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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 지친 그대여, 이젠 낯선 땅에 도전하라

기자
강정영 사진 강정영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7) 
8살 어린 소년이 무릎을 꿇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호가니 관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는 관에 비스듬히 기대어 나지막하게 “아빠, 내가 아빠를 많이 사랑하잖아. 나를 두고 혼자 떠나가지 마세요”라고 속삭인다. 그때 할머니인 듯한 노인이 들어와 그 소년을 보고 “네가 왜 여기 있느냐. 썩 나가라, 쌍스러운 놈. 네가 감히 내 아들을 보고 아버지라고 부르다니.”
 
소년은 문을 박차고 잽싸게 나간다. 노인은 관을 바라보면서 “바보 같은 놈, 어디 종 같은 년과 붙어 애를 낳아 집안 망신을 시키다니”라며 관이 놓여있는 적막한 방을 휑하니 나가버린다.
 
아일랜드계 미국 이민사 그린 『수많은 이별』
토마스 달턴이란 이름의 그 소년은 많은 소작농을 거느린 영주의 혼외자로 태어난다. 어머니는 영주의 부엌일을 도와주다가 그와의 은밀한 사랑으로 아들을 낳게 된다. 귀족인 아버지는 평소 늦둥이 아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쏟아부었고, 많은 재산을 남기겠다고 공언했다.
 
어느 날 영주가 말에서 낙마해 치명상을 입고 갑자기 세상을 하직하게 되자, 아들과 엄마는 하루아침에 그 집에서 버림을 받게 된다. 생계가 막막해진 엄마는 아들을 남겨두고 신대륙 미국에 먼저 이민을 떠난다.
 
수도원에 맡겨져 살아가던 아들도 스물을 갓 넘긴 나이에 뒤늦게 어머니를 찾아 미국으로 떠난다. 부둣가에서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이 많이 하는 하역 일을 열심히 하며 신세계에 정착해 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부둣가 사창가의 마담이 고객 중에 사업수완이 뛰어난 짐 멀바니를 소개해줘 그의 밑에서 일을 배운다. 그의 성실함, 패기와 유능함에 감명을 받은 짐은 달턴에게 자기 일을 맡기게 되고, 그의 사업은 더 없이 번창하게 된다.
 
캐시 캐쉬 스펠맨(cathy cash spellman) 작가(좌)가 쓴 '수많은 이별(so many partings)'(우). [사진 (좌)cathycashspellman.com, (우)amazon.com]

캐시 캐쉬 스펠맨(cathy cash spellman) 작가(좌)가 쓴 '수많은 이별(so many partings)'(우). [사진 (좌)cathycashspellman.com, (우)amazon.com]

 
이 이야기는 아일랜드계 미국 이민사를 잘 그려냈다고 평가받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캐시 캐쉬 스펠맨의 『수많은 이별』이란 소설의 초반부를 일부 요약한 것이다. 이민사를 들여다보면 살기 편한 조국을 떠난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살던 곳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
 
아일랜드 이민자의 실제 성공 스토리도 있다. 형제자매들과 가난에 찌들어 살던 청년이 집이 저당 잡혀 길에 나앉게 되자 기회의 땅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무일푼으로 미국 시카고에 도착한 것이 1990년, 그의 나이 20살이었다. 
 
사촌이 사는 지하 단칸방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건물 잡역부로 들어가 낮에는 청소하고 밤에는 건물에 페인트칠하는 일을 하며 그야말로 주야를 가리지 않고 일을 한다. 돈이 좀 모이자 그는 아파트 한 채를 산다. 이를 계기로 부동산에 눈을 떠 돈 버는 기술을 터득하게 된다. 그렇지만 생계를 위해 낮에는 건물관리 잡역부 일을 계속하며 밤에만 부동산 중개 일을 열심히 배운다. 3년 만에 그는 시카고에서 가장 뛰어난 부동산 브로커 중 한 명이 된다.
 
미국으로 온 지 6년만인 1996년 백만장자가 된다. 4년 후에는 종업원이 300명에 이르는 하이테크 부동산회사를 설립한다. 그는 성공에는 반드시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단순히 운이 좋고, 좋은 사람을 잘 만나서 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의 핵심적 요소는 남보다 몇 배로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리라.
 
매일 여섯 시에 일어나 잡역부로 일을 하고, 밤에는 다른 부동산 브로커들보다 훨씬 더 늦게까지 일했다. 일주일에 평균 100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그는 뛰어나지는 못했지만, 주변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일찍 퇴근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때 그는 고객이 원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일했다. 덕분에 남보다 더 꼼꼼히 일을 챙기고 빨리 마무리해주면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잡역부에서 부동산 거물된 션 콘론 
잡역부에서 부동산 거물이 돼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션 콘론(sean conlon). [사진 CNBC 홈페이지]

잡역부에서 부동산 거물이 돼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션 콘론(sean conlon). [사진 CNBC 홈페이지]

 
그는 한번 부자가 되었다고 영원히 부자로 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좋은 기회를 찾는 노력 이 두 가지가 함께 해야 지속적인 성공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가 잡역부에서 부동산 거물이 돼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사람으로 자주 소개되는 션 콘론의 인생역정 이야기이다.
 
무얼 느끼게 되는가. 과감한 결단으로 조국을 떠나 신세계에서 살길을 찾는 모험 정신과 밤을 새워서라도 일을 하는 열정일 것이다. 맹목적으로 돈만 추구하는 성공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따뜻하고 헌신적인 품성이 있어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 되었다. 
 
200~300년 전 신대륙으로 향한 초기 이민자들 대부분은 기아나 기근으로 절박한 상황에 처했거나  살던 나라를 감당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예컨대, 정치나 종교적인 신념 차이로 박해받던 이들, 주류 종파에 속하지 못한 사람, 부랑자, 도둑, 살인범 등이 피신처를 찾고 새 삶을 찾아 스스로 떠나거나 추방당한 것이 초기 이민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답답한 한국 현실 떠나 해외에서 기회 찾아야  
해외취업을 위해 '2018 일본취업 합동박람회' 참가한 구직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해외취업을 위해 '2018 일본취업 합동박람회' 참가한 구직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젊은이들이 미래를 바라보고 꿈을 펼치기에는 너무 각박하고 답답한 현실은 아닌지 걱정된다. 9급 공무원 시험에 명문대학 출신을 포함해 수십만 명이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안정적인 일자리 찾기가 어렵고 협소한 고용환경이 오랫동안 지속해 왔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이런 상황이라면 바다 건너 새로운 기회의 땅을 찾아 가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컴퓨터나 IT, 자동차 항공 선박 정비, 전기 배관 등 기술적인 전문 자격증이 있으면 해외에도 기회는 많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다. 만약 퇴로가 끊어져 뒤돌아 갈 수 없는 전장의 병사와 같은 절박함과 용기가 있다면 새로운 땅에서도 기회는 반드시 있다. 찾아간 새로운 땅에서 대충해서 먹고 사는 길은 없다. 이민 초기에는 그야말로 다른 사람보다 몇 배로 더 일하겠다는 열정과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이 땅에서 고민해도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그 길을 한번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지금 세계를 이끄는 부강한 나라들은 조국을 떠나 거칠고 험난한 길을 마다치 않고 걸어간 사람들이 일구어낸 땅이다. 젊은 패기와 열정이 있다면 열리지 않고 닫힌 문을 두드리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는 지금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고 낯선 땅에서도 기회를 찾는 용감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aventam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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