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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신임 노동장관은 일자리 창출에 올인해야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리셋 코리아 고용노동분과 위원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리셋 코리아 고용노동분과 위원

숨 가쁜 위기와 소란의 연속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불만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골목길 사장님들이 ‘최저임금 불복종’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대기업 사정도 녹록지 않다. 초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노동 관행을 조정하느라 정신이 없다. 교대제를 바꾸고, 영업사원과 운전기사의 근무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업무가 실시간으로 연계된 협력업체와의 근로시간 조율도 녹록지 않은 일이다.
 
노동시장 상황도 우려스럽다. 지난해 4분기 26만5000명 수준이던 신규 취업자는 올 1분기 18만3000명까지 떨어진 데 이어 지난 2분기에는 10만1000명으로 줄었다. 논란이 되었던 지난 7월 신규 취업자는 5000명에 불과했다. 고용 위축은 연말이 돼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소득 양극화도 심각하다. 지난달 23일 발표된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2분기 월평균 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줄었다. 1분기 8.0% 감소에 이어 두 번째의 큰 폭 감소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년 만에 10.3% 늘었다. 가처분 기준 5분위 계층의 소득은 1분위 계층보다 5.23배 높았다. 임금근로자 중 12% 만이 300인 이상 대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양극화 추세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 불확실성도 걱정이다. 경기 회복과 경쟁력 개선에 따라 금리 인상을 모색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행은 소비심리 악화와 경기 위축 등을 우려해 금리 조정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고용 부진이 통화정책마저 어렵게 만드는 형국이다. 미·중 무역분쟁, 터키 금융위기 등 대외 경제 여건도 불안해 언제 태풍으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경제적 행위의 배후에서 ‘심리’가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불확실성은 투자 위축과 보수적 고용 전략을 유인할 가능성이 높다.
 
시론 9/3

시론 9/3

일자리 창출과 소득 양극화 개선을 국정 목표로 개업한 정부 입장에서 임기 1년 성적표는 초라하다. 70% 넘게 유지되던 대통령 지지율이 53%까지 떨어진 이유가 이와 무관할 리 없다. 시장 전반을 두루 살펴 지금까지의 경제·고용·재정·통화정책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망가진 곳은 빨리 수리하고, 오작동하거나 소모된 부품은 시급히 교체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개각에 대한 기대가 크다.
 
개각에서 느껴지는 위기 인식은 국민의 불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고용노동부 수장 교체로 행정의 무게 중심이 ‘고용’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청문회를 넘어야 하지만 이재갑 지명자가 고용행정 전문가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그는 지명 후 인터뷰에서 첫 번째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노동 존중 사회와 사회안전망 강화 또한 주요 역할로 강조했으나 관심은 역시 고용 문제 해결에 집중되고 있다.
 
고용노동 행정 2기 체제에서는 노동 존중 사회와 사회안전망 강화의 역할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위임하고 고용노동부는 일자리 문제와 근로 기준 보호에 집중하는 전략적 역할 배분을 고려해야 한다. 이재갑 지명자가 청문회 통과 후 민주노총을 우선 방문하겠다고 한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나 노·정간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데 들어갈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노동계와의 이해관계 조율은 경사노위로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재갑 장관 후보자는 고용 전문가이며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노사관계 달인이니 각자의 전문성이 발휘된다면 성과를 기대할 만할 일이다.
 
이러한 ‘투 트랙’ 전략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양 노총의 책임 있는 역할과 역량 투자가 필요하다. 상급노조가 사회적 대화기구를 경제적 이해 추구를 위한 교섭의 장으로 간주하면 경제 사회의 주요 쟁점과 이슈의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아울러 경사노위 또한 뷔페식 위원회 구조를 지양하고 노동 존중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시급한 핵심 의제를 선택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두 과제의 주요한 정책 대상이 중소기업 근로자, 영세업 종사자 및 특수 형태 근로자 등이라는 점을 고려해 사회적 자원의 적절한 배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사노위가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의 핵심 기구로 역할하기 위해 노사는 단기 이해를 버리고 연대와 통합의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사업장 내 교섭에서는 조합원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파업이 주요 지렛대로 활용되지만, 파이의 크기를 확대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는 노사 및 이해 관계자 간 상호 신뢰와 정보 교환 그리고 지속적 대화가 필수적 수단이다. 사회적 대화의 장에서 각자의 이해를 앞세우면 ‘판’은 깨지기 마련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리셋 코리아 고용노동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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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