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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조사단 꾸리자마자 "책임 낮다" 결론낸 정부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 지열발전소 건설현장 모습. [연합뉴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 지열발전소 건설현장 모습. [연합뉴스]

 
'국가배상책임 요건 중 일부 요건의 불인정 가능성이 높아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
 
지난해 11월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지열발전소 때문에 유발됐다는 주장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한쪽에선 지열발전소 시험 가동을 위해 높은 압력으로 물을 주입했다가 지진이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선 지열발전소와 지진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단 꾸린 다음 달 법률검토…'배상 가능성 작다' 결론 
이런 가운데 정부가 조사단을 꾸린 바로 다음달 지열발전과 관련한 국가배상 책임이 낮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조사단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포항 북구)은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 내부보고 문건이 나돌고 있다고 공개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A4 1장 분량의 문건의 제목은 '포항 지열발전 관련 국가배상에 대한 법률자문 보고'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내부보고 문건이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과 11ㆍ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 등이 7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열발전과 포항지진, 그 상관성 규명 및 대책 촉구 포항시민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과 11ㆍ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 등이 7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열발전과 포항지진, 그 상관성 규명 및 대책 촉구 포항시민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를 검토하게 된 것은 중앙일보 4월 27일자에서 포항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인 경우 정부 차원의 피해 보상이 불가피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문건에선 국가배상 책임 발생요건을 ▶직무집행 ▶고의 또는 과실 ▶법령 위반 ▶손해발생 ▶인과관계 등으로 꼽았다. 이 요건이 모두 충족될 경우 국가배상이 성립된다는 설명이다.
 
이 문건은 검토를 통해 "담당자의 지진 사전 예측은 불가능해 통상 갖춰야 할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판단이 어렵다", "지열 공사에 따른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대한 위험의 사전 파악이 어려워 법령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등 판단을 내렸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진 피해 이재민인 한미장관 아파트 주민 100여 명이 지난 1월 31일 오후 포항시청 앞 광장에서 안정된 주거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한미장관아파트는 포항시가 실시한 건축물구조안전정밀진단에서 사용가능 판정인 B·C등급을 받았다. [뉴스1]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진 피해 이재민인 한미장관 아파트 주민 100여 명이 지난 1월 31일 오후 포항시청 앞 광장에서 안정된 주거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한미장관아파트는 포항시가 실시한 건축물구조안전정밀진단에서 사용가능 판정인 B·C등급을 받았다. [뉴스1]

 
일각에서는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대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재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포항 지진 피해를 수습하는 이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가 배상 책임 유무는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어떠한 결론도 내려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 10개월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집계한 포항 지진으로 일어난 시설물 피해는 총 2만7317건, 피해액은 551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지진 원인 규명은 물론 지진 이재민들의 주거지 지원도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아직 아물지 않은 지진 상처…"근본적 해결책 언제쯤" 
이재민들은 현재 임시 주거시설이나 흥해실내체육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집단 이주단지인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에 31세대, 각 마을 인근에 설치한 개별임시거주시설에 84세대, 흥해실내체육관에 이주 대상에 선정되지 못한 100여 명이 머물고 있다.
지난 2월 11일 오전 경상북도 포항시 북서쪽지역에서 규모 4.6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에 놀란 주민들이 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지진 대피소로 대피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11일 오전 경상북도 포항시 북서쪽지역에서 규모 4.6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에 놀란 주민들이 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지진 대피소로 대피하고 있다. [뉴스1]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유발했는지를 밝히는 조사도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3월에는 산업부 주도로 정부 합동 정밀조사단이 구성돼 내년 2월까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4월엔 지역 대학교수와 연구기관 관계자, 시민, 사회단체 회원 등 20여 명이 공동연구단이 꾸려져 자체 조사도 벌이고 있다.
 
이와 별개로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와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지난 4월 27일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유체 주입(물 주입)으로 생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지역민들의 불안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임종백 포항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는 "정부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법률검토를 했다는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며 "아직도 지진 트라우마로 집안에서 잠들지 못하는 주민들이 있는 상황에서 지진이 어째서 발생했는지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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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