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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땀 그리고 눈물 … 여러분이 챔피언

여자 마라톤 4위에 오른 최경선(왼쪽)과 6위 김도연. [뉴스1]

여자 마라톤 4위에 오른 최경선(왼쪽)과 6위 김도연. [뉴스1]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18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금메달 49개로 종합 3위에 머물렀다.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모든 것을 쏟아낸 선수들의 눈에선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들이 흘린 눈물에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축구 손흥민(26)의 눈물도 감동적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한 이들의 눈물도 기억해야 한다. ‘눈물의 아시안게임’으로 기억될 이번 대회를 되돌아봤다.
 
찢어진 이마에 붕대를 감고 나와 우승한 레슬링 조효철. [뉴스1]

찢어진 이마에 붕대를 감고 나와 우승한 레슬링 조효철. [뉴스1]

◆고마움의 눈물=레슬링 그레코로만형 97㎏에 출전한 조효철(32)은 지난달 23일 예상치 못한 금메달을 따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번번이 탈락, 30살이 넘어서야 첫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조효철에게 메달을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조효철은 8강에서 이마가 찢어졌다. 그는 이마에 붕대를 감고 경기해 결승에 올라 중국의 디샤오를 5-4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붕대에는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뒤범벅됐다. 조효철은 “그 동안 변변한 성적을 못 내도 기다려 준 가족이 고마워 눈물이 났다.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될 수 있어서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은메달을 목에 걸고 눈물 흘리는 유도 안창림. [연합뉴스]

은메달을 목에 걸고 눈물 흘리는 유도 안창림. [연합뉴스]

여자 유도 48㎏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정보경. [뉴시스]

여자 유도 48㎏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정보경. [뉴시스]

◆억울함의 눈물=지난달 30일 경기한 남자유도 73㎏급 안창림(24)도 눈물을 펑펑 쏟았다. ‘라이벌’ 일본의 오노 쇼헤이(26)와 벌이던 결승전 연장에서 상대가 허벅다리 후리기로 공격했다. 안창림이 잘 막아낸 것처럼 보였지만 비디오판독 끝에 오노의 절반승이 선언됐다. 재일동포 3세인 안창림은 태극 마크를 달기 위해 2014년 한국에 왔다. 국제무대에서 번번이 오노에 막히다 5번의 대결 만에 승리의 기회를 잡았지만 석연찮은 판정으로 이를 날렸다. 오노가 “심판이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안창림은 “꼭 오노를 꺾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안창림은 혼성 단체전 8강전에서 판정 논란 끝에 일본에 패해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태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얼굴을 감싸 안은 ‘배구 여제’ 김연경. [연합뉴스]

태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얼굴을 감싸 안은 ‘배구 여제’ 김연경. [연합뉴스]

결승전에서 부상으로 안타까워하는 펜싱 박상영. [연합뉴스]

결승전에서 부상으로 안타까워하는 펜싱 박상영. [연합뉴스]

◆미안함의 눈물=남자펜싱 사브르 국가대표 구본길(29)은 지난달 20일 개인전 결승에서 후배 오상욱(22)을 만났다. 구본길은 아시안게임 3연패가, 오상욱은 병역 혜택이 걸려있었다. 14-14로 맞서 구본길의 득점이 성공, 승패가 갈렸다. 둘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치열했던 승부를 마무리했다. 구본길은 “기쁘지만, 마음이 좋진 않다. 후배 상욱이에겐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그는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꼭 따주겠다”고 후배에게 약속했다. 결국 3일 뒤 열린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구본길과 오상욱은 ‘꼼수’가 아닌 정정당당한 승부를 택했고,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진 뒤 오열하는 여자 축구 이민아. [연합뉴스]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진 뒤 오열하는 여자 축구 이민아. [연합뉴스]

◆기쁨의 눈물=여자수영 김서영(24)은 지난달 24일 개인혼영 200m에서 금메달을 따고 울었다. 이번 대회 한국의 유일한 수영 금메달이었다. 개인혼영은 접영-배영-평영-자유형으로 영법을 바꿔가며 질주해 ‘수영의 꽃’으로 불린다. 김세영은 처음부터 1위로 질주, 단 한 번도 선두를 빼앗기지 않고 2분08초34로 대회 신기록과 한국 신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웠다. 김서영은 “죽어라 하면 1등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악착같이 했다”라며 “터치패드를 찍는 순간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트라이애슬론 혼성 릴레이에서 은메달을 따낸 한국대표팀. [연합뉴스]

트라이애슬론 혼성 릴레이에서 은메달을 따낸 한국대표팀. [연합뉴스]

◆희망의 눈물=여자카누 용선에 출전한 남북 단일팀은 200m에서 동메달, 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손발을 맞춘 지 20여일 만에 이룬 쾌거였다. 선수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시상식에선 펄럭이는 한반도기를 바라보며 아리랑을 따라 불렀다. 선수들은 헤어지면서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는 말을 담은 손편지를 주고받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조정, 카누, 여자농구 3개 종목에 남북 단일팀이 참가했다. 남과 북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단일팀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남북 스포츠 교류는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일팀 선수들이 흘린 눈물 속에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
 
자카르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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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