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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늘고 경기는 꽁꽁 ‘반도체 착시’

올해 1~8월 누적 수출액이 3998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연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6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반도체 의존도가 더 커지면서 수출 구조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보다 31.5% 증가한 115억 달러로 지난 6월(112억 달러) 세운 사상 최대 월 수출액을 경신했다.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22.5%로 역대 최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제는 다른 산업의 위기가 묻히는 이른바 ‘반도체 착시’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8월까지 수출은 지난해보다 6.6% 늘었지만, 반도체를 빼면 수출 증가율은 0.37%로 쪼그라든다. 전통적인 ‘효자’ 수출 산업인 선박(-56.2%)·액정표시장치(-8.8%)·가전(-7.3%)·무선통신기기(-5.4%) 등은 올해 8월까지 누적 수출액이 전년 보다 줄었다.
 
이는 체감경기 악화로 이어진다. 반도체와 함께 올해 수출을 이끄는 석유제품(57.7%)·석유화학(31.6%) 등은 설비·원자재 등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다. 상대적으로 생산 유발효과가 떨어지는 산업으로 분류된다. 반면 자동차(4.59%)·선박·가전 등 노동 의존도가 높고 내수 진작 효과가 큰 산업은 수출이 부진하다. 견실한 수출 증가세가 내수 진작 및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정 산업에 대한 집중도가 워낙 높다 보니 반도체가 꺾이면 위기를 맞을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라며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면서, 반도체의 자체 경쟁력은 더욱 키우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반도체 편향’의 부작용은 다른 지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미래 먹거리와 직결되는 투자 부문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0.6% 줄었다. 지난 3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7~98년 10개월 연속 투자가 줄어든 이후 20년 만에 가장 긴 시간 투자가 줄고 있다.
 
이는 반도체 설비 감소 여파가 크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주요 반도체업체가 1년 반가량 설비투자를 대규모로 늘리다가 올해 4월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며 투자가 둔화했다”고 말했다.
 
고용에 이어 투자까지 장기 부진이 이어지며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월에 전월보다 0.2포인트 낮은 99.8을 기록했다. 2016년 8월(99.8) 이후 가장 낮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4개월 연속 하락한 99.1에 그쳤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기 지표가 부진하다 보니 수출 호조에도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반도체 이외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세종=손해용·하남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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