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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고관 집 아들

고관 집 아들
-정약용(1762~1836)  
  
시아침 9/3

시아침 9/3

고관 집 대문 안에 아이가 태어나면
땅에 떨어지자마자 당장 귀한 몸 되네.
아이 때부터 아랫사람 꾸짖는 법을 가르치니
총각이 되면 벌써 오만스레 고갤 세우네.
아첨하는 식객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팔찌도 걷어주고 버선까지 신겨주네
(…)
높은 벼슬 저절로 굴러들 테니
애써가며 글공부를 쌓지도 않네.
그 아이가 자라더니 과연 드날려
말 탄 채로 대궐에 들어가더라.
말 달리는 게 마치 나는 용 같아
네 다리가 하나도 땅에 닿지 않더라.
 
 
전근대적 신분사회의 낯선 풍경이다. 권문세가의 '금수저'가 꽃길을 걸어 시대의 병폐가 되는 모습이랄까. 시인이 한탄한 이 세태는 무려 이백 년 전의 것이다. 그러나 다시 보면, 낯익은 광경이다. 고작 이백 년 전의 일이구나 싶어진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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