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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문 대통령 ‘탈원전 장관’ 잘 쫓아냈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한국 정치 사상 초유였다는 지난 토요일 당·정·청 전원회의라는 자리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다음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둬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층에 상식이 있다면 모처럼 선거에서 해방된 자리에서 민생 정책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댈 시점이다.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현직 대통령의 면전에서 느닷없이 정권 재창출을 외쳐대고 1년8개월이나 남은 총선 승리를 선동하니 당·정·청의 눈치 빠른 간신들은 벌써부터 이해찬 앞에 줄서기를 고민하고 있을 터다. 이러다 레임덕 얘기까지 나올라.
 
이해찬 총리 시절 비서관이었던 홍영표 원내대표의 현실 인식도 유감이다. 그는 전날 민주당 의원 모임에서 “이번 정기국회는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등에 대한 보수 진영의 공세로 치열한 100일 전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소득주도와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지속 가능한 국민경제를 향한 고언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보수 진영의 정파적 어젠다로 인식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모든 정책을 진영과 정파의 프레임으로 번역하는 질 낮은 진보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권력 잡은 지 1년 반이 되어가니 좀 바뀌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아닌 모양이다.
 
기대할 바가 전혀 없진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미신’의 신도이자 영국 원전 수출을 말아먹은 백운규를 쫓아낸 건 잘했다. 빈사 상태에 빠진 산업계에 한 줄기 희망을 줬다. 필자가 보기에 백운규는 좋게 봐줘 순진한 과학자다. 탈원전이 무슨 대단한 진보라도 되는 양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개각을 계기로 탈원전의 출구를 찾고 원전 가치를 되찾아 주길 바라는 게 산업계의 비원(悲願)이다. 성윤모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명자는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혁신성장으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뜻일 것이다.
 
이쯤에서 대통령이 알았으면 하는 사항이 있다. ‘산업의 활력’과 ‘혁신성장’은 풍부한 에너지가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가능하다. 또 요즘 대통령이 원격의료, 인터넷전문은행, 빅데이터 현장을 다니며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 모든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특징이 전기를 어마어마하게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이런 규모의 에너지를 태양광·풍력으로 대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 원전 대신 돌려막고 있는 석탄·가스는 비싼 데다 미세먼지의 원흉(원전의 미세가스 발생량은 제로)이다. 탈원전을 한다는 건 산업과 수출, 4차 산업혁명을 죽이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홍영표가 ‘탈원전 지키기’ 정치 선언을 한 날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올린 정책 보고서를 챙겨보시기 바란다. 탈원전으로 2030년까지 원전 산업인력 1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돼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국민 안전 때문에 입안된 탈원전 정책이 오히려 안전의 위협 요인이 되고 있으니 하루속히 폐기하는 것만이 국민을 위한 일이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 폐기를 보수의 진영논리라고 속삭이는 주변 측근들을 멀리해야 한다. 탈원전의 사제(司祭) 역할을 하는 인물은 청와대의 김수현 사회수석이다. 환경과 부동산을 담당하는 사람이 산업정책인 원전과 에너지를 왜 주무르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신임 산업부 장관은 자기 업무도 아닌 김수현 수석의 지시에 굽신대지 말고 대통령에게 진실을 보고해야 할 것이다. “탈원전과 전력 생산은 관계가 없다” “탈원전해도 전기값은 오르지 않는다” “탈원전과 원전 수출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인간 이성에 반하는 소리도 더 이상 하지 마시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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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