후 뇌파가 정상화되기까지는 평균 3.76년이 걸리는데 짧게는 1년부터 가장 길게는 10년까지 다양하게 관찰됐다.
과거 간질이라 불렸던 뇌전증은 뚜렷한 원인이 없어도 반복적인 발작 증세를 보이는 경련성 뇌질환이다. 인구 1000명당 약 7명이 앓고 있는 비교적 흔한 만성 신경계 질환이다. 뇌전증 가운데서도 소아청소년기에 가장 흔히 발병하는 양성 롤랜딕 뇌전증은 특징적인 뇌파가 관찰되며 주로 수면 중에 발생한다. 대부분 소아 시기에 발병해 청소년이 되면서 자연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경련 증상을 차단하기 위해 별도로 항경련제를 투여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 다만 발작이 자주 발생하거나 길게 지속될 경우, 발작이 수면 중이 아닌 낮 동안 일어나는 경우에는 항경련제를 투여하는 등의 적극적인 치료를 한다.
하지만 뇌성장이 활발히 이뤄지는 소아청소년기 환자에게 약물 치료를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학계에선 논란이 이어져왔다. 뇌파의 이상으로 인한 발작이 한동안 나타나지 않아도 뇌파가 정상화되는 구체적인 시기를 판단하기 어렵고, 발작이 재발할 우려때문에 약물치료를 중단하기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구체적인 뇌파 정상화 시기를 밝혀내 약물 투약량을 줄이거나 약물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시기를 규정해냈다. 연구팀은 항경련제 약물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에서 비정상 뇌파가 지속되는 시간이 약물치료를 받은 그룹에 비해 짧은 것을 확인했다. 이는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반드시 뇌파를 정상화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뇌파에 이상이 있더라도 1~2년 이상 발작 증세가 없으면,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물을 줄이고 점진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약물 투약을 중단할 당시 뇌파에 이상이 있었던 환자라도 치료 중단 이후 발작이 재발하지 않고 증세가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김현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양성 롤랜딕 뇌전증은 일정 연령이 되면 사라지는 예후(치료 결과)가 매우 좋은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오래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를 통해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우리나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는 뇌파의 정상화 시기 및 연령 등 뇌전증 치료 결정에 도움이 되는 요인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뇌전증 치료를 위한 약물 사용기간을 최소화하여 성장기에 있는 소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아신경분야 국제 학술지인 ‘Brain&Development’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