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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금 딱딱하지만 맛있어” … 110억원+ α도 지켰다

손흥민이 지난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물어 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손흥민이 지난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물어 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1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이 벌어진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리자 벤치에서 대기하던 손흥민(26·토트넘)은 그라운드로 달려나가 동료들을 얼싸안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국제대회가 끝날 때마다 번번이 눈물을 흘려 ‘울보’라는 별명이 붙은 손흥민도 이날만큼은 모든 부담감을 내려놓고 환하게 웃었다. 물론 금메달을 목에 건 뒤엔 또 한번 눈물을 흘렸다. 이번엔 기쁨의 눈물이었고, 환희의 눈물이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손흥민은 “금메달이 무겁고 딱딱했지만 ‘맛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오늘은 평생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시상식에서 축포가 터지자 손흥민 황의조 등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시상식에서 축포가 터지자 손흥민 황의조 등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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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였던 2010년 12월부터 태극마크를 단 손흥민에게 그동안 국제대회는 ‘눈물의 잔혹사’나 다름없었다. 2011년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승부차기 끝에 패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눈물을 흘렸다. 2015년 아시안컵에선 준우승에 머물렀고,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선 8강에서 탈락했다. 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에도 그는 굵은 눈물을 흘렸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손흥민에겐 앞날이 걸린 중요한 대회였다. 1992년생인 그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내년에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했다. 독일에 진출하기 위해 고교 1학년 때 중퇴한 그는 4급 보충역 소집대상자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면 21개월간 사회복무 요원으로 군 생활을 해야 할 처지였다.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지난 1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김학범 감독을 들어올리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지난 1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김학범 감독을 들어올리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손흥민의 이적 시장 가치는 9980만 유로(약 1284억원). 지난해(4480만 유로·약 583억원)보다 2배 이상 몸값이 높아졌다. 지난 7월 토트넘과 2023년까지 재계약한 손흥민의 주급은 8만5000파운드(약 1억2285만원)다. 복무 기간(21개월)으로 환산하면 110억원을 넘는다. BBC,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이 이번 대회 한국대표팀의 성적에 관심을 쏟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한국이 금메달을 못 따면 손흥민은 헤어스타일과 자유를 잃고 군 복무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일부 축구팬들은 “손흥민 대신 내가 군대에 가겠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1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확정한 뒤 라커룸에서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는 손흥민(오른쪽 둘째). [사진 대한축구협회]

1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확정한 뒤 라커룸에서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는 손흥민(오른쪽 둘째). [사진 대한축구협회]

그러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꿈을 실현하면서 손흥민은 병역 의무에서 자유로워졌다. 영국에서도 축하 메시지가 잇따랐다. 토트넘은 결승전이 끝나자마자 공식 소셜미디어에 “축하해 소니(Congratulations Sonny)”라는 글을 올렸다. BBC는 “이번 금메달로 손흥민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손흥민을 둘러싼 토트넘의 불확실성도 끝났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병역 문제 등에 대해) 자기 일처럼 걱정해 주셔서 기쁘면서도 죄송했다.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이라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경기를 승리로 마친 후 한국 관중석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경기를 승리로 마친 후 한국 관중석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손흥민은 이번 대회 내내 주장을 맡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주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손흥민은 ‘헌신하는 리더’로 팀을 이끌었다. 특히 후배 선수들의 정신력을 일깨우기 위해 쓴소리도 많이 했다. 지난달 17일 말레이시아와의 2차전에서 1-2로 패한 뒤 손흥민은 “우리가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긴 것이 역사에 남듯 우리가 말레이시아에 진 것 역시 커리어에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이런 실수를 앞으론 되풀이하지 말자”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베트남과의 준결승을 앞두고선 “어떤 팀이 됐든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과의 결승전을 앞두고도 그는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했고, 결승전 연장전을 앞두고선 “포기하지 말자.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생각하자”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후배들에게 힘을 불어넣기도 했다. 16강 이란과의 경기에서 측면 수비수 김진야(인천)가 무릎 통증을 호소하자 “내가 수비로 내려갈게. 넌 자리만 잡고 있어”라고 말한 뒤 수비에 집중했다. 금메달을 확정한 뒤엔 “금메달에만 만족하지 말고, 이젠 한국 축구를 위해 희생하자”는 ‘마지막 잔소리’도 했다.
 
손흥민이 1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이 1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뒤 두 달여 동안 한국과 미국·영국을 거쳐 인도네시아까지 약 4만7000km를 이동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그는 특히 지난 5월말부터 1일 결승전까지 97일 동안 21경기에 출전했다. 4.6일마다 경기에 출전하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초인적인 체력과 의지로 숨가쁜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도전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병역 문제를 해결한 그의 몸값은 더 폭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손흥민은 “나는 아직도 한참 어리다. 앞으로 한국 축구에 더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치비농=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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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